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의 기록
어릴 적 본 영화 <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 가지 없는 것>은 나에게 삼십 대 어른의 환상을 심어줬었다.
서른 살쯤 되면 어느 정도 경제력도 갖췄을 거고, 멋진 차, 커리어를 가진 그런 환상 말이다.
그런 환상이 지속될지, 깨질지 판가름이 나는 기준점은 35살이었다. 이 나이까지 무언갈 이루지 않았다면 영영 하지 않을 것이다 마음먹었던 것 중 하나가 결혼이었는데 딱히 비혼주의여서 그런 다짐을 한 게 아니라 막연히 이 나이 때까지 이뤄야 한다는 강박 같은 거였다.
어리고 미숙한 나에게 35살이라는 기준점은 젊음이 끝나는 느낌이었다. 지금도 35살이 마냥 젊다는 생각은 아니지만, 요즘 드는 생각은 그래도 인생의 중대사를 기준점으로 삶기에는 또 너무 어린 나이지 않나 생각이 든다.
기왕 사회가 정해 둔 기준에서, 내가 정해놓은 기준점에서 이탈한 김에 앞으로 뭘 하고 살지? 생각하던 중 내 인생 가장 희망차고 의욕이 가득한 20대 시절에 쓴 버킷리스트 노트를 발견했다.
그 시절 나는 무얼 이루며 살아가고 싶었을지 호기심을 가지도 50여 개쯤 적어둔 리스트를 쭉 둘러보았다. 지금의 나는 생각보다 소소한 것들을 적었네? 생각하지만, 그 당시의 나는 이걸 이룰 수 있을까 생각하며 이룰 수 없는 꿈이라 여기며 적었던 것 들이다. 기분이 이상했던 것은 생각보다 이루지 못한 것보다 이룬 것이 많다는 점이었다. 무의식적으로 이룬 것이 많은 사실이 지금의 나에게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지금의 나는 어릴 적 꿈꾸던 멋진 어른은 아니지만 20살의 내가 꿈꾸던 일들을 많이 이룬 어른이 되었다. 매 순간 이루고 싶은 꿈들을 이뤄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생각한 이상적인 어른에 다가서지 않을까.
기준점은 언제까지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다시, 언제든지 시작할 수 있는 기점이기도 하니까.
2025년 1월, 이루고 싶은 것들을 다시금 리스트업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