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윤, <스피노자, 퍼즐을 맞추다>(탐, 2013)
스피노자는 17세기에 네덜란드에서 유대인으로 태어나 44세의 젊은 나이에 죽은 철학자입니다. 서양에 다른 철학자에 비해 알려진 것이 거의 없는 철학자이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피노자하면 사과나무가 떠오를 거예요.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명구 말이에요. 하지만 그 명구조차 사실은 스피노자가 한 말은 아니에요. 조금 더 스피노자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은 이성을 중시하는 대륙의 합리론자 정도의 정보를 가지고 있을 거예요. 이렇게 볼 때 보통사람에게 스피노자는 거의 무명인에 가까운 철학자이지요.
하지만 스피노자는 그렇게 스치고 지나가듯 알기에는 너무도 소중한 철학자입니다. 그는 중세시대의 전통적인 종교관을 극복하고 근대철학을 새롭게 구상한 철학자예요. 선배 철학자인 데카르트의 철학에 심취하지만, 데카르트 철학의 문제점을 따끔하게 비판한 사람이기도 하지요. 게다가 근대철학자들 중에서는 유일하다 할 정도로 인간의 감정과 욕망에 대해서 깊이 있게 탐구한 사람이기도 해요. 그는 인간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알아야하며, 어떻게 살아야하는 지 평생을 두고 연구했지요. 그리고 그 위대한 연구의 결과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이 바로 『에티카』지요.
그런데 이 책이 그리 녹녹한 책은 아니에요. 일산에 있는 학부모님들을 대상으로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강독한 적이 있어요. 강독을 모두 마친 후 학부모님들은 이구동성으로 스피노자는 왜 그렇게 말을 어렵게 하냐며 혀를 내둘렀지요. 수많은 고전을 강독해보았지만 정말로 힘든 시간이었지요. 한 학부모님이 부탁하더군요.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써줄 수는 없냐고요. 정말로 좋은 내용인데 아이들이 이해하기에는 너무도 어렵다면서. 그래서 용기를 내보기로 했습니다.
이 책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소설처럼 쓴 스피노자의 『에티카』 이야깁니다. 스피노자에 빠져있는 한 안경점 주인인 김바르가 푸른꿈이라는 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과 만나서 스피노자 철학을 생활 속에서 이야기하는 것으로 구성했어요. 아이들의 고민에 스피노자의 지혜를 녹여내는 방식이지요. 본문에 스피노자의 말을 그대로 인용한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 쉽게 해설하면서 후주로 그 이야기의 출처를 밝혀놓았어요. 필요하다면 확인을 해도 되지만, 확인하지 않더라도 의미가 전달되도록 노력했어요.
저는 이 소설을 통해서 스피노자의 『에티카』가 이야기하는 핵심적인 내용들을 모두 다뤄보려고 욕심을 냈지요. 전통적인 기독교에서 언급하는 신과는 다른 철학적 신의 이야기, 인간의 감정 이야기, 사랑이야기, 노예와 자유인의 이야기, 선과 악의 이야기, 정신과 육체 이야기, 행복과 불행 이야기, 지식과 실천의 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들이 이 책에서 다뤄지지요. 비록 적은 분량의 소설이지만,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다양한 철학적 주제를 만나게 될 거예요. 그러면서 자신의 생각도 한 번 정리해볼 수 있는 시간도 갖게 되기를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이 책을 쓰게 된 또 하나의 이유는, 자유로운 종교인이 되기 위해서예요. 제가 다니는 동녘교회는 27년이나 된 교회지만 아주 적은 교인들이 있어요. 이 교회를 처음 만든 홍정수 목사님은 “제 정신을 가지고도 종교생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신학자였지요. 그로 인해서 수많은 비난과 고초를 겪었지요. 하지만 이성과 신앙이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이성적 생각을 하면서도 얼마든지 종교생활을 건강하게 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러한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17세기 철학자 스피노자는 우리에게 보여주었지요. 참다운 종교는 우리를 죄의식에 빠뜨리는 종교가 아니라 우리를 자유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참자유인’, 얼마나 멋진 말이에요. 저는 이 책이 종교생활에 지치고 힘든 사람에게 용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종교생활을 하지 않는 청소년들도 이 책을 읽으면서 자유로운 삶이 무엇인지 한 번쯤은 깊이 있게 고민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 책을 쓰면서 고마운 사람들이 많이 떠올랐어요. 무엇보다 일산지역에서 동녘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는 변경수 목사님과 최성복 사모님에게 감사드려요. 그분들이 아니었다면 종교생활을 다시 할 수 없었을 거예요. 지역아동센터에 인문학수업이라도 해드리고 싶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나마 가상의 수업을 할 수 있었네요. 그곳에서 꿋꿋하게 자라고 있는 아이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어요. 그리고 자유로운 공동체를 꿈꾸며 활동하고 있는 동녘교회 교우들과 그곳에 밝고 명랑하게 자라는 청소년들에게도 감사해요. 그리고 이 책을 먼저 읽고 이곳저곳 따뜻하게 지적해준 우리 아이 준하와 지우에게도 감사해요. 물론 이 책의 가장 충실한 독자는 아내였어요. 만약에 아내가 아니었다면 이 책은 지금의 형태와는 아주 다르게 나왔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이 책의 원고가 쓰여질 때마다 원고를 검토하고 먼 곳까지 찾아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탐출판사의 박은정 편집장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 책을 만들어주신 모든 출판사, 인쇄소, 제본소의 일꾼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 책이 힘들지만 용기를 잃지 않고 자유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빛을 주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 책을 읽는 여러분이 바로 그 빛의 동료들이라고 생각해요. 감사해요.
2013년 겨울을 눈 앞에 두고
자유청소년도서관에서
김경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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