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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파스빈 Feb 02. 2024

세월 따라 흘러간 우리들!

세월은 자취를 남기는 법이 없이

물처럼 흘러가지만 세월과 함께 흘러가는 우리들은 세월의 흔적을 이리도 확연하게 보여준다.

그 세월이 야속하게만 느껴진다.

십수 년 만에 고향친구를 만났다.

전화로 약속일자를 정하고 양재역에서 만나기로 하고 도착해서 전화를 하니 친구도 지하철역에 도착해 있단다.

11번 출구에서 만나기로 하고 어디선가 걸어올 친구의 모습을 상상하며 주위를 계속 두리번거렸다.

저 멀리 어렴풋 친구의 모습이 점처럼 다가왔다.

실로 너무도 오랜만의 만남이었다.

멀리 보이는 모습만 봐도 너무도 반가운 마음이 앞서 점에서 점점 확대되어 다가오는 친구를 보기 위해 나도 조금씩 그를 향해 다가갔다.  

바로 코앞에 다가선 친구도 나처럼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듯했다. 악수를 나누고 어깨를 토닥거리며 살아서 다시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해했다.

출구를 나온 우리들은 한겨울의 정점을 지난 봄날 같은 섣부른 해동의 기운을 느끼며 식당골목을 찾아서 헤매다가 간단히 술 한잔 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소주 한잔을 마주하고 재회를 축하하며 한껏 들이켜본다.

나누는 이야기들은 온통 여름날 느티나무의 싱그런 잎사귀 마냥 푸르던 젊었던 날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뿐이다.

거기엔 회한도 있고 아픔도 있고 행복도 모두 담겨있다.

저기 저 골방에 방치해 두었던 추억 하나하나를 골라내어 한 보따리 이야기를 풀어내고 기억에 가물거렸던 추억 하나를 또 끄집어내면 어렴풋 기억이 되살아나 맞장구를 치며 그때의 일들을 현실로 끌어다 놓았다.

60을 바라보는 지금의 모습을 추억의 그때는 상상이나 했을까. 친구의 까만 머리에도 하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돋아나 있었다. 취기 어린 우리 둘의 추억놀음에 강제소환된 친구들의 전화번호를 찾아 육성으로나마 안부를 전하며 함께했던 지난날의 추억들을 공감하며 수다스러운 아줌마가 되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며칠 전 친구는 아내와 함께 롯데타워에 갔다가 대학 1학년때 친구와 함께 63 빌딩 놀러 가서 겪었던 일화를 꺼내 놓았다고 했다.

나도 사실은 그 얘기를 아이들에게 자주 하곤 했었는데 그 얘기를 친구의 입에서 듣게 되니 너무 반가웠다.  

돌이킬 수 없는 시간들 속에 어느 한 자락을 함께했던 그 추억 만으로도 우린 이리도 박장대소하며 웃을 수 있었다. 당시 63 빌딩이  처음 오픈하고 친구와 난 함께 구경을 갔었다. 난생처음 보는 화려한 빌딩내부를 돌아보는 우리 둘의 눈엔 경이로움이 가득했던 거 같다.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우리는 허기를 느꼈지만 우리 둘 다 수중엔 돈이 별로 없었던지라 양으로 승부를 걸어야겠다 다짐하고 베이커리샵에 들러서 가성비 갑의 빵을 고르는데 우리 둘의 눈에 어른 주먹만 한 빵이 눈에 들어왔다. 가격도 너무도 착한 100원이었다.

저정도면 우리의 허기를 메울 수 있겠다 생각하고 나란히 그 빵을 손에 쥐고 한입씩 베어 먹는데 딱딱했던 빵은 순식간에 바스러지며 속은 텅 비어있는 공갈빵이었다. 둘은 일순간 서로를 바라보며 공허한 웃음을 서로 교환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 또한 우리 가난했던 젊은 날의 추억이 아니었을까!

젊은 청년의 시절을 함께 보내며 공동의 추억을 소유한 친구이기에 그 동질성만으로도 충분히 우리는 친구일 수 있는 거라는 생각이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남은 날들 동안 또 새로운 추억도 만들며 더 오랜 추억들을 안주삼아 추억놀이를 해야겠다. 그땐 또 오늘 이 만남이 또 안주가 되어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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