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남아 사랑꾼 Mar 06. 2024

당신은 임종의 시간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50년 친구의 임종의 시간을 보며


지난주 퇴원한 50년 친구 집에서 갔다 왔다. 당초 친구 얼굴 보고 직장 동기 모친상을 갈 작정이었다. 그저 내 머리엔 오후 나절 두 개 일정을 마무리한다는  은한 후에도 못버린 직장인 증후군 때문이었을지 싶다. 밥을 먹고 가라는 친구의 말에 어쩌면 마지막 저녁일지도 몰라 상가 조문은 제쳐놓고 시골 밑반찬에 밥을 먹었다.


내 친구는 신경 암이 재발해 올해 1월 병세가 악화돼 입원했다가 퇴원했고, 퇴원한 날 나는 그의 집에 갔다. 과일을 사서 간 집 거실에 내 친구가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 모니터로 채널을 돌리고 있었다. "죽다 살 는데 괜찮나"하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친구 부인과 먼저 지방에서 온 친구 표정은 예사로워 보이지 않았고, 친구 부인은 눈에 띄게 살이 빠져 보였다. 나는 내 친구와 소파에 몸을 기대 텔레비전을 보면서 "너, 시골 친구 중에 보고 싶은 사람 없냐, 누구 어떠냐, 누군 어때"하며  묻는 질문에 그는 다 싫다고 한다. 내 친구가 지금 이 순간 만나고 싶은 친구를 꼽으라니 나를 포함 3명이라고 한다. 평상 살며  세상 이별할 때 고작 3명인가 싶은 생각에 서글퍼졌고, 나 또한 크게 다르지 않겠다는 생각도 잠시 해 보았다. 나는 내 친구에게  "그럼 네 동생들은 병원에 왔냐"하고 물으니 그는 "정인이 너, 형님한테 잘해"라는 말로 답변을 대신하는 것으로 보아 그들도 보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나도 형님이 학비며 고시 뒷바라지며 결혼까지 시켜줬는데 없는 집의 장손인 내 친구도 줄줄이 있는 동생들을 챙겨 살만큼 하게 해 주었다. 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 남긴 유산을 두고 불화가 있었던지 왕래가 없다고 나중에 들었다.


내가 친구 부인에게 친구가 얼마나 시간이 있냐고 물어보니 2달 정도이고, 환자 본인은 정작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한다. 내가 그래도 세상을 정리하고 떠나도록 알려 줘야 하지 않느냐고 하자 친구 부인은 무슨 얘기하다가도 자꾸 울음보가 터져 울고 하는데 사실대로 알려 주면 실망해 더 않을까 봐 도저히 말 못 하겠다고 한다


내가  말을 돌려 "친구야, 내가 혹시 20년 더 살면 10년은 너한테 줄게"라고 했으나 그는 놈담으로 받아들였다.


지난주 함께 집에 갔던 친구가 오늘 반찬을 하서 서울에 다시 올라와 다시 내 친구 집에 있다며 전화가 왔다. 지난주 때와 달리 발이 붓고 약도 먹기도 힘들 정도로 병세가 안 좋아지고 있다고 한다.


다시 한번 친구 부인에게 내 친구의 현재 병세를 이야기해 주고 세상 정리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하려고 하지만 안될지 싶다. 부인은 인근 납골당을 알아보고 있다고 한다.


새천년을 보고 싶어 했던 장인이 1999년 11월 병원에서 돌아가셨다. 그 당시 눈도 참 많이 오고 나도 일에 치여 자주 병원에 들르지 못했다. 어느 날 집사람이 병원으로  오라 하여 갔더니 집사람이 스탠드 등만 켠 채  주위는 어두운 분위기에서 장인과  무슨 이야기를 하던  처연한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 나중에 물어보았더니 의사로부터 들은 임종의 시간을 장인에게 이야기해 줬다는 것이다. 장모님도 못한 이야기를 딸이 한 것이다. 장인이 처음에는 흠칫 놀라더니 너 대단하다 그런 이야기를 해주다니라며 말했단다. 그 후 장모에겐 그간 살면서 큰소리친 것 미안하다고 하고, 우리 집사람에겐 평생 자랑스러워하던 딸이었는데, 내가 결혼할 때 내 시골친구들이 집사람이 부자동네 사니 함을 동네가 떠나가도록 팔 때 장인이 "동네에 남사스러우니 결혼 때려치우라고" 했던 상처 준 말이 미안하다고 했다고 한다.


 나는 그 순간에도 장인에게 "이제 제 점수가 얼마입니까"라고 물었다. 물론 100점은 넘었다며 웃음을 보여주셨다.


집사람이 장인에게 솔직하게 이런 임종시간을 이야기해 주어서 그분은 세상과 이별을 할 수 있었다. 물론 평소 책을 많이 읽고 철학자들을 존경하던 그분이어서 미리 죽음을 생각해서 그렇게 쿨하게 자기 임종을 맞았을 것으로 본다.


내가 집사람에게 우리에게도 이런 일이 생기면 솔직해지자고 했다. 나는 집사람이 장모도 못한 이야기를 임종의 시간을 장인에게 했으니 내가 그런 상황이 되면 분명할 것이다. 그런데 반대상황에서 내가 그럴 수 있을까 생각하니 자신이 없다. 나는 사람이 물러터졌다. 또 집사람이 나에게 솔직히 나의 임종의 시간을 이야기해 줄 때, 내가 장인처럼 그렇게 쿨하게 세상 이별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려고 지금부터라도 준비하려고 한다.


혹시 임종을 앞둘 당신은 어찌할 것인가. 임종 앞에 당신은 어떤 친구, 어떤 가족을 만나고 싶은가.




.

작가의 이전글 한국 3대 막걸리를 마셔 보았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