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한 살을 더 먹었다. 나이가 들어가며 생일이 점점 특별한 날이 아닌 그저 수많은 일상 중 하루인 것 같은데, 한편으로는 이렇게까지 무감해질 일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됐든 태어난 것 자체가 특별한 일이기는 하니까.
어릴 때는 탄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는 게 당연하고 마냥 기쁜 일이었는데, 나이를 먹고 보니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매년 축하를 받아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잇값. 나잇값 때문이었다. 더 이상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과분한 축하를 받는 게 멋쩍은 마음이었다. 이미 긴 시간 동안 축하받아왔으니까.
생일 축하의 재정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태어난 지 한참이 된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닌 어른들의 생일 축하 의미는 무엇일까? 두 가지 의미가 아닐까?
첫 번째 의미는 안부다. 생일을 핑계 삼아 오늘 하루도 행복하길 전하는 것이다. 가족의 생일도 제때 챙기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는데, 친구의 생일은 말할 것도 없다. 예전 같지 않은 기억력 때문일 수 있고, 내 삶이 먼저인 무심한 마음 때문일 수도 있다. 점점 줄어드는 축하 메시지에 서운하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점점 서운한 마음을 가지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동안 너무 당연하게 축하를 받아왔다. 그래수 인지 매번 생일 때마다 날 맞춰 축하를 건네는 이들을 보면 참 감사하다. ‘올해도 바쁘신 와중에 저의 생일을 기억하고 축하해 주시다니 덕분에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두 번째 의미는 격려다. 수많은 시련과 고통을 견뎌내고 한 해를 버텨냈구나. 한 살을 먹을 만큼 인생의 경험치를 높였구나. 나잇값 하느라 고생했다. 매년 어른이 되어가는 걸 축하한다. 점점 새로운 내가 되어감에, 점점 나다운 내가 되어감에 축하를, 그 과정에 격려를 보내는 것 아닐까? 결국 태어난 이후부터는 계속 살아냈음에 대한 축하일 테니 말이다.
생일 축하에 대한 재정의를 하고 나니 모든 이들의 축하가 참 감사하게 느껴진다. 올해도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나라는 사람이 태어났고 존재해 갑니다. 생일이라는 날을 당신의 안부와 격려로 특별하게 만들어주셔서 오늘도 행복했습니다. 내년에도 축하해 주세요. 저도 그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