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와 지혜
밀리터리 덕후는 아니지만 군에 관련된 미국 드라마를 즐겨본다. 밴드 오브 브라더, 제네레이션 킬, 더 퍼시픽, 씰팀 등. 특히 밴드 오브 브라더는 몇 번이나 다시 봤다. 군인들의 우정과 희생에 대한 이야기도 좋지만 주로 즐기는 포인트는 리더와 조직원의 고뇌에 대한 점이다. 전장에서 끊임없이 경쟁해야 하는 두 조직의 내외부적 고뇌를 절절히 느끼기에는 밀리터리 드라마 만한 게, 나에게는, 없는 것 같다.
비즈니스의 세계는 시장이라는 전장에서 조직들끼리 끊임없이 경쟁하는 과정이다. 역사적으로 경쟁에 대해서 제일 오랫동안 연관되어 있고 제일 많이 투자된 영역은 전쟁이다. 그리고 전쟁을 제일 잘 아는 건 군이다. 그래서 그런지 군에서 따온 경영 전략/전술들이 많이 있다. 보급, 전투, 조직, 이동, 명령체계, 정보체계 등 알게 모르게 우리는 우리의 조직을 군대와 비슷하게 바라보고 있다. 역사라는 인프라를 바탕으로 성장한 군을, 조직이 따라 해서 경쟁에서 승리하려고 하는 건 아주 합리적인 접근이다.
조직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결국 무기에서 오는 것이다. 그것은 소총일 수도 있고, 미사일 일 수도 있고, 빠른 보급을 위한 보급 항공기 일 수 도 있다. 그것은 새로운 서비스 일 수도 있고, 연비 좋은 엔진 일 수도 있고, 감동을 주는 영화 일 수 도 있다. 조직은 무기를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소모하면서 경쟁한다. 그리고 그러한 무기를 생산하는 건 조직의 생산부이다. 조직이 군에서 지혜를 배울 때, 생산부는 예술(art)에서 지혜를 배운다.
원래 예술은 기예와 기술의 의미를 모두 가지고 있고 전반적인 창작 활동을 의미한다. 고대에 예술가는 신전을 설계했고 도예를 하면서 미학적이면서 기술적인 역할을 모두 담당했다. 시대가 지나면서 르네상스의 대표적인 artist로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있다. 현대에도 멀티미디어, 인터랙티브 아트, UI/UX 등으로 예술과 기술의 역량이 모두 필요하다. 예술은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분석하고 표현하는데 노력했고 이러한 노력의 결집이 지혜를 만든다. 예를 들면 건축가 루이스 설리반의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단순히 건축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되는 디자인 철학이다.
조직은 무기를 통해 경쟁을 하고, 경쟁이 끝나면 크든 작든 성과를 얻는다. 이러한 성과는 파괴되어 자원으로 환원된다. 전쟁에서 노획된 철광석은 철괴로 변화한다. 경기의 과정은 데이터가 되어서 다음 경기를 위해 사용될 것이다. 경쟁에서 선택된 자동차는 판매되고 판매를 통한 돈은 다음 경쟁을 위해 투자된다. 그리고 현대 비즈니스 시장에서는, 마지막 예시처럼, 성과들이 판매라는 이름으로 파괴된다; 다른 관점에서는 판매로 파괴되는 게 아니라 화폐라는 게 모든 걸 파괴할 수 있을 정도로 너무 강력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수준 높은 파괴를 하기 위해서 우리는 상업의 역사를 통해 지혜를 배울 수 있다. 고려의 송상들은 고려인삼을 중국에서 매우 큰돈으로 파괴할 수 있었다. 서양의 상인들은 아시아에서 후추를 들여와서 유럽에서 판매하여 거부를 이루었다. 남극에서 냉장고를 파괴하고 사막에서 난로를 파괴하여 돈으로 환원했다. 상인과 세일즈는 다음 경쟁을 준비하기 위해 생산물을 어떻게 잘 파괴할 수 있는지를 우리에게 알려준다.
생산, 경쟁, 파괴 이 3 요소는 생의 주기이다. 생산되고, 생산된 것끼리 끊임없이 경쟁하고, 경쟁이 끝나면 파괴된다. 인간의 의지로 순수가 체계를 갖는다. 체계는 다른 체계와 경쟁한다. 그리고 체계는 결국 파괴되어 결국 순수로 환원된다. 태어나고, 싸우고, 죽어 흙이 된다. 수 없이 많은 주기를 겪으며 인간은 지혜를 구한다. 지혜가 불안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수 없이 많은 곳에서 지혜를 찾을 수 있고, 역사도 그중에 한 가지이다. 필자는 사이클을 구성하는 3 요소에 지혜를 구하려고 고민했고 예술가, 군대, 상인의 역사가 적절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필자의 고민이 독자에게 조금이라도 영감을 주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