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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정 Jun 09. 2022

나의 인생은 지금도, 앞으로도 레벨업 중

  경험치는 결국 회복탄력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좋았든, 나빴던지 간에 과거의 경험은 현재 마주한 결정의 순간에 추진력을 얻고, 실패했을 때는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다시 일어날 힘을 준다.

어렸을  나는 굉장히 소심하고, 했던 것만 고집하는 성격이었다. 겁이 많아 미지의 영역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고, 내가 잘할  있는 , 내가 관심 있는 것만 하려고 했기 때문에 경험의 바운더리가 굉장히 좁았다. 그렇다 보니 추억거리도 한정적이고, 무엇보다 실패했을  다시 일어서기까지의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렸다. ‘상처를 치료해줄 사람 어디 없나’ 하며 외톨이처럼 두 눈을 감고 두 귀를 막고 캄캄한 어둠 속에 자신을 가두며 살기 일수였다. 변수를 다룰  있는 입력값이 나에게는 부족했던 것이다.


  이런 내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데 거부감이 없어지기까지는 주변인들 공이 크다. 그들은 바운더리 안에 살던 나를 경계 밖으로 이끌어  사람들이다. 그들은 하고 싶은  많았고, 그때의 나는 무엇이든 해보고 싶었다. 매일, 매주, 매월, 매년마다 반복되는 일상이 한때는 내게 안정감을 줬지만, 어느 순간 무료하게 느껴졌다. 계속 반복되는 삶이 예상이 되어 한편으로는 굉장히 편했지만, 매번 이렇게 예상되는 삶을 살아가는 게 행복할까?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 새로운 시도를 제안했을 때, 고민 없이 ‘yes’를 외쳤다. ‘못 먹어도 고(go).’

  

  나를 180 바꿔준 삶의 경험이 있는데, 바로 ‘스킨스쿠버 다이빙이다. 사실 나는 내가 생전에 스쿠버 다이빙을 하게   꿈에도 몰랐다. 바닷속은 내가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였고, 수심 깊은 곳에서의 나는 스스로가 통제 불가능하기 때문에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얘기가 틀린 말은 아니다. 나는 스킨스쿠버의 ‘ㅅ’ 자도 제대로 몰랐기 때문에 덜컥하자고 했다. 아마도 귀가 먹먹해질 때 이퀄라이징이 잘 안 될 수 있다거나, 겁이난 다고 갑자기 수면 위로 올라가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거나, 예상치 못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절대 못했을 일이었다. 그러나 그때 나는 무지했고, 무료했기에 해보자고 했다. 혼자서는 절대로 시도해보지 못할 것이 함께하려니 금은 용기가 났다.


  나는 그렇게 낯선 ‘에서 낯선 ‘ 했다. 한국이 아닌 처음 가보는 곳에서는 내가  하던 것을 시도해볼  있겠다는 생각이 .

기왕이면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취득하자 싶어서 크리스마스 연휴에 친구와 세부로 떠났다. 평소 해외여행을 떠날 때와는 달리 묘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낯선 곳과 낯선 것의 콜라보가 내 안의 심장 박동수를 높였다.  세부에서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느꼈던 긴장감은 아직도 생생하다.  순간이 ‘내가   있을까 ‘실패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공존했고, 스킨스쿠버 다이빙을 포기하게 되면, 가장 두려운 것은 또 한 번  자신에 대해 실망하게 될까  겁이 났다. ‘그래, 내가 그렇지 뭐.’라고 생각할까 봐.

  그래서 그때마다 ‘그냥 해보자 생각으로 마음을 다독여줬다. 묘한 긴장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묘한 설렘으로 바뀌었다. 수심 속에서 바라본 바다의 모습이 생각만큼 아름다워서 그런 건 아니었다. 흔히 생각하는 산호섬이나 니모도 없었고, 그저 칠흑 같은 심해만 보였을 뿐이다. 그런데 나는 그게 좋았다. 귀로는 내가 호흡하는 소리만 들리고, 눈으로는 어둠만 보였지만, 손을 앞으로 쭉 뻗은 채 오리발을 흔들며 유유히 부유하는 느낌이 자유로워서 좋았다.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에서 자유로움을 느끼는 것이 아이러니했지만, 그 부조화 속에서 나는 모든 게 다 조화로웠다. 그렇게  손에는 자격증이 쥐어져 있었다.


 이후 나는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에 거부감이 많이 사라졌고, 경험치도 많이 쌓였다. 안 해본 것만큼 해본 것도 많게 되면서  과정에서 겪은 실패와 좌절 속에서 회복할  있는 탄력성도 생겼다.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지만, 이렇게 하나 둘 내가 서있는 바운더리를 확장해 가면 조금 더 성장한 내가 되어있지 않을까?

 경험해보지 않으면 내가 무엇을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순간 다짐한다. ‘일단 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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