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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거지 한영준 Aug 08. 2021

비영리 창업 스토리 연재

2편 몸을 파는 그녀.

2010년

나는 호주에서 돈을 벌어 일본을 여행하고, 다시 동남아로 떠났다.

그 당시 나는 자신감이 넘쳤다. 통장에는 잔고가 꽤 두둑했고,

영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되었고, 잠시 들른 한국에서 코 성형까지 “미용”을 위해 했다.

운동을 열심히 해서 몸짱이 되었고, 어딜 가든 이런 자신감 + 돈 + 세계 여행자 + 몸짱 이런 것들이 매력으로 어필되었다.


165cm의 작은 키. 항상 깔창을 끼던 나, 어좁이 또는 얼큰이로 불리던 나는 사라졌다.

나는 늘 웃통을 벗고 다녔고, 여행하는 도시마다 프리허그를 하며, 여러 친구들을 사귀었다.

현지의 여자 친구를 사귈 기회도 참 많았는데, 나는 꽤 보수적이었다.

함부로 나의 순결을 누군가에게 허락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고,  어렸을 때 성경을 필사하고, 11번이나 성격 통독을 하고 떠난 탓에

나는 결혼할 여자가 아니라면 뽀뽀도 하지 않으리라 하며 매일 아침 기도했다.


참 모순적이게도 난 클럽을 좋아했다.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난 고등학교 때도 클럽을 다녔다. (알아요, 그러면 안됐다는 걸)

새벽 클럽을 다녀온 후 나는 새벽기도를 갔었다. 대학 때도 마찬가지였다. 가서 술을 마시거나, 여자를 만나지는 않았지만 (23살 때 딱 한번 부킹함 TMI) 그 분위기를 즐겼다.

세계여행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태국 방콕에서도 역시나 클럽을 갔다.

그날은 좀 생생하다.  한눈에 봐도 예쁜 친구였다.  춤을 추며 눈빛을 몇 번 마주쳤고, 나도 그녀도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그녀가 말을 걸었다. 그리고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내 목부터 다리까지 아주 적극적으로 닿을 듯 마을 듯 스쳤다.  술 한잔 마시지 않는 나지만, 그런 분위기에는 금방 취했다. 그리고 그녀와 밖으로 나갔다. 

우리는 데이트를 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입맞춤도 했다.  그녀는 나에게 내가 머무는 호텔로 가자고 했다. 

나는 거부했다. 나는 외모와 생활과는 많이 어울리지 않는 신념이 있었다. 결혼할 사람과 사랑을 나누겠다는 신념. 


그녀와는 새벽 5시가 될 때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클럽에서 나와 호텔을 가지 않은 남자는 내가 처음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따로 일은 하지 않고, 밤에 클럽을 다니며 외국인 남자를 만난다고 했다. 잠을 자고 돈을 받는다고 했다. 그렇게 번 돈으로 부모님을 모시고, 동생들을 돌본다고 했다. 

주변에 그런 친구들이 많다고 했다.  내가 허락한다면 자기는 결혼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당연히 나는 안된다고 했다. 그러자 그녀는 슬픈 눈을 지어 보였다. 나는 돈을 벌면 뭘 하고 싶냐고 물어보았다.  그냥 동생들 학교 보내고, 부모님 모시고 살고 싶다고 말했다. 진심인지 아닌지, 지금도 알 길이 없지만 나는 헤어지며 그녀에게 내 주머니에 있는 태국 돈 바트를 다 털어 주었다. 연락처도 물어보지 않고, 사진도 하나 찍지 않았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두려움? 억울함? 비통함? 아쉬움 비슷한 마음도 들었던 것 같다. 


진짜 거짓말 같지만, 이게 내가 여행을 하며 봉사를 하고, 기부를 하기로 마음먹은 사건이다. 


저렇게 예쁘고, 영어도 잘하고, 착한 소녀가 

가난한 환경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빈곤한 삶 또는 몸을 팔아야 한다는 것이 그 당시 나에게는 너무 충격적이었다. 

나 또한 한국에서 가난하게 태어나, 가난하게 자랐지만 나는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나는 아마 "교육"을 받았기에 이런 기회가 있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이후로, 대여섯 번 더 클럽을 가긴 했지만, 이제 그런 여행은 안 하기로 했다. 


왜 사람들이 가난한지 궁금해졌고, 그렇다면 어떻게 그 가난을 해결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품었다. 


물론 그렇다고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봉사하고 한건 아니다. 며칠이 지나 다시 그런 마음은 시들어졌고, 

다만 이제는 눈앞에 가난한 아이들을 외면하는 경우가 많이 줄었다. 


밥을 사주고, 사진을 찍어 선물하고, 아픈 친구들이 있다면 병원을 데려갔다. 

돈을 주지는 않았지만, 학용품을 선물해 주었고, 그냥, 잠깐이라도 그들 곁에 있어주었다. 


그때 그녀는 뭘 하고 있을까? 


재밌는 건, 2년 전 아내랑 이 이야기를 하며 함께 태국 방콕의 그녀와 걸었던 길을 함께 걸었다. 


"여보. 여기가 그녀랑 나와 대화했던 곳이야.  아마 그 친구가 없었다면, 지금의 코인트리도 없었을 거야. 

그리고 그녀랑 잤다면 ㅋㅋㅋ 아마 여보랑 결혼 안 하고 그녀랑 했을지도 몰라 ㅋㅋㅋㅋ " 


아내는 웃었다.  아내는 내가 이런 이야기 하면 귀엽다고 웃는다. 그 미소가 은근히 내 기분을 말랑 꼴랑 하게 만든다.  2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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