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보통 엔딩을 위해

아빠 병원에 가다(3)

by 진정

경찰이라는 전화를 받았을 때, 피싱일까 생각했다. 전화의 내용인즉슨, 여기 버스 터미널에 주취자가 있고, 주취자의 최근 통화 목록에 내가 있어서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버스와 버스 사이 바닥에 누워서 자는 걸 겨우 발견해서 의자에 앉혔다고, 위험했다고도 했다. 가까스로 현대인의 미덕을 떠올리며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다. 사진 속 주취자는 터미널의 파란 플라스틱 의자에, 허리를 펴고 다리를 꼬고 팔짱을 낀 채 잠들어 있었다. 그 꼿꼿한 자세는, 우리 아빠가 아닐 수 없었다.


아빠의 앉은 자세는 언제나 꼿꼿하다. 단정한 회사 생활이 아빠의 몸에 각인된 것 같았다. 아빠는 정장을 입고 다니는 회사에 30년 근속하다가, 은퇴하면서 알코올중독자가 되었다. 회사 익명 게시판에서 아빠같이 오래 다닌 사람에 대해 월급충이라고 말하는 글을 보고 술을 마신 날이 있었다. 갑자기 넘치는 시간을 어찌할 바 몰라서 마신 날도 있었다. 은퇴 후 아빠는 회사생활이라는 잠에서 깬 사람 같았다. 일어나 보니 젊음도, 시간도, 자녀의 어린 시절도, 부모님도 다 잃어버린 사람. 엄마가 오빠를 출산했을 때, 회사에서 애는 네가 낳냐며 아빠를 병원에 보내지 않았더랬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도, 아빠는 회사 일로 바빠서 할아버지를 뵈러 가지 못했다. 아빠는 옛날 사진을 보면 어지럽다며, 어린 시절 사진을 치우라고 한 적도 있었다. 그렇게 소화하지 않고 쌓아왔던 일들이 잠에서 깨어난 아빠를 한 번에 덮쳤을지도 모르겠다.


주취자로 찍힌 모습에서조차 각인으로 꼿꼿한 아빠를 보고 안심한 것도, 슬펐던 것도 같다. 나는 차가 없으니, 최대한 빠르게 차를 보내 아빠를 태워왔다. 오면서 깬 아빠에게 협상을 시작했다. 내가 엄마에게 말할지, 아님 비밀을 지키고 아빠가 병원엘 갈지. 그렇게 겨우, 아빠는 병원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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