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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준비하며

일년초의 만개를 기다리며

by 동남아 사랑꾼

부산 대연동에 있는 유엔기념공원(한국전 참전 전몰 유엔군 2300여분이 잠든 곳, 옛날명 유엔묘지)일 년 내내 꽃이 피고 때마다 곁벚꽃, 색색의 장미 및 배롱나무 꽃이 핀다. 특히 겨울에도 많지는 않지만 새빨간 동백이 있다.


오늘 일년초 모종이 들어왔다. 8천여 모종으로 5가지 꽃들이다.


금잔화, 석죽, 사루비아, 데이지, 오스테오스 플멍이다. 아직 파란 싹이라 그 색은 아직 볼 수 없지만 비닐하우스에서 1달 반 정성스레 키우면 노란, 하얀, 붉은, 빨간색에 이들 혼합의 자태를 볼 수 있다.


예년보다 부산도 추워 온실 내 온실에다 거적을 씌워 이 모종들이 좋아하는 18~24도의 적정 온도를 맞출 수 있다. 개 없는 공원의 온실은 집 떠난 고양이들의 천국이다. 어찌해 보려고 해도 쉽지 않다.


정원사들의 손길이 며칠 전부터 분주한 모습이 보인다. 모종을 심기 위해 작은 비닐 화분에 거름을 넣고 가운데 구멍을 뚫어 놓는 모습이다. 그 수고로운 손길이 고맙다.


유엔기념공원은 사시사철 일년초가 있다. 이번 모종이 3월이면 꽃을 피우고, 6월과 9월엔 그 절기에 맞는 일년초가 심긴다. 겨울에도 보라색 괴 흰색 팬지를 심는다. 지금은 추워 꽃을 오그리고 있지만 이 추위가 지나가면 다시 생기를 찾아 3월의 일년초가 제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자리를 지킨다.


아직 공원의 또 다른 명물인 세타 메콰이어의 늘씬한 몸매에 달린 나무 가지엔 잎이 다 떨어지고 까치지만 덩그러니 있지만, 머지않아 저 나뭇가지의 카치집들의 앙상한 모습도 파릇파릇한 초록의 봄에 양보할 것이다.


엊그제 2.3 입춘이었지만 7년만 한파로 여전히 춥고, 그래서 '춘래불사춘', 봄은 왔지만 봄이 아직 오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입춘대길'의 봄에 대한 기대가 공원 앞 노부부의 이발소 입구며, 식당 여기저기에도 붙어 있다. 내 아버님이 돌아가 시 전엔 한자로 입춘대길을 문 앞에 붙이곤 했다. 그렇게 우린 봄을 맞이했다.


기후변화 때문에 절기가 안 맞고, 작년 말에 불어 닥친 대한민국 정국 한파와 밖으론 트럼프발 겨울 폭풍이 일고 있지만, 봄은 저만치 모퉁이까지 왔다.


알록달록하게 수놓을 3월의 일년초를 기다리고 있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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