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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파스빈 Jul 18. 2024

베르나르 뷔페 전을 보고

죽음 15 그림을 응시하다

내가 이 그림으로 15분 에세이를 쓰게 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전시회의 마지막 세션에 나타난 해골 그림들!

괴상하고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그림들은 잠깐 응시 후 눈을 돌리기에 충분했다.

감흥 또한 느낄 수 없는 그림들이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도슨트의 목소리에 걸음을 재촉하여 왔던 길을 되돌아 도슨트를 향해 갔다.

상냥한 말투의 도슨트는 그림의 배경과 베르나르 뷔페와 그의 아내 아나벨에 얽힌 이야기들을 재미나게 풀어내고 있었다.

일행에 자연스레 잠입해서 도슨트의 말에 귀를 쫑긋 세우고 열심히 따라다녔다.

설명 없이 그림만 보고 느꼈을 때와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그림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알 수 없다고 했는데 한길 그림 역시 그냥 보아서는 알 수 없는 부분이 너무도 많음을 느낀다.


1999년 10월 베르나르가 죽기 3년 전 그는 파킨슨병에 걸려 그의 숙명과도 같은 그림을 떨리는 손으로는 이제 더는 그릴 수 없는 지경이 되었을 때 그는 담담히 죽음을 선택했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가열차게 그려냈던 그림이 바로 죽음을 의미하는 해골그림들이었다.

그중 이 그림은 말년의 그가 세상에 던지는 삶의 해독서와도 같은 것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도슨트의 설명 없이 그냥 보았을 땐 이해할 수 없는 해괴한 그림으로 느껴졌다면 설명을 들은 이후엔 그가 살아온 70 평생의 인생에서 터득한 삶의 방정식을 그 어떤 철학자보다도 명쾌하게 느려 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 한 줄의 설명도 글로 표현된 있지 않지만 화가답게 그는 그림으로 명확히 보여 주었다.

죽음을 재촉하는 까마귀 떼가 그에게 달려드는 순간에도 어깨엔 삶을 노래하는 앵무새 한 마리가 있고 남과 여를 초월한 존재!

새 생명의 젖줄인 풍성한 가슴엔 금방이라도 하얀 젖이 흘러내릴 것만 같다.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삶이 죽음이며 죽음은 또한 새로운 삶이라는 공식을 대변하듯 배속엔 태아가 살아 숨 쉬고 있다.

기괴한 그림 한 장으로 베르나르 뷔페는 그의 인생철학을 고스란히 담아낸듯하다.


수많은 그의 작품 중에 그림 한 점을 원픽하라면 나는 주저 없이 이 그림을 선택하련다.  생명의 기운이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처럼 흔들릴 때 붓을든 떨리는 손을 왼손으로 받쳐 마지막 남은 기운으로 그려낸 이 그림이야 말로 생의 마지막에 꼭 알리고 싶었던 그의 간절한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죽음을 의미하는 해골이 내게 말을 걸어온다.

넌 인생이 뭐라고 생각해?

그의 그림을 보며 곱씹어 생각해 본다.

생명이 주어진 날로부터 죽음의 역사가 시작되었고

해서 삶과 죽음은 늘 공존하고 있음을 안다.

슬픔과 기쁨과 행복이 일생 중 한줄기 빛처럼 스쳐 지나간다 해도 그 또한 죽음 앞에 의미 있는 인생이었노라 생각해!

살아있는 누구나 얼굴 안에는 해골이 있잖아!

단지 생각하고 있지 않아서일 뿐이지! 너의 얼굴에도 나의 얼굴에도 죽음이 같이 있는 거야!

그러니 삶이 영원하다 착각하며 살아가면 안 돼!

언제일지 모르지만 당장 내일이라도 서슴없이 다가와 있을 수도 있으니 오늘이 마지막날인 양 그렇게 살아가야 해! 그러니 오늘 더 행복하고 맘껏 누리며 살아가!

그게 내 안에 숨겨져 있는 해골이 내게 말해주는 진실인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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