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존재에 대해 깊게 생각해봤습니다
대학교 2학년 2학기.
코로나가 한창일 때였습니다. 9월. 학기가 막 시작되고, 한 달은 꾸준히 다녔던 것 같습니다. 문제는 몸은 교실 안에 있는데, 정신은 딴 데 있다는 것이었죠. 그런데 내가 무엇에 정신이 팔려있는지 몰랐습니다. 왜 이렇게 집중이 안되고, 계속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지. 그렇다고 학교에서 나오면, 막상 갈 데도 없었습니다. 영화관, 만화방, 카페, 도서관, 서점. 저의 루틴은 항상 그렇게 이어졌거든요.
정확히 9월 28인가? 1교시를 마치고, 다음 수업에 들어가야 하는데 몸이 움직이질 않았습니다. 교실 문 앞에서 우두커니 서 있었죠. 다른 학생들의 통행을 방해하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습니다. 생각에 사로잡혔거든요. 그 생각은 추상적이었습니다. 목표가 없었습니다. 막연했습니다. 그래서 답답했습니다.
그러나 단 한 가지는 확실했습니다. '나가자, 일단.'
여길 벗어나야 살 것 같았습니다. 직장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하는 것도 아닌데. 그 평온하고 안전한 학교에서 왜 이렇게 벗어나고 싶었을까요? 그래서 2교시는 결석했습니다. 처음에는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성실하지 못하고, 수업을 막 빠지는 태도가 나쁜 학생. 복에 겨운 MZ세대. 이성적이지 못하고, 감정 기복이 높은 사람.그래서 신뢰 받을 수 없는 사람. 지금도 이런데, 나중에 직장 생활, 사회 생활은 어떻게 하지?
그래도 나갔습니다. 일단 나갔습니다. 해방감을 느꼈습니다. 학교와 정반대 방향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타고 창밖을 바라보았습니다.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아무 감정도 없었습니다. 다만, 뭔가 이 방향이 맞다고 어렴풋이 생각했을 뿐입니다.
그냥 공부가 하기 싫어서 회피하는 거 아닐까. 맞습니다. 근데 난 왜 공부가 하기 싫지? 그럼 뭐 하고 싶지? 그런 질문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한 번도 그런 생각은 해보지 않았거든요. 그냥 학생이 공부하기 싫으면 어떡해. 해야 할 것을 하지 않으면 나쁜 사람이야. 그렇게만 생각했습니다. 당연하죠.
사치라고 생각했습니다. 꿈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환상이고, 그럴 시간은 없다고 말이죠. 당장 취업을 해야 하는데, 이제 와서 전공을 바꿀 것도 아니고. 대체 내가 왜 이러는지 정말 답답했습니다. 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적응도 잘 하고 있는데. 왜 가만히 앉아있는 게 힘들었을까요? 어차피 수업은 교수가 하고, 난 듣기만 하면 되는데. 그냥 공부만 하면 되는데.
그날 이후로, 학교에 갈 수 없었습니다. 엄마가 무서워서 아침에 학교 가는 척을 하긴 했지만, 곧바로 다른 곳으로 향했어요. 박물관, 미술관, 전시회, 과학관 등 평소에는 잘 가지 않던 곳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별로 관심은 없었지만. 어디 가기가 귀찮으면 그냥 도서관에 짱박혀 있었습니다. 딱히 책을 읽지도 않았어요. 그냥 하루 종일 멍만 때리고 있었죠.
가끔 영화관에 가거나, 서점에 가거나. 기존과 크게 달라진 건 없었습니다. 우울했습니다. 무기력했습니다. 내 시간이 완전히 죽은 것 같았어요. 점점 일어나기가 힘들어졌습니다.
그리고 다행히, 우리 집 사람들이 발견하기 전에.
집으로 날라온 학사경고장을 발견했습니다.
올F.
그렇게 이번 학기는
등록금을 시원하게 날려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