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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행성식집사 Jun 23. 2023

[식집사 이야기] 안녕! 인사가 주는 힘

해바라기를 비춰주는 햇살이 될 수 있다면

6월이 되니 집 안으로 들어오는 해가 점점 짧아진다. 정남향 집은 집을 구할 때 가장 선호하는 방향의 집이지만 식집사에겐 조금 아쉬운? 집이다. 집 안으로 해가 들어오는 시간이 점점 짧아져 해를 직접 맞아야 하는 초록이들이 자라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더 해가 짧아지기 전에 저면관수 화분에 무엇을 심어볼까 고민하다가 해바라기 씨앗을 심었다. 작년에 심었을 땐 잎에 해충이 생겼는지 상태가 안 좋아서 중간에 포기했었는데 시작이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번엔 베란다 정원에 꽃을 피워보겠단 다짐으로.


오래된 씨앗이라 싹을 틔울까 걱정도 되었지만 맞은편에 심은 루꼴라 씨앗도 꽤나 잘 자라고 있어서 내심 기대를 했다. 다행히 며칠 동안 날이 맑아 해바라기씨를 덮은 흙 이불 위로 매일 햇살이 내리었다. 사흘쯤 지났을까. 흙 위로 빼꼼하게 고개를 내민 떡잎 두장이 보였다. ‘안녕! 만나서 반가워!’ 그 뒤로 옆에 심었던 씨앗에서도 쏙쏙 초록이들이 돋아나와 연이어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에 만난 씨앗이 건네는 인사에 ‘안녕! 와줘서 고마워! 우리 집에서 싹을 틔운 걸 환영해.’ 혼잣말을 하며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무사히 싹이 나온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은 아침이었다.


3월이 되어 새로운 우리 반 아이들과 어색하던 시기에 매일같이 교실로 찾아와서, 급식실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해 주던 작년 우리 반 아이들 얼굴이 떠오른다. 어느 학교에서나 3월 한 달쯤은 반가움에 아이들이 자주 찾아오곤 했었는데 6월이 되어서도 여전히 나에게 인사하러 오는 제자들이 있다. 어떤 아이들은 점심시간에 누가 더 자주 찾아오는지 대결을 하겠다며 서로 출석체크를 하고, 어떤 아이들은 교실로 찾아와 한참 수다를 떨다가 유행하는 k-pop에 맞춰 춤을 보여주며 장기자랑을 하고 간다. 드넓은 운동장에선 어떻게 나를 발견했는지 저 멀리서 달려와 깜짝 놀라게 하며 안부를 묻기도 한다. 흙 속에서 빼꼼히 머리를 내밀며 인사하는 새싹처럼 여기저기서 쏙쏙 나를 찾아와 인사를 건네면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여기저기 심어진 아이들 씨앗이 올해는 싹을 틔우며 반갑다고 말을 건다. 시간이 지나서 이 아이들이 해바라기처럼 환한 노란 꽃을 피워 세상에 반가운 인사를 건네는 순간을 상상해 본다. 그 순간을 오래오래 지켜보며 응원해 줄 수 있게 이 아이들과의 인연을 오래 이어가며 비춰주는 햇살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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