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토마토 열매 하나가 익어가기 위하여
실과 시간에 식물 가꾸기가 있는데 우리 학년은 4월 말부터 방울토마토, 가지, 고추를 기르고 있다. 같은 학년을 중임하는 터라 올해도 수월하게 자랄 줄 알았건만. 처음 심었던 모종은 밖에 내놓았더니 누군가가 다 뽑아버려서 뿌리가 끊겨버렸고 다시 심은 모종은 늦은 봄의 추위를 견디지 못했는지 이상하게 기다려도 자라지를 않았다.
이 와중에 우리 학년에서 유일하게 잘 자라는 식물이 있었는데 이 방울토마토와 가지는 빛이 잘 드는 복도 창가에 놓인 다른 반의 것이었다. 밖에서 자라나지 않는 식물에 비해 월등하게 잘 자라는 녀석은 아무래도 추운 시기에 실내에서 있었던 것이 온실에서 있는 효과를 낸 것 같다며 모두의 부러움을 샀다.
처음 심을 때만 해도 우리 반 아이들에게 ‘너희들 입속에 방울토마토 하나씩 넣어줄게.’라고 호언장담했었는데 실상 우리 반 녀석은 그럴 기미가 없었다. 아쉽지만 방학 전까지 시간이 한 달 더 남았으니 기다려 봐야지 생각할수록 다른 반의 식물은 어떻게 잘 자라지 궁금한 마음에 출근할 때도, 점심시간에도 자꾸 들여다보게 되었다.
유난히 바빴던 지난 일요일, 초과 근무를 하러 교실로 가는 길에 절로 다른 반 토마토와 가지에게 발걸음이 향했다. 사실 그동안은 학교 일과 시간엔 우리 반 초록이도 아닌데 괜히 만졌다가는 한 소리 들을까 눈으로만 조심조심 살피며 마음으로만 잘 자라길 응원했었다.
오늘은 자세히 들여다보니 금요일에 물 주고 가는 것을 잊었는지 흙은 바짝 말라 있고 잎은 축 쳐져서 ‘물 좀 주세요.’하고 외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얼른 교실에서 물조리개를 가져와 흠뻑 물을 주고는 쓰러져 가는 지주대도 다시 묶어 세워주고 방해가 되는 곁순도 하나씩 따주었다. 퇴근길 다시 녀석에게 가보니 어느새 물을 쭉 들이마셨는지 잎이 팽팽하게 펴지고 줄기가 곧게 세워져 있었다. 내가 발견하지 않았다면 하룻밤을 더 마르게 견뎌야했겠지 싶어 참 다행이었다.
문득 아이들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반 녀석이 아니면 어떠랴. 누구라도 좋은 마음으로 잘 자랄 수 있게 살펴준다면 그 녀석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학교에선 잘못된 행동을 하는 다른 반 아이를 발견해도 그 반 담임 선생님 대신 지도하는 것에 눈치가 보일 때가 있다. 세상이 각박해져서 모르는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에 바른말을 하다가는 해코지를 당하거나 되려 무슨 상관이냐며 싫은 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얘기도 뉴스에 심심치 않게 나온다.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조금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모든 아이들이 바르게 자라날 수 있게 함께 돌보는 마음이 허락되면 참 좋겠다. 이런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 자연스러워져 나와 인연이 닿아 어디선가 만나게 될 아이들의 자라는 순간에 물 한 모금 기쁘게 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