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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의 다름을 인정하면

결혼을 하고 행복한 부부생활을 위한 간단 지침서 #1

by HappyBear

행복한 결혼, 그 시작을 돌아보며

나는 서른여덟이 되어서야 반려자를 맞이했다. 요즘 기준으로 보면 아주 늦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비교적 늦은 결혼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결혼 생활을 이어오며 문득 깨닫는다.
나는 주변의 싱글들에게 "결혼은 행복해." 라고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다닌다는 것을.
그만큼 나의 결혼 생활은 감사할 만큼 행복하고, 다행스러울 만큼 안정적이다.
때로는 이렇게까지 평온해도 되는 걸까? 싶을 정도로, 지금의 삶이 만족스럽다.

하지만 요즘, 미디어에서는 이혼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넘쳐난다.
자극적인 갈등과 파국을 당연한 듯 보여주는 화면 속 부부들을 보며, 나는 나의 결혼 생활을 떠올리게 된다.

이 행복은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무엇이 지금의 안정과 만족을 가능하게 했을까?

문득, 그 근원을 되짚어보고 싶어진다.



처음부터 잘 맞았던 걸까?

나와 아내, 유별.
우리는 처음부터 서로 잘 맞는 사이였을까?

결혼 초반에는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크게 다투거나 목소리를 높인 적은 없지만, 속으로 덜컥거리는 감정이 없었던 건 아니다.

퇴근 후, 나는 자연스럽게 총각 때처럼 집안일을 먼저 했다.
집에 오자마자 청소기를 돌리는 것이 내 오랜 습관이었으니까.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왜 나만 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슷한 시간에 퇴근한 유별이는 소파에 누워 조용히 HP(에너지)를 회복하고 있었다.
나는 몇 달 동안 쿨한 척하며 묵묵히 청소기를 돌렸지만, 어느 순간 그 질문이 다시 떠올랐다.

아마 혈기 왕성했던 20대나 30대 초반이었다면, 아무런 고민 없이 불쑥 내뱉었을지도 모른다.
"왜 나만 하냐고!" 하고.

하지만 나도 어느새 세월의 경험이 쌓였는지, 입 밖에 내기 전에 한 번 더 생각을 거치게 되었다.
"유별은 저렇게 살아왔고, 나는 이렇게 살아왔으니까."
"퇴근 후 청소하는 것은 내 방식이고, 유별은 자신만의 방식대로 휴식을 취하는 거겠지."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계속 청소기를 돌렸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나름대로 지혜롭게 처신하고 있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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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의 다름을 받아들이는 순간,
결혼은 한층 더 단단해진다.


그동안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온 두 사람이 결혼했다고 해서, 마치 톱니바퀴처럼 완벽하게 맞물릴 수는 없다.
나는 나대로 살아온 내가 있고, 유별은 유별대로 살아온 유별이 있다.

결국,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맞춰가는 과정이 결혼이라는 것.
그것이 내가 배운 첫 번째 교훈이었다.


"행복은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어떻게 발견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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