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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록과 패기의 고딜락 균형

세상사를 바라보며

by 동남아 사랑꾼

2022년 김태유 박사가 중앙일보 칼럼에서 저출산•고령화 대책으로 청년의 유동지능(fluid intelligence)과 노년의 결정지능(crystallized intelligence)의 인생 이모작을 제시했다.


임진왜란 당시 75세 정걸의 병참 지원과 31세 이순신의 실행 때문에 왜군의 숫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연전연승했다는 역사적 사례까지 들었다.


젊었을 때는 빠릿빠릿한 두뇌에 맞는 일을 하다가 나이 들어 관록과 경험에 맞는 일을 하는 인생 이모작을 해야 한다는 뜻일 게다.


내가 트롯을 좋아하는 걸 알고 AI가 '박민수 ×심수봉의 사랑밖에 난 몰라' 듀엣 유튜브를 뛰워 줘 보았다.


먼저 패기의 박민수가 약간은 긴장하면서도 힘찬 목소리로 부른다. 대선배 앞에서 주눅이 들만한데 당당히 잘한다. 이어 관록이 철철 묻어나고 여유가 있는 심수봉은 압권이다. 이게 트롯 일인자의 모습이다 싶었다.


가요계든 어느 조직이든 이런 신구 세력이 있다. 이런 패기와 관록이 합쳐 조화를 이루어 새로운 에너지원을 창출하고 그 조직이 한걸음 나아간다.


새로운 피의 열정 DNA 없이 관록과 겸험은 자칫 고리타분할 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 깊이가 없어 묵직함을 느낄 수 없을 수도 있다. 세상사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너무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고딜락 균형'이 필요하다.


외교도 경제도 인간관계도 비슷하지 않을까 한다. 2년 전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삼프로 동남아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태전략의 전략적 선명성(strategic clarity)을 묻는 질문에 대해, 우리 정도의 국력에서 전략적 선명성을 내세우는 것은 적절하나 실행 과정에서는 수단으로써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을 구사해도 되지 않겠냐는 실용주의적 견해를 밝혔다. 나름 참고할 수 있는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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