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쓰기 10 : 청소년소설 4

김경윤, <허균, 서울대 가다>(탐, 2018)

by 김경윤

허균을 쓰겠다고 했다. 스피노자, 박지원, 묵자와 양주를 써보았으니 이제 철학소설류의 글쓰기에 탄력이 붙었다. 게다가 허균은 누구나 군침을 흘릴만한 인물이었다. 선조 때 태어나 풍운의 삶을 살다가 광해군 때 역모죄로 체포되어 능지처참당한 허균. <홍길동전>을 저술한 작가이자, 스스로 홍길동이 되어 세상을 뒤엎고자했던 그는 시대의 풍운아였고 혁명가였다. 프롤로그는 쉽게 쓰여졌다.


그러나, 역사는 나에게 허균의 저술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했다. 원통함과 분노로 열을 내다가, 눈물과 좌절로 기운을 잃었다. 사망자 수는 늘어가고 추운 겨울이 와도 진상은 밝혀지지 않았다. 거리마다 촛불이 밝혀졌다. 그리고 광화문에는 언제 철거될지 모르는 텐트들이 하나 둘 쳐졌다. 2014년 12월에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평택공장의 70미터 굴뚝에 올랐다. 대기업 노동자라고 해서 안락한 삶이 보장되지 않았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자살을 했다.

수많은 세월호가 침몰되고 있어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나라에 살고 있음을 매일 확인했다. 나라를 책임질 대통령은 무능했고, 측근들은 교활했다. 2016년 10월 ‘최순실 게이트’가 보도되자 나라가 들썩였다. 2016년 10월 29일 광화문에서 대규모의 촛불시위가 시작되었다. 거의 매주 광화문으로 나갔다.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었다. 그리고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었다. 세상은 축제분위기였다. 그러나 나는 축제분위기를 즐길 수 없었다.

2017년 5월 10일 문제인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촛불혁명의 결과였다. 한편으로는 서울대 총학생회의 서울대 본관 점거농성사태가 있었다. 150일을 넘는 최장기 점거농성이었다. 서울대의 민주화를 외치는 목소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미완의 혁명으로 고통 받고 있었다.


쓰겠다고 약속해놓고 많은 세월이 흘렀다. 이제는 허균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허균을 우리 사회로 소환했다. 그리고 역사현장 속에서 어떻게 성장할지 상상했다. 고전을 읽는 이유는 현실 속에 살고 있는 나의 거울역할을 삼기 위해서다. 역사를 읽는 이유는 과거와 같은 잘못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오늘날 허균이 태어난다면, 허균은 어떻게 세월호를, 촛불을, 쌍용자동차 사태를, 서울대 사태를 감당할까? 그리고 그 과정을 거치면서 어떻게 성장할까?

소설 속에는 역사 속에 등장하는 허균의 주변인물들이 새롭게 각색되어 등장한다. 허균의 형인 허봉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로 등장하고, 허균의 친구들은 또 다른 홍길동이 되어 허균과 함께 새로운 세계를 꿈꾼다. 허균의 누이인 허초희(허난설헌)은 이혼을 하고 홀로 서는 페미니스트가 된다. 허균은 서울대에 입학하여 교육혁명을 꿈꾼다. 모두가 다 허구이지만, 어차피 소설은 허구이니까, 나름 열심히 살아간다.


나는 오늘날의 살아가는 청소년과 청년의 삶을 생각한다. 그 속에는 나의 두 아들도 있다. 그리고 나와 함께 지역에서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청년들도 있다. 삶은 힘들고 슬퍼도 괜찮다. 삶은 비극이지만, 그 비극 속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면, 삶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다면 다시 살아갈 힘이 생기니까. 곁에 손잡아 주고 함께 이 세월을 살아갈 가족과 동료와 이웃이 있다면 오늘이 외롭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제 허균을 세상에 내놓는다.

그동안 내 가슴 속에서, 이 역사 속에서 사느라 고생했다.

세상에 나왔으니, 우리 함께 이 세상을 살아보자.


2018년 새해

김경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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