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윤, <박지원, 열하로 배낭여행 가다> (탐, 2014)
언젠가 한 친구가 우스개소리로,
“만약에 자네 도서관에 불이 난다면, 그래서 책 한 권만 가지고 나가야한다면, 자네는 무슨 책을 가져 갈 건가?”
라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렇게 대답했지요.
“박지원의 『열하일기』!”
그 친구 나에게 묻더군요.
“박지원의 뭐가 그리 좋은가?”
그래서 내가 웃으며 말했지요.
“박지원의 모든 것!”
박지원(朴趾源)은 조선 영조 때 선비입니다. 그의 집안은 당시 정권을 장악하고 있었던 노론 세력이었지만, 그는 권력에는 관심이 없었지요. 과거시험에 나가서도 백지로 답안을 제출하거나, 글 대신 그림이나 그려 냈던 문제아였습니다. 어려서 우울증으로 고생했는데, 이 우울증을 고치려고 저잣거리로 나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즐겨했습니다. 박지원이 소설을 많이 썼던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거나 쓰면서 자신의 우울증을 고치려 했던 박지원의 모습은 『열하일기』에도 고스란히 나타납니다. 이렇게 말해도 괜찮다면, 『열하일기』는 친구들을 웃기려고 쓴 책입니다.
또한 박지원은 신분을 가리지 않고 우정을 나눴던 열린 사람입니다. 유득공, 박제가, 이덕무, 이서구, 백동수 등 여러 벗들과 신분을 뛰어넘는 교제를 했지요. 주로 종로 3가의 백탑(白塔)을 미팅장소로 삼았기에 이들을 일컬어 ‘백탑파’라고 부릅니다. 이들은 함께 모여 세상물정을 이야기하고, 같이 여행도 가고, 웃고 떠들며 먹고 마셨습니다. 『열하일기』에 나오는 마부들인 창대나 장복이를 애정어린 시선으로 묘사한 것도 이러한 박지원의 인간성 때문이지요. 박지원과 친구들은 당시 사대부들들이 혐오하던 청나라에 매력을 느꼈고, 그들의 문물을 받아들여 조선을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기를 바랐지요. 그래서 이들을 ‘북학파(北學派)’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누구보다 유머감각이 뛰어나고, 세상에 열린 태도를 가지고 있으며, 먹고 마시고 떠들고 노는 것을 좋아하고, 백성들이 편안하게 살기를 간절히 바랐던 박지원을 어찌 안 좋아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박지원의 최고 명작인 『열하일기』를 좋아하는 것도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요.
그런데 이 『열하일기』는 분량이 만만치 않은데다가, 청소년들이 전부를 읽기에는 전문적인 이야기가 많아 읽기에 여간 까다로운 책이 아닙니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읽기에도 부담스럽지요. 그래서 청소년들이 한 권으로 읽을 수 있도록 분량을 줄였습니다. 그리고 화자도 박지원에서 그의 마부인 창대로 바꾸었지요. 열하로 여행할 때에 박지원의 나이가 44세인데, 청소년들과 정서적으로 공감하기에는 조금 늙은 나이지요. 반면 창대는 청소년과 같은 나이 또래예요. 그러니까 이 책은 청소년인 창대가 박지원과 함께 열하를 여행하면서 보고, 느끼고, 이야기를 나눈 것을 쓴 것처럼 구성했어요. 어렵고 지루한 이야기들은 뺐지만, 재미있는 부분들은 될 수 있는 한 살리려고 노력했어요.
여러분이 이 책을 읽으면, 아마도 『열하일기』를 읽어보고 싶어질 거예요. 마음이 생긴다면 한 번 도전해 보세요. 너무 서두르지 말고, 어려운 부분은 넘어가면서, 조금씩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열하일기』에 흠뻑 빠지게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본격적으로 『열하일기』를 읽기에 앞서, 열하일기의 전체를 재밌게 훑어보는 역할을 하고 있지요.
그러니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 보세요. 박지원과 그의 일행이 걸어갔던 일정을 따라가며, 그들의 모습을 상상해보세요. 그들과 함께 웃고 즐기세요. 그것이 내가 열하일기를 감상한 방법이고, 여러분이 이 책을 읽는 방법이기도 하지요. 즐거운 여행 되세요.
2014년 10월
자유청소년도서관에서
김경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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