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메신저 상태 메시지에는 몇 년간 ‘Vis ta vie’라고 쓰여있다. ‘네 인생을 살라’는 프랑스어로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에 나왔던 명대사다. 변덕이 죽 끓듯 프로필을 바꿔대던 이십 대에도 상태 메시지는 바꾸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내가 내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심지가 굳은 사람으로 성장했기 때문이 아니라 타인과 나를 비교해 나 자신을 많이 갉아먹으며 자라왔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삼십 대가 된 지금의 나에게 ‘내 인생을 살아가고 있느냐 ‘반문한다면 그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요 근래 자주 들었다.
해외에서 새 출발을 시작하는 동료를 보며 울적함을 느끼는 내 모습이 이를 증명했고,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며 자신의 취향을 넓혀 나가는 친구를 마냥 부러워하는 모습이 이를 입증했다. 나는 여전히 내 삶을 살고 있지 못하다. 다들 본인들만의 삶의 궤적을 그리며 속도를 높여나가는 것 같은데, 나만 아직도 목표 지점이 계산되지 않은 궤적에서 이탈을 반복하는 느낌이 들어 요 며칠은 굉장히 좌절스러웠다.
남과 비교하며 나를 갉아먹던 20대를 보내면서 나름 터득한 것이 하나 있다면, 내 인생의 주인공이 내가 아닌 남이 되는 순간에는 포커스를 나 자신으로 빨리 돌려놔야 한다는 것이다. 포커스를 맞추는 방법은 어떤 것을 선택할지, 어떤 것을 추구할지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지금 부러워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중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면 실제로 내가 추구해야 하는 가치들이 어렴풋이 보인다. 해외 이직에 성공한 동료를 보며 타국에서의 삶이 부러운 것보다 그녀의 새로운 시작을 선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고, 내가 해야 하는 것은 현재 내가 하고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궤적 이탈을 막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이 중심을 잘 잡는 것이고, 목표 지점이 정해졌으면, 속도는 그 궤적에 맞춰 조절해가야 하는 것이다.
누구나 목표에 빠르게 도달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저마다의 궤도에서는 나만의 속도로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너무 뒤처지지 않았나 고민할 필요 없다. 그저 내 과정을 믿으며 정상궤도에 오르는 것에만 집중하면 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자주 방황하고, 아프고, 눈물 흘릴 순간이 많겠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중심을 잡아갈 것이다.
나만의 궤도에서 나만의 속도로 궤적을 그리며 나는 오늘도 내 인생을 살자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