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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정 Jul 28. 2022

인생의 노잼 시기

  요즘 난 뭘 해도 재미가 없다. 친구를 만나는 것도, 그 좋아하는 취미 생활을 하는 것도, 넷플릭스를 보는 것도 다 재미없다. 사고 싶은 것을 다 사며 돈 쓰는 재미로 사는 금융 치료도 먹히질 않는다.

  그렇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인생의 노잼 시기가 또다시 찾아왔다. 이 시기는 매번 겪어도 도통 어떻게 빠져나가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데, 다른 사람들은 요즘 뭘 하며 재미있게 사나 궁금해진다. 요즘 나는 지겹도록 반복되는 일상을 보낸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출퇴근이지만 유달리 지치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무래도 날씨 탓이다 생각하며 괜스레 선선해지는 가을을 고대하곤 한다. 마치 날씨만 선선해지면 뭐든 할 수 있을 거라는 의욕을 불태우며 말이다.

  이 노잼 시기의 가장 큰 문제는 의욕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에 새로운 자극을 주고자 취미 생활을 할 수 있는 어플을 뒤적여 봐도 도통하고 싶은 것이 없다. 도대체 뭘 해야 한단 말인가.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고민은 점점 더 일상을 재미없게 만들었다. 문제는 재미가 없는 걸 넘어 일상을 점점 무채색으로 만들어 기분까지 다운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시기를 발버둥 쳐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은 점점 나를 지치게 만들었는데, 쉬는 날도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점점 더 피로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생각하기를 멈췄다. 재미없다는 생각도 멈추고,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멈추기로.

어떻게 보내면 나아질지는 좀처럼 컨트롤할 수 없지만, 결국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야 벗어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나에게 달려있으니까.

매번 마시는 아메리카노가 문득 지겨워져서 바닐라라테를 시켰다. 오랜만에 마신 바닐라라테가 맛있어서 잠시 행복했다. 그리고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고, 읽을 수 있을 만큼만 읽어나갔다. 책에서 읽은 구절이 마음에 들어서 조금 더 기분이 좋아졌다. 매번 OTT 서비스에서 스킵하며 보던 영화도 오래간만에 영화관에 가서 최신 영화를 보았다. 보면서 든 생각은 ‘아, 나 영화관에서 영화 보는 거 좋아했었지.’였다.

  어쩌면 인생의 노잼 시기를 겪는 것은 스스로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지 않나 싶다. 무엇이 나를 재미없게 만들고, 무엇을 잃어가며 사는지 한 번쯤은 멈춰서 생각해보라고 말이다.

  물론 지금도 나는 꽤 노잼이고, 무념무상이며, 도대체 어째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스스로 돌아보고, 알아차리려고 부단히 노력 중이다. 결국 이 노잼 시기를 주기적으로 겪으며, 어떻게 벗어나야 할지 고민하다 보면 내공이 쌓일지도 모르니까. 억지로 벗어나기 위해 애쓰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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