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윤, <묵자 양주, 로봇이 되다>(탐, 2015)
1.
“묵자와 양주를 로봇으로 만들면 어떨까?”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묵자와 양주가 누군데?”
아들이 물었습니다.
“사랑과 평화를 외쳤던 이타주의자 묵자와, 삶의 자유와 행복을 말했던 이기주의자 양주를 모른단 말이야?”
“응, 그런 건 학교에서 안 배우는데!”
헐~, 아들을 탓할 문제가 아닙니다. 알려주면 되니까요.
2.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 중국의 전국시대에 지배자의 편이 아니라 백성의 편에서 사상을 전개했던 대표적인 사람이 묵자와 양주입니다. 이 두 사람은 당시에 엄청난 인기를 누렸지만,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하고 나서부터 역사 속에 잘 등장하지 않습니다. 묵자는 전쟁을 반대하고 사랑과 평화를 외쳤던 사람임에도 그는 아주 오랫동안 역사 속에서 사라지는 운명이었습니다. 양주는 권력이나 제물, 명예나 권세 따위는 다 버리고 자신의 소중한 삶을 잘 가꾸고 행복한 삶을 살라고 주장했던 행복 전도사였지만, 그의 운명도 묵자와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동양철학을 공부하면서 제가 가장 널리 알리고 싶었던 두 사람이지만, 철학교과서나 윤리학 책에서는 아주 적은 분량이 다뤄지거나 아예 외면당하는 실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소설에서 이 둘을 로봇으로 부활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2500년의 인물이 아니라, 오히려 통일한국이라는 미래의 로봇으로 등장시켜 이 둘이 활약하는 세상을 만들었습니다. 역사적으로는 둘 다 남자지만, 소설에서는 묵자는 블랙이라는 남자로, 양주는 레드라는 여자로 소개됩니다. 배경이 미래다 보니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미래를 그려보는 즐거움도 누렸습니다. 2030년을 통일 원년으로 했습니다. 과학기술이 발달하여 위험한 핵 에너지 대신에 생태를 이용한 에너지를 사용하는 선전국으로 설정했습니다.
소설을 쓰다보니 미래사회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게 되었습니다. 로봇과 인간의 관계, 과학과 종교의 문제, 미래 에너지의 문제, 학교와 교육, 직장과 여가, 새로운 국제관계 등도 다뤘습니다. 물론 가장 크게 다룬 주제는 미래사회와 로봇입니다. 최첨단 컴퓨터 기술과 다양한 분야에서 개발되고 있는 로봇의 윤리학이야말로 이 소설의 가장 중요한 소재입니다.
소설을 쓰면서 가장 많이 신경썼던 부분은 미래사회를 그럴 듯하게 그리는 것도 있었지만, 묵자와 양주의 삶을 자연스럽게 소설 속에 녹여내는 것이었습니다. 고리타분하지 않으면서 매력적인 인물로 부활시키는 게 제 꿈이었으니까요.
3.
소설을 쓰다가 어느 정도 분량이 되면 가장 먼저 막내 아들에게 읽힙니다. 지금은 중 3이 된, 요리사가 꿈인 아들입니다. 대한민국 평균적 독서량(?)을 가지고 있는 아들이 읽을 수 있는 글이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아들이 원고를 읽고 나서 말을 합니다.
“재밌는데, 다음은 어떻게 돼?”
성공입니다. 다음 편을 기다린다는 말이 나에게는 천군만마입니다. 편의점에서 아들에게 음료수를 사주며 물었습니다.
“너라면, 어떻게 사건을 이끌어 가겠니?”
“나라면 말이야.~~”
수다가 길어집니다. 아들과 나눈 수다를 이 소설 속에 녹였습니다. 자신감을 얻은 나는 대화도서관에서 나에게 인문학을 배우는 청소년들에게도 앞의 줄거리를 말하고 다음 줄거리가 어떻게 전개될 것 같은 지 이야기해보라고 했습니다. 아이들도 나름 자신의 상상력을 발휘해서 이야기를 풉니다. 잘 듣고 기억했다가, 소설 속에 또 녹였습니다. 글이야 혼자 쓴 것이지만, 이야기는 이렇듯 수많은 아이들과 나눈 이야기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고마울 따름입니다.
4.
탐출판사와 인연이 되어 벌써 철학소설을 세 권째 쓰고 있습니다. 쓰면서 책임감이 커집니다. 아이들이 이 책을 재밌게 읽고, 멋진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결국은 아는 것이 아니라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소설을 다 쓰고 나서, 다음 소설은 뭘로 쓸까 행복한 고민에 빠집니다. 올해부터 고양시 청소년들과 함께 ‘청소년농부학교’를 시작했는데, 다음번 소설은 생태주의자에 대한 이야기를 써볼까 생각도 해봅니다.
글을 쓴다는 건, 삶의 중요한 마디를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마디를 만드는 것은 인연을 만드는 것입니다. 인연을 만들려면 마음을 열고 귀를 열고 만나는 사람을 기꺼이 맞이해야 합니다. 스쳐지나가는 바람도 시원함이 있고, 굵게 내리는 비도 장쾌함이 있습니다. 자연은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그 바람과 비를 맞으며 자신을 키워갑니다. 그 자연을 닮고 싶습니다. 저는 과학의 미래도 이 자연을 얼마나 닮아가느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5.
글을 쓰는 내내 책상 앞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명구를 붙여놓았습니다.
“훌륭함이란 쓸모 있고, 감동적이며, 재미있는 것을 말한다.”
그 경지에 얼마만큼 도달했는지는, 오롯이 독자들이 판단할 몫이겠지요. 저는 겸손히 이번 작품을 여러분 손에 넘깁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하십시오.
2015년 6월
자유청소년도서관에서 김경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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