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병원에 가다(1).
아빠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알코올 중독인 그와 잘 살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알코올 중독을 극복하는 해피엔딩이 예견된 글이 아니며, 그렇다고 해서 극적인 에피소드를 다루는 다이내믹한 에세이도 아닐 것임을 초장에 알린다. 우리 집 알코올 중독은 끈적하고 미지근한 편으로, 도통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나는 새드엔딩만 아니기를 바라며 기승전을 견뎌볼 요량이다.
아빠는 올해(2024년) 초 어떤 병원에서 '알코올 의존증'이라고 진단을 받았다. 다른 의미가 있길 바랐으나 그저 알코올 중독이라는 뜻이었다. 병원을 가기 전 엄마, 오빠, 나는 각자 범위에서 닿을 수 있는 가장 전문적인 정보를 찾아다녔다. 엄마는 인터넷을 뒤졌다. 치열하게 메모하고 고민했으나 쓸만한 정보를 많이 찾지는 못했다. 인터넷에 검색되는 내용들은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원론에 그쳤고, 개인적인 경험담 같은 건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빠와 나는 각각 직장과 정부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전문가와 상담했다. 내가 만난 어떤 상담사는 알코올 중독에 걸린 사람이 1명이더라도 그 증상은 가족 전체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알코올 중독은 가족병이라고 했다. 아빠를 둘러싼 우리 모두가 불안하고 우울하고 아팠으므로, 상담사의 말은 틀림이 없었다.
상담사는 내게 함께 병원에 가는 것만이 해결책이라고 일렀다. 아빠는 엄마와 함께 경기도에, 나는 서울에 따로 살고 있었는데, 그래도 엄마 말고 내가 가야 한다고 말했다. 본인이 상담해 본 케이스들 중 배우자 말보다 딸의 말을 수용하는 아빠가 많았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그리고 아빠를 설득하려고 할 게 아니라 그냥 병원에 예약을 걸어두고 통보하라고 했다. 병원 가자는 제안은 거절하기 쉽지만 병원 예약했으니 무조건 가야 한다는 말은 거절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에 힘입어, 나는 병원을 예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