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의 흥망성쇠

미국의 이란 공습을 바라보며

by 동남아 사랑꾼

해운대 바다에 봄비가 내린다.

바람이 분다. 아파트 창가에 서서 내려다보는 먼바다의 수평선은 하늘과 맞닿아 있고, 바다색과 하늘색이 섞여 푸른 한 장의 그림이 된다. 경계가 없다. 방파제에 묶인 요트들이 바람에 작은 몸짓을 하며 타이어에 부딪힌다. 둔탁한 소리에 우리 집 강아지 히꼬가 귀를 쫑긋 세운다.



봄비 때문인지 세상의 시계도 흐리다. 미국의 이란 공습, 호르무즈 해협 긴장,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어진 지 몇 해, 또 다른 전쟁의 소식이 세계를 흔든다. 뉴스 화면은 늘 불안한 지도 위에 붉은 점을 찍는다. 사람들은 그 점을 ‘전략’이라 부르고, 지도자들은 그것을 ‘결단’이라 말한다.


나는 창밖 바다를 보며 묻는다.

다들 왜 이러는 걸까.


지도자의 과욕 때문일지도 모른다. 트럼프도, 푸틴도, 시진핑도 모두 칠십을 넘긴 지도자들이다. 긴 세월을 살아온 지혜가 세계를 평화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더 깊은 확신과 더 단단한 고집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본다. 유아독존의 과잉 페르소나(persona)의 모습니다. 나이든다고 다 철드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며, 나 역시 내 삶을 돌아보게 된다.


트럼프의 이란 공습에는 여러 계산이 있었을 것이다. 핵협상 카드였을 수도 있고, 국내 정치의 시선 돌리기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깊은 곳에는 미국의 오만(hubris)가 자리한 것은 아닐까. 자기 방식이 옳고, 세계가 그것을 따라야 한다는 확신.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힘의 언어.


역사를 떠올린다.

이집트, 페르시아, 로마, 대영 제국.


제국의 몰락은 언제나 외부의 공격 때문만은 아니었다. 스스로의 오만, 다양성을 받아들이지 못한 마음, 세계를 하나의 기준으로 재단하려는 조급함이 제국을 갉아먹었다. 힘은 오래가지만, 공감은 더 오래간다. 강대국이 오래 남는 길은 군함이 아니라 포용이라는 것을 역사는 반복해 보여준다.


지금의 미국이 그 길을 걷고 있는지, 아니면 잠시 길을 잃은 것인지 우리는 아직 모른다. 역사는 반복하지 않지만 리듬을 탄다. 그 리듬 속에서 인간은 늘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고, 또 같은 교훈을 얻는다.


해운대 파도는 여전히 출렁인다.

오늘은 거칠지만, 내일은 잔잔해질 것이다.


국가도 그렇지 않을까.

강대국의 흥망성쇠도, 인간의 오만도, 결국 시간이라는 파도 앞에서 낮아질 것이다. 우리가 할 일은 그 파도가 지나간 뒤에도 남을 다리와 길을 만드는 것이다.


봄비가 그친다.

히꼬가 다시 잠든다.

바다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숨을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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