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4학년이었을 때였다. 그때 난 솔로였다. 평소 엄마와 자주 여행을 다녔고, 여행을 엄마와 함께 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했다. 우리는 둘도 없는 여행 단짝 파트너였다. 엄마도 여행을 좋아했고, 나도 엄마의 영향을 받아 여행을좋아했다. 여행 동호회에서 여행을 갈 땐 늘 엄마와 동행을 했었고, 사이좋은 모녀 사이를 다들 부러워했었다. 그래서 엄마와 여행을 하면 늘 즐겁고도 행복했다. 그래서 여행이 너무나도 좋았다.
23살 꽃다운 청춘이었던 그 시절 나는 크리스마스이브날 딱히 특별한 일정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뭐할까 생각하며 인터넷을 뒤지다가 국내 여행 패키지를 보게 되었다.
‘그래! 이거야! 엄마랑 여행을 가야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엄마와 단둘이 크리스마스이브에 눈 덮인 삼양목장과 월정사 전나무숲길을 가기로 결정을 했다. 그렇게 나는 여행에 들떠있었고, 엄마도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나와 엄마는 여행 출발지였던 광화문 6번 출구 동화면세점으로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신나게 걸어갔다. 12월의 새벽은 깜깜했다. 공기는 차가웠지만, 상쾌했고, 뭔가 기분 좋은 일들이 일어날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리는 버스 좌석을 확인하고 가이드와 인사를 하고 버스에 탔다. 버스에 올라온 순간 기분이 뭔가 이상했다. 알고 보니 우리 모녀커플을 제외한 모든 여행객들은 커플이었다!
아차 싶었다! 누가 성탄절은 가족과 함께라고 했던가.. 해외에서는 성탄절에는 가족끼리 선물을 주고받으며 행복한 모습을 TV에서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성탄절은 연인들의 기념일이었다는 걸 나는 간과하지 못했다. 다들 눈에서 하트가 나오고 있었다. 내 하트는 그 버스에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엄마와 함께 왔으니, 엄마에게 멋진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여행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비록 내 하트가 없어서 속상하긴 했지만 말이다.
나는 마음속으로 엄마와 멋진 선물 같은 여행을 하기로 다짐했다.
그 버스에서 커플이 아닌 사람은 가이드와 엄마, 그리고 나였다. 그래서였을까 여행에 집중을 하지 못했다. 자꾸 다른 커플들의 스킨십이 눈에 들어왔다. 추운 날씨에 서로 손을 호호 불어가며 온기를 공유하는 모습, 마치 접착제로 붙여 놓은 것처럼 한 몸처럼 붙어서 다니는 커플들. 서로 모자를 씌워주고, 목도리를 둘러주는 모습,, 이런 알콩달콩 예쁜 모습을 보며 부러웠었다. 하지만 그래도 엄마랑 재미있게 지내려고 더 노력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겨울철 예쁜 여행지를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날은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있었다. 왜 자꾸 여행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부분들이 보였던지..
그래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어느 순간 나는 더 이상 커플들에게 눈길을 주지 않고, 그 대안으로 계속 가이드를 주시하고 있었다. 가이드라면 나이도 많고 경험이 많은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던 나의 생각은 그야말로 편견이었다. 생각보다 가이드는 젊었다. 나랑 나이 차이도 얼마 안나 보였다. 가이드가 대단해 보였다. 나이도 젊어 보이는데, 가이드를 한 다는 사실이 멋져 보였다. 여행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으니,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꿈의 직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