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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묘지의 사계

봄이 왔어요

by 동남아 사랑꾼

유엔기념공원(구 유엔묘지)에 홍매화가 지난주 추위에 일부 떨어지고 난 후 그 아쉬움을 흰매화와 목련이 달래 준다.


원 북쪽 22개 참전국(전투병 16개국, 의료지원국 6개국) 국기가 나부끼는 상징구역 뒤편에 있는 하얀 목련 거리(3월 마지막 주 모습)



부산 시내 곳곳이 하얀 벚꽃이 피어있지만 유엔 묘지에도 얼마 안되지만 여기 저기 피어있다(4.1)


여기에 자주 온 인근 동네분들도 알지 못하는 숨은 하얀 매화꽃 단지가 공원 구석의 장비실 앞에 군락으로 자리 잡고 있다.


난 매일 오전과 오후 공원을 둘러보며 꽃, 나무 그리고 시설물을 둘러보는 하루의 기쁨에 감사하며 지낸다.


외진 곳에 있다 보니 손이 안타서인지 25년 이상된 50여 그루의 매화나무가 내키를 훌쩍 넘을 정도로 고목이 되었고, 꽃도 이쁘다. 매화나무 사이에 들어가 벚꽃꽃을 잡은 채 포즈를 취한 사진이 잘 나온다. 이곳서 30여 년 근무한 직원에 따르면 벚꽃 단지로 유명한 통도사 인근에서 가져온 묘목이 이렇게 고목이 되었다고 한다.


나만 보기 아쉬워 방문객에게도 개방하려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신중을 기하자는 의견이 있어 어찌할지 고민 중이다.


어느 구석에 꽁꽁 숨은 매화단지(3월 셋째 주 모습이고, 마지막 주에 보니 거의 다지고 말았다)


흰매화는 다지고 홍매화 두그루가 자태를 뽐내고 있다(3.31)


1달 정도면 지고, 개방하자면 포토 라인도 설치해야 하고, 장비 창고도 잠금을 해야 하는 등 생각할 게 많다는 이유인데 일리는 있다.


유엔기념공원 조성된 지 74년이 되었고, 서방 외교관들의 기본 성향에 묘지라는 특성 때문에 주한 안장국 대사들의 보수적 생각도 변화보단 현상 유지가 대세이다.


하지만 안장국들도 예산을 납부하지만 우리의 국제기구 분담금이 들어가니 우리 국민의 행복권 차원에서 개방이 맞지 싶지만 현실적 제약도 있으니 다른 방안을 숙고 중이다.


그래서 올해 연말쯤 매화 군락을 옮겨 일반인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그럼 내년 이때쯤은 유엔기념공원의 매화 구경거리가 생길지 싶다.


유엔기념공원은 1년 내내 계절 꽃들이 핀다. 3월, 6월, 9월, 12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꽃모종을 사 와 온실에서 1~1.5개월 길러 식재하지만 겨울 꽃은 직접 사서 식재한다.


지금은 작년 11월 모종해 심은 겨울 팬지가 노란색, 보라색 및 흰색이 어우러진 혼합 팬지가 겨울을 견디고 향기를 내뿜고 있다.


한국 건축가 1세대 김중업 씨의 1968년 유엔기념공원 정문 작품을 배경으로 은은히 뿜어내는 팬지 화단의 향기 (3월 마지막 주 모습)

아직 아깝지만 상기 사진의 데이지를 뽑아내고 온실에서 키운 오스테우스 펄멈을 심었다(5.8)


3월 꽃은 작년 11월에 사 온 모종이 온실에서 따스한 봄빛을 받으며 공원 곳곳으로 나들이 나갈 채비를 하고 있다. 금잔화, 사루비아, 데이지, 석죽, 오스테우스 펄멈(남아프리카 원산, 딴 꽃보다 좀 늦어 5월)이 4월 초 꽃을 볕에 가서 꽃을 피우고 6월 말까지 그 자태를 뽐낸다.


석죽(3.25) 금잔화(3.25)


석죽(4.30)

금잔화(4.30)

데이지(4.2)

데이지(4.30)

오스테우스 펄멈(4.30) 사루비아(4.30)


이렇게 봄 꽃이 그 수명을 다하면 6월에 여름 꽃모종을 주문해 온실에서 기른다. 백일홍, 베고니아, 메리골드, 달리아, 메람포디움들이다.


일교차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8월까지 여름 꽃들은 공원 참배객과 방문객을 맞는다. 한•태 우정의 다리로 연결된 연못 섬엔 2019년 심은 보라색, 분홍색 및 흰색 수국이 초여름에 핀다.


가을꽃모종은 9월 경 들어와 식재하는데 메리골드,

백일홍, 메란 포디움, 천일홍, 가자니아, 한련화는 10.24 유엔의 날 행사와 11.11 월 턴 투워드 부산(Turn Towards Busan, 11시 전 세계가 부산을 향해 1분간 묵념) 행사에 맞춰 만개한다.


물론 사계절 일년초 사이사이에 80여 종 11,000그루의 나무 중 꽃을 피우는 나무들이 있다. 최고령 나무는 모르긴 해도 묘지 오픈 시 심은 것도 있을지 싶다. 그럼 74살 정도의 고목이 공원의 역사와 함께 한 셈이다.

공원의 봄전령사 홍매화 후발 나무(3월초 첫 부산 홍매화는 지고, 3월 마지막 주 늦깍이 홍매화 모습)


3월 홍매화와 흰매화, 3월 목련, 4월 초 일반 벚꽃 나무 꽃 핀다. 4월 중순 모란 꽃과 라알락 꽃, 겹벚꽃 나무 꽃, 5월 영산홍 나무 꽃 및 흰색의 이팝 나무 꽃, 5월 및 10~11월 빨간색, 흰색 및 주황색 장미꽃, 7~8월 배롱나무 꽃, 공원의 명물로 자리 잡은 메타 세콰이어 나무, 11~12월 화살나무, 10~12월 구골나무 꽃(일명 만리향으로 만리향 꽃은 메릴린 먼로가 즐겨 사용한 '샤넬 5' 향수의 원재료로써 한창 꽃이 필 때면 그 향기가 공원을 은은히 메운다) 이 유엔묘지에 잠든 2333명의 영혼들과 연 40만 명의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물론 늘 푸르름을 고수하는 소나무, 향나무, 옥향, 대나무는 일 년 내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팝 나무(5.8)


장미꽃은 빨강, 흰색, 노랑, 주황, 핑크, 연노랑 등 6개 종류가 있고, 품종은 50여 년전부터 장미를 들여왔고 한 덤불 내에서 장미 색이 다른 것이 나오는 현상은 노랑 장미가 시간이 지나면서 빨강색으로 변하기도 하기때문에 노랑색과 빨강색이 같이 펴있기를 때문이다.


장미(5.13)


연붕홍, 흰색 및 빨간 장미가 피기 시작한다(5.8)


연산홍 꽃이 피기 시작한다(5.15)


2025.2월 연말 QR 코드를 넣은 나무 명찰 50개를 달았고, 나머지 명찰은 부산 해운대 소재 모공사가 자원봉사 일환으로 달고 싶다하여 추진 중이다. 그럼 어린 학생들이 유엔 묘지 방문시 스마트 폰으로 다양한 나무 공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공원 내 동백 단지 내 빨간 동백(3월 마지막 주 모습, 근데 흰 동백꽃 하나가 고개를 내밀고 있는데 어찌 이럴 수 있는지 모르겠다)

분홍색 동백꽃도 힘차게 피어있다(3월,마지막 주 모습)


모란꽃은 4월 하순경에 개화하여 5~7일 정도 피고 지는 봄꽃이.

모란(4.30)

곁벚꽃 단지인데 4월에 핀다. 50여 년 넘은 고목이라서 일부 썩어들어가 앞으로 50년을 대비해 2024년 말 내가 여기에 온 후 3년 짜리 곁벚꼿 나무 35 그루를 심었다(3월 마지막 주 모습)

곁벚꽃(4.30)

2년산 홍카시 나무다. 가을에는 지금보다 더 이쁘게 단풍이 든다. 무궁화 나무가 벌레가 많이 끼고 관리하기 어려워 홍카시 나무로 심은 새내기(3월 마지막 주 모습)

홍카시 나무에 흰꽃이 피었다(5.8)


영산홍 나무 인데 4월에 핀다.

영산홍 나무와 그 옆에 있는 장미가 참전용사 묘지를 수놓을 것이다(3월 마지막 주 모습)

유엔 묘지 상징구역 및 유엔위령탑 등 곳곳에 있는 배롱나무 고목. 배롱나무의 꽃 개화 시기는 7월부터 8월입니다. 꽃이 100일 동안 피어 있어 목백일홍이라고도 불립니다. 저도 아직 못보았지만 화려하고 아름답다고 합니다(3월 마지막 주 모습)

백일홍 나무(5.8)


유엔 위령탑 뒤 무명용사의 길 양쪽으로 최초 안장국 11개국을 상징해 소나무 11그루가 심어져 있고, 양쪽 물계단 11개도 흐른다.


소나무 단지의 소나무들이다. 겨울에 하나 하나 손질해 준다. 정원사의 노고가 있다


유엔 묘지내 제일 나이가 어린 안장자인 호주 참전용사 Daunt(17세)의 이름을 딴 Daunt waterway 따라서 심어져 있는 구골나무(만리향, Holly Bush, 50년 이상이 넘은 고목)인데 11월부터 핀다. 향기가 장난이 아니다. 만리향 꽃 향기는 를린 먼로가 즐겨 사용한 '샤넬 5'의 원재료라고 한다(3월,마지막 주 모습)


공원내 대표적인 향나무 단지로서 포트존이기도 하다(3월 마지막 주 모습)


유엔 묘지의 명물 메타 세콰이어의 길(3월 말)


메타 세콰이어(5.8)


잎은 마주난다. 꽃은 2~3월에 피며, 암수한그루. 수꽃은 난형이며 암꽃은 구형이다. 열매는 구형이고 10~11월에 익는다.


공원 남쪽 2마리 오리가 사는 호수를 바라보는 곳에 화살나무 군락이 있다(3월 마지막 주 모습)


꽃은 5월에 연한 녹색으로 피는데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꽃대에 2~5개가 모여 취산꽃차례로 달린다.

꽃받침은 4갈래로 갈라지며, 갈래조각은 반달 모양, 꽃잎도 4장이다. 열매는 10~11월에 빨갛게 익는데, 익으면 껍질이 벌어지며 씨가 튀어나오는 삭과이다(네이버 설명 인용)


서울 대학로를 연상시키는 마로니에(5.15)



유엔 묘지의 3대 heritage 건축물(왼쪽 1966년 추모관, 정면 1968년 정문, 오른쪽 1968년 최초 한국전쟁시 유엔기 등 참전국 활동 사진 기념관 및 행정동, 김중업 건축가 작품)을 바라보고 있는 30여 년이 넘은 옥향(공원내 군데 군데 옥향이 있다)(3월 마지막 주 모습)


이렇게 꽃밭 속에 살다 보니 30여 년이 훌쩍 넘은 이태리 때가 생각난다. 그 당시 난 30대 초반이고 젊디 젊었다. 그때 40대 중반을 넘긴 선배가 3월 꽃이 피면 꽃 알레르기 때문에 밖엘 못 나왔다. 난 그게 이상해 어찌 그럴 수 있나 싶었는데 나도 그 나이가 되니 절기가 되어 꽃가루가 휘날릴 때만 되면 꽃 알레르기로 고생을 했고, 지금도 눈이 찌뿌둥하고 몸도 감기 걸린 듯해 이제야 알게 되었다. 내가 그리 될 줄 몰랐지만 딴 사람 입장이 되니 알게 된다. 이 단순한 것을.


사시사철 어김없이 일년초 제철 꽃과 나무 꽃은 피고 진다. 물론 기후변화로 그 시기가 차이가 나지만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절기는 찾아온다. 애써 발버둥 치고 좋은 계절을 더 잡고 싶지만 그렇게 못한다. 가는 건 가게 하고, 오는 건 오게 하는 게 이치다. 우리 인생사도 닮은 꼴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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