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누구나 반기지만, 죽음은 누구나 꺼린다. 그래서 죽음학(thanatology)이란 분야는 선뜻 내키는 학문이 아니다. 하지만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는 죽음의 과정을 벗어날 수 없다. 누구나 한 번은 태어나고 한 번은 죽는다. 죽지 않는 방법을 찾으려고 수많은 역사적 인물이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진시황을 포함하여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
피할 수 없다면 적극적으로 성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리라. 내가 다니는 교회는 일 년에 한 번은 꼭 이 죽음이란 주제로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진행했다. 재작년에는 연명치료거부에 대한 공부를 하고, 인간답게, 존엄하게 죽는 방법으로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물리적 연명을 하는 의료행위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그에 대해 사전에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나와 아내는 연명치료거부서를 작성하고 증서를 받았다. 내가 만약에 불시에 사고를 당해 의식을 잃을 경우 전국병원에 공유되는 나의 연명치료거부는 정당한 권리행사를 할 것이다.
올해에는 유언서를 작성하는 공부를 하고, 직접 문서로, 음성으로 유언서를 남기는 모의 유언서를 작성해 보았다. 사전교육으로 죽음을 바라보는 다양한 접근법과 죽기 전에 행복하게 살기 위해 다양한 항목들을 점검하는 예비 과정을 교육했다. 다들 웃으면서 자신의 상태를 발표하고 작성된 유언서를 낭독하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가족, 친구, 건강, 재정, 그밖에 종교, 봉사의 관계점수를 매기는 항목에서는 불균형한 지점을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이 어디인지 찾을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강의의 처음과 끝에 다음과 같은 문장을 한 목소리로 크게 낭송하였다.
죽음은 삶을 더욱 빛나게 하는 어둠이다.
감신대학교 이민선 교수의 죽음학 강의 장면
우선은 죽기 전에 잘 늙어야겠다. 안티에이징이 아니라 웰에이징하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 들어 다시 공부하는 노자와 장자는 이 늙음과 죽음의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다루고 있으니 죽음학의 관점에서 작은 책자라도 쓸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 쓸 것들이 넘쳐나는구나. 일찍 죽기에는 애당초 그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