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닌 것을
아런 허 허 웃어넘길 일
구정 연휴 마지막 날, 집사람을 태워 초보 운전 중인 나는 여주 시내로 나갔다. 우리 집 앞 이웃의 강추에 휘둘려 여주 칼국수 맛집인 칼국수집으로 갔는데 연휴 휴업이라는 푯말을 보고, 옆 건물에 새로 생긴 중국집에 가서 난 해물짬뽕, 집사람은 시골식 짜장면에 튀김 만두 몇 알을 시켜 남들이 보면 친하다고 오해할 정도로 나눠 먹었다.
그런 후 여주 상가와 아파트 단지 사이 한적한 길을 걸으면서 내가 모처럼 마누라 손을 잡고 걸었다. 근데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나이 든 노인 한분이 웃으면서 '그리 손잡고 잡으면 안 잃어버리나'라고 반말 조의 말을 건넨다. 그분의 눈 엔 우리가 아직 젊은 축에 들어 보여 그럴지 싶다. 아니면 시골 사람들은 자신보다 나이가 적어 보이는 외지인들에 대해 편하게 부르는데 익숙해서 그럴지도 싶다. 어쨌든 상관에 없었다. 그 노인 분의 말에 나는 그제야 얼른 손을 놓으며 웃고만 말았다. 그분이 보기에는 우리 모습이 좋았고 부러웠던 모양이다라고 생각하며, 잠시나마 그 노인분이 '나도 한때 그런 때가 있었다'라고 과거의 추억을 소환하게 해 좋은 일 했구나 하고 나는 생각을 했다.
결혼 생활 35년 하고 장성한 아들 둘을 둔 60이 넘은 지금, 애틋하고 설레서 마누라 손을 잡는다기 보다는 젊은 날부터 손 잡히는 걸 마누라를 시험 삼아 손을 잡아 보았을 뿐인데 뿌리치지 않아 그냥 손을 잡고 걸어갔는데 노인 분 눈에는 다르게 보였나 보다 하는 생각에 까지 이르렀다. 어쩜 우리는 보이는 게 전부인 양 믿고, 아니 믿고 싶어 하며 살아가고, 셀렙의 sns를 보며 그들의 겉치레와 자랑거리를 부러워하며 모방 심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 게 다 부질없고 허상인데도 말이다.
이어진 여주의 명소인 신륵사와 도자세상 단지로 산책 겸 걷고 있는데 저만치 노인분들이 담배를 뻐꿈뻐꿈 피우며 다가오는 모습이 보여 얼른 내가 팔짱을 끼고 있던 손을 뺐다. 마누라는 또 오해 살 필요 없다며 나를 보고 웃었다.
구정 연휴 여주에서 '이런 허 허 웃어넘길 일'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