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이모가 우리 가족 단톡 방에 사진 한 장을 남겼다. 이모가 담담하게 총알이라고 알려주었다. 만약 총알이라고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한 번도 총알이 날아와 박혀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으니 무엇인지 한참을 궁금해했을 것이다. 간밤에 폭동들이 이모 가게뿐만 아니라 주변 가게들을 모두 습격했다고 한다. 사람이 안 다쳐서 정말 다행이었다. 이모가 88년에 미국에 간 이후 이런 간담이 서늘해지는 소식은 처음이었다.
진열장에 총알이 박힌 모습
그동안은 쇼핑몰 안에서 장사를 하셨지만, 이제는 이모 건물에서 가게를 운영하다 보니 보안 부분에 있어서 철저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런데 한밤중에 이 동네 모두 털렸다고 한다. 동네 알코올을 판매하는 가게는 전부 다 털리고, 백화점도 털리고, 월 마트도 털렸다고 한다. 아침에는 경찰들이 와서 지문을 채취한다고 검정 가루를 다 뿌려놓고 갔다고 한다.
다행히 이모 가게의 모든 보석은 가게 안 금고 안에 있기 때문에 보석은 아무것도 훔쳐가지 못했다. 하물며 쇼케이스에 있던 크리스탈과 옥도 안 가져갔다고 한다. 아마도 금고 안의 다이아몬드를 노렸던 것 같다. 결국 보석가게에서 허탕을 치고 돌아갔지만, 가게는 완전 엉망이 되어버렸다.
이 모습을 단골손님이 먼저 발견해서 동영상을 찍어서 이모에게 보내주었다고 한다. 사람이 없는 밤에 다녀갔으니 정말 다행이었다. 물론 사람이 있는 낮시간에는 가게 안에 보안관이 상주하고 있으니 괜찮지만 사람이 다칠 수 있으니 밤에 온건 천만다행이었다.
지금까지 미국에 사는 이모가부러웠었다. 하지만 이렇게 치안이 위험한 곳에서 살고 있는 이모가 이제는 걱정이 된다. 빨리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오길 바라며 이모에게 "미국 살기 안 좋은 곳이네. 빨리 한국으로 와요. 한국은 아주 안전해."라는 말을 했다.
그런데 이모가 했던 말이 더 대단했다. "걱정 마. 얘네들이 소문낼 거야. 보석가게 들어가봤쟈 보석이 금고에 있어서 텅텅 비어서 없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마음이어서 정말 다행이긴 했지만. 그래도 미국은 무서운 곳이다.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폭동들의 피해는 교민들도 많이 받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고생하면서 모은 전 재산일 수도 있는데. 노동의 가치는 한순간에 무시해버리고 한탕을 노리는 자들이 있는 미국에서 같이 사는 건 목숨을 건 모험일 것이다.
미국에서 한 달 동안 있으면서 이모에게 안전에 대한 주의사항을 끊임없이 들었다. 주유소도 아무도 없는 주유소는 들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사람들이 주유하고 있는 곳만 찾아서 들어가고. 집에 차고지에 차를 주차했을 때에도 차고지 문이 닫힐 때까지는 차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언제 어디서 총 들고 나타날지 모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언제 총에 맞을지 걱정하며 살고 있는 미국인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는 바로 위에 북한과 휴전 중인 상황임에도 우리는 밤 12시를 넘어 새벽까지 한강에서 술을 마시고 집에 와도 안전한 곳인데. 미국에서는 해가 지고 밤이 되면 바로 집에 가는 것이 안전한 곳이니 말이다. 최소한 우리나라는 갑자기 나타나 총을 쏘는 사람은 없으니 우리나라가 살기 좋은 나라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