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무섭다.

사실 조금 무섭다.

by 모래인간 김모래

두려움을 이겨내는 게 차암... 어렵다.

눈 앞에 보이는 고통은 상상하기 쉽다. 게다가 두려운 마음은 실제보다 부풀리기 쉽다. 상상력은 사람을 비겁하게 만든다고 했던가, 그 순간이 영원 같고 무시무시한 자극이 되어버린다. 또 부정적인 기억은 시간을 내리막길 삼아 그 길을 구르며 눈덩이처럼 커진다. 예상하고 상상하는 게 이렇게 무서울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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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골수검사를 하러간다. 백혈병 환자인 나에게 필요한 검사이며, 상상력 풍부한 나에게는 상당히 무서운 검사이다. 골수가 뼈 안에 있다보니 검사 부위가 깊다. 그래서 아프다. 검사 부위가 허리 언저리이기 때문에 나는 항상 검사 과정을 본 적은 없다. 그저 욱씬거리는 고통만 느낄 분이다.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아서 일까? 내 뇌는 이 낯선 감각의 설명이 필요했나보다. 골수 검사를 앞둔 나는 항상 검사를 혼자 상상하며 내 무서움을 홀로 키워왔다. 당일까지도 비슷했다. 침대에 엎드린 나는 내 허리를 찌를 이름 모를 검사 도구들을 상상하며 바들바들 떨곤 했다.


이왕 피하지 못한 고통이라면 딱 피하지 못할 만큼만 괴로워하면 될 걸, 나는 항상 과하게 두려워했다. 마음으로는 알지만 쉽지 않았다. 며칠전부터 나 혼자 소란스럽다. '괜찮아. 15분이면 끝나.','역시 바늘은 굵겠지?', '잘하시는 분이 해주셨으면 좋겠다.', '사고 같은 건 안나겠지?', '후... 이건 몇번을 해도 익숙해지지 않냐. 이번에도 분명 아플텐데.', '노래들으면서 할까? 그냥 하는 게 나으려나?', '이렇게 상상하면 더 힘들어 잊어버리자.', '그래도 아프겠지?', '골수가 뼈 속에 있다면 도대체 바늘은 어디까지 들어오는 걸까. 역시 아프겠지?', '긴장하지 말자. 너무 걱정하면 더 아플거야.', '너무 긴장을 안하면 아드레날린 같은 호르몬이 안나와서 더 고통스럽지 않을까?'... 온갖 생각이 다든다. 이번에도 며칠동안 머릿속을 시끄럽게 보냈다. 걱정한들 달라지는 게 없는데 왜이리 머리는 시끄러운지, 그러다보니 결국 오늘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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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골수검사는 진심어린 위로로 힘이 난적이 있다. 큰 위로, 용기가 됐다. 평소에 내가 걱정하며 부풀린 공포감이 사라지는 게 느껴졌다. 그 날 골수검사 때도 당연히 주사바늘은 내 허리를 찔렀다. 그 소름끼치는 뻐근함도 당연히 느껴졌다. 하지만 평소보다 덜 아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유하자면 바가지 없이 딱 제 값을 받은 느낌이었다. 공포 빼고 고통만.


어릴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막 혼자 자기 시작했을 무렵, 비오는 날이었다. 나 혼자 있는 방안에 꼭 무언가 있을 것만 같았다. 창문에서 나는 소리가 그 증거 같았다. 소리가 들릴수록 눈을 꼭 감았다. 나 혼자 상상 속 괴물의 형체를 완성하고나서야 도망치듯 방을 나와 엄마 품으로 갔었다. 엄마는 어린 나를 달래며 그저 비가 오는 거라며, 아무 것도 없다는 걸 확인시켜주셨다. 그러고 나니 별 일 없다는 듯 쉽게 잠에 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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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 차례이다. 직접 상상을 멈추고 공포를 덜어내야한다. 아픈 검사가 두렵지만 딱 아플 만큼만 아파야한다. 두려울 만큼만 두려워한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이다. 매번 누군가의 위로 혹은 커다란 보호자가 내 공포를 덜어내줄 순 없다. 두렵지만 딱 실체만큼만 두려워하고 아파해야한다. 어쩌면 이런 용기가 쌓이면 용기만큼은 덜 아플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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