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실종 사건 #1

범인은 누구?

by 자백



일요일이 되면 딸은 평소 학교 갈 때보다 부지런해진다. 동네언니가 다니는 교회를 가기 위해서다.

신을 믿느냐를 떠나서 놀고 싶은 마음 가득한 여느 아이와 같다.


늘 그랬듯 주말이면 그 계절에 체험할 수 있는 대부분을 딸과 함께 했다.

봄이면 향긋한 꽃길을 걷고 여름이면 어김없이 시원한 계곡과 바다를 누빈다.

온 나라가 물든 가을에는 그 시기를 놓칠세라 부지런히 사진을 찍고

바깥활동이 어려운 겨울에도 가볼 만한 실내는 다 찾아가 본다.

그뿐이랴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산책이라도 꼭 하는 편이다.


아이들이 자라나는 모습은 뿌듯하지만, 아쉬운 마음이 큰 것도 사실이다.

조금이라도 더 함께 하고픈 아빠의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아 가끔씩 투정을 부리지만,

억지로 데리고 갈 수 없는 노릇이다.

지하철, 혼자 보는 동영상이 퍽 재미있다.

조금씩 웃길 시작 하더니 점점 커지는 소리에 주위에서 힐끔힐끔 쳐다본다.

웃음소리는 멈출 줄 모르고 어느새 한두 명씩 따라 웃길 시작 한다.


동영상 플랫폼에서 보다 그만 자고 있는 딸에 잠을 방해할 뻔했다.

그냥 웃는 영상인데 조회수가 상당히 높다. 나도 물론 좋아하는 영상이다.

우리나라의 모습은 아니지만 웃음 전염이 된다는 건 지구 어디서나 통하는 것 같다.

이런 전염은 환영이다. 구석구석 마음껏 퍼져나갔으면 좋겠다.


그날 저녁, 딸아이와 아는 언니는 비교적 늦은 시간까지 놀이터 바닥을 휩쓸며 다닌다.

뭐가 그리 좋은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모습에 들어가자는 소리가 쑥 들어간다.

아빠는 항상 피곤한데 저들은 이제 시작이다.


나의 팔자주름은 어릴 적 개그 프로그램 때문이다. '한바탕 웃음으로'라는 제목에 온 식구는 마음껏 크게 웃었다. 세월의 흔적과는 절대 무관 하다(웃음). 사실이다. 정말 많이 웃었고 또 웃었다. 입을 크게 벌리고 소리 내어 웃는 함박웃음이다. 지금은 언제인지 기억도 못할 만큼 웃음은 사라지고, 주름만 잔뜩 인상만 늘었다.


술 한잔 기울이면 어느새 걱정 근심 가득한 신세한탄뿐이다.

누구를 만나도 좋은 일이 있어도 무료하기만 하다.


난 철없는 아빠인데.. 2년째 백수로 살고 있고 나름 취미활동도 하는데..


누가 내 웃음을 훔치기라도 한 걸까?

나이 들면 젊잖아야 된다는 분위기 때문일까!!

아니면 산타 할아버지는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일까!!!

차라리 웃음 도둑이 훔쳐 갔다고 말하고 싶다.

다른 이유는 왠지 핑곗거리 같아 썩 마음에 안 든다.


눈물 쏙 뺄 정도로, 너무 웃어 배가 아플 정도로, 턱이 빠질 정도로 웃고 싶다. 크게 소리 내어 웃고 싶다.

어릴 적 마냥 행복하고 모든 게 재밌기만 했는데, 이제는 웬만해서는 흥이 안 난다. 왜 일까?

오래전 희미해진 동심이 이제는 정말 메말라 버린 걸까? 아니길 바라보지만, 세월은 기다려 주는 것 같지 않아 쓸쓸할 뿐이다.


아직 수행이 부족하다. 나에 대해 조금 더 알아봐야겠다. 내 취향, 관심 있는 분야, 싫은 음식, 웃음 포인트 등등 구체적이고 더 다양하게 말이다.


.

.

.

.

.

.

.

.

.

.

.

.

.

.

.

.

.

..

.... 사실 나는 웃음이 왜 사라졌는지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