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보통 엔딩을 위해

아빠 병원에 가다(2)

by 진정

진료 예약은 매우 쉬웠다. 집에서 걸어가기 멀지 않은 정신과 중 네이버 지도상 리뷰가 나쁘지 않은 곳을 골랐다. 술에 취해있을 아빠를 데리고 가야 하므로, 가까운 게 최우선 기준이었다. 전화를 걸어 당사자가 아니라 가족임을 밝히고 증상을 말하니 의외로 예약이 가능하다고 했다.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름을 접수하진 못하고 시간만 확보할 수 있었는데, 그만해도 감지덕지였다.


어려운 부분은 그다음이었다. 막상 예약까지 하고 나니, 회피하고 싶어졌다. 아버지 알코올 중독인 것 같으니 나랑 같이 정신과에 가요,라고 도저히 말할 자신이 없었다. 아빠는 이미 괴로웠다. 괴롭지 않고 싶어서 술을 마시는 사람을, 나아지자고 더 괴롭혀도 되는지 나는 내내 헷갈렸다.


사실 이 부분은 우리 가족이 줄곧 헷갈려한 지점이었다. 엄마가 술을 마시지 말라고 단속하면, 아빠는 왜 내가 괴롭게 오래 살아야 하냐고 반문했다. 그냥 술 마시고 담배 피우면서 짧게 살고 싶다고 했다. 나는 내가 예상한 것보다 아빠가 훨씬 빠르게 없어질까 봐 그런 말을 하게 하는 게 싫었다. 또 아빠는 자꾸 몰래 나가서 술을 사 먹었는데, 이를 알게 된 엄마가 아빠의 현금을 빼앗았다. 그다음엔 카드를, 그다음은 삼성페이가 되는 핸드폰을 빼앗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엄마는 아빠의 지갑과 핸드폰을 열고 문자와 어플에서 내역을 확인했다. 급기야는 집 주변 편의점에 들러 결제 기록에 소주가 찍혀있는지 물어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렇게 술을 마시지 않게 하는 게 우선이었을까? 아니면 아빠가 작아지지 않도록 존엄성을 지켜주는 게 먼저였을까? 이 부분에 대해 엄마와 나는 아직도 합의하지 못한다.


나만큼은 약해진 아빠의 편을 들어주고 싶었다. 차마 병원에 가자는 말을 할 수 없어 망설여졌다. 가자고 한다고 갈 것 같지도 않았고, 아빠는 당시 웬만한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했으므로 말해봤자 안 갈 것 같았다. 나는 서울에 있고, 병원은 평일에만 운영하고, 나는 직장엘 다니고, 일이 바빴고, 오빠는 나보다 곱절은 바쁘고, 엄마는 안 가도 된다고 생각하고, 상담사는 나보고 모셔가라고 했지만, 내가 데려가기엔 아빠는 179cm의 장신이라서, 어차피 아빠는 병원 가기 싫어하고, 또 아빠가 어떤 날들엔 나름 괜찮아 보였기 때문에,


병원 가자고 말 안 할 이유는 너무나도 많았다. 나는 병원 가자는 말을 꺼내기를 보류했다.


그러다가 어느 일요일, 경찰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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