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색 가루 백색 종이 글씨가 되어
허기짐의 지속이 욕망을 자극하고
채우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인다
내 욕구는 끝이 없고 그 또한 모르기에
일단 닥치는 대로 담아 본다
더 채울 수 없다고 느낄 때...
글쓰기는 가난입니다.
무엇으로 채울지 어떤 모양으로 채울지는 오로지 자신만이 해 야 합니다.
비슷해 보여도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기에 오늘도 수많은 빈 종이를 채웠다
지우기를 반복할 뿐입니다.
결과가 어떻든 내용에 대해 책임을 피할 수 없으니
단어 하나 쉽지 않고 흐름조차 고민입니다.
지독히 혼자인 시간과 내면의 선택들이 온전한 나이기에
더더욱 고집스럽게 써 내려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비우고 다시 채우고
끝없는 실망과 반복만이, 좋은 글이 되기에 나를 더욱더 가난으로 몰아가야 합니다.
완전히 비어 내지 못하면 지나간 과거처럼 후회되고, 그 미련이 사념이 되어 글을 망치게 됩니다.
글자는 하나의 문장이 되고, 그 문장이 이어져 짧은 문단을 만듭니다.
백색 종이는 받아들일 수 있고 원하는 색이 있다면 힘을 빼고 포기할 줄 알아야 합니다.
가난은, 돌이켜 나를 보게 하고 본질을 깨닫게 해 주며 이타심을 알려 줍니다.
역시 나와 다르지 않다는 걸 말입니다.
나와 다르지 않다는 건 '그럴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입니다.
백색 종이가 나라면 시작할 수 있습니다. 지금.
... 비로소 내가 비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