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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거지 한영준 Feb 06. 2019

우리는 왜 가난해야 하나요?

비영리를 바라보는 편견들 (1)

얼마 전 온두라스에서 연락이 왔다. 
"저희 아이들 축구화가 필요한데, 혹시 스폰서를 구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보내온 동영상. 


그곳에는 아이들이 해맑게 잔디밭을 뛰놀며 공을 차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에게 축구는 꿈이었고, 즐거움이었고, 또한 교육이었다. 축구화가 필요할 것 같았다. 
그러나 동영상을 본 나는 후원을 멈칫하게 되었다. 


그들은 찢어지지 않는 옷을 입고 있었고, 신발을 신고 있었고, 깨끗한 교실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그게 이유였다. 내가 학교를 세운 뽀꼬뽀꼬 마을에는 페트병으로 축구를 하고, 맨발로 걸으며, 학교를 가기 위해 5살부터 하루 14km를 걷는 친구들이 있는 곳이니까. 


그래서 나는 알아보겠다고만 말하고 행동하지 않았다.


아마 그들이 우리 마을 아이들처럼 신발이 없고, 찢어진 옷을 입고 있었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아마 고민도 없이 후원을 했을 것이다. 분명하다. 나는 지금도 신발이 없는 아이들을 보면 바로 시장에 가서 신발을 사주는 사람이니까. 


비영리 재단에서 흔히 하는 마케팅 중에 하나가 바로 빈곤 포르노다. 가난하고 굶주린 아이들 사진을 걸어놓고 동정심을 유발한 후 후원을 하게 하는 것. 아이들의 희망과 꿈이 아니라, 그들의 가난과 질병을 마케팅 도구로 후원을 요청한다. 그리고 그건 아주 보편화된 마케팅 수단이다. 
나 또한 이를 이용한 적이 있다. 아니 지금도 어느 정도의 마케팅으로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그들은 가난하고 병들어 있으니까. 그리고 이 마케팅은 통하니까.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빈곤의 포르노는 사람들에게 고정관념을 불어넣는다. 바로 도움의 대상이 내 상황보다 훨씬 열악하고 힘든 상황에 놓여있어야 한다 고정관념 말이다. 


일전에 아이들을 위한 학용품을 펀딩 받은 적 있다. 후원된 물품 중 30% 정도는 새것이었고, 40% 정도는 사용될 만한 중고. 30% 정도는 선물로 주기에 형편없는 품질의 것이었다. 몇 년 묵은 학용품을 아이들 선물하라며 준 것이다. 그 자리에서 다 버렸다. 그리고 지금은 중고 학용품 펀딩을 멈추었다. 우리 아이들도 새것을 좋아하고, 새것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판단돼 서다. 


학교 재정이 안정되었다.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 10년 치 재정을 확보해 놓았고(매달 CMS 후원) 컴퓨터와 태블릿 PC도 잔뜩 사놓았다. (그래 봐야 5명당 1대 돌아간다.) 그리고 더욱 안정적이게 아이들에게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사단법인을 세웠다. 그러자 후원자들이 후원을 끊기 시작했다. (당연히 늘어나기도 했다. 총량은)


이제 이곳은 후원이 필요 없을 것 같다는 이유이다. 


물론 한 달 3천 원이 힘들어서 끊는 친구들도 많다. 우리 후원자의 30% 넘게 가 10대 20대이니까. 그리고 그들의 삶도 힘드니까. 하지만 이런 시선은 위험하다. 우리가 하는 기부가 적선이 되어서는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에 다다라기 어렵기 때문이다. 


얼마 전 현지 선생님들이 월급 인상 요구가 있었다. 최저임금이 올랐고, 물가도 올랐을뿐더러, 더 많은 아이들이 오고 있으니 작년보다 조금 더 올려주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당연한 요구였다. 5월에 연봉협상이 잡혀있었지만, 그러겠다고 했다. 그리고 7개월 만에 12~13%의 연봉을 상승시켜주었다. 지금도 볼리비아 NGO업계에서는 매우 괜찮은 복지와 연봉을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인상 요구 이상으로 올려주었다. 우리 직원들은 정말 일을 잘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그만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으니까. 고민할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한국 직원에게는 그렇게 해주지 못했다. 후원금 대비 운영비(인건비 포함)에 대한 시선 때문이다.
스페인어에 능통하고, 현지에서 활동하며 후원자 3천 명을 넘게 응대하며 통역, 마케팅, 현장 사업, 회계까지 모두 감당하는 사무국장이 최저임금의 이상의 월급을 가져간 것이 채 1년이 안됐다.


사단법인을 만들며 이사장인 내가 월급을 가져간다는 이유로 (대표가 월급을 가져간다는 정관의 내용) 정관 내용을 수정해야 했고, 여전히 나는 인터넷에서 비싼 카메라가 있다고, 아이폰을 사용한다고, 맥북을 사용한다고 공격당하고 있다. (나는 한국 미국 볼리비아 등에서 사진전을 11번이나 한 작가이기도 하다)


왜 우리는 후원을 하는 당신보다 가난해야 하는가?
당신은 무엇을 위해 후원을 하는가? 
나보다 나음을 증명받기 위해 후원하는가? 


고민해야 할 일이다. 


나는 오늘 우리 마을 아이들보다 훨씬 잘 살아 보이는 온두라스 아이들에게 10켤레의 축구화를 보낼 것이다. 


그리고 사무국장에게도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불할 것이다. 


더 나아가, 동정만으로 후원하는 이들의 후원을 거부할 것이다. 


가난을 해결하고자 하는 자들이 가난할 수밖에 없다면 
누가 과연 이 길을 걸으려 하겠는가?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글이 길어졌다. 


두 가지만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 


1. 당신은 무엇을 위해 선행을 행하는가?
2. 비영리 재단의 실무자들은 왜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으면 안 되는가? (큰 재단은 제외하자) 


꽃거지 한영준과 
(사)코인트리는 이 문제에 대해  접근해보려고 한다. 


오늘이 그 첫 번째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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