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도 매표소에 취업하기 위해 면접을 보러 가파도에 하루 전에 내려왔다. 다음날 면접을 보기 전에 거주할 집(혹은 방)을 마련해야 한다. 취업에 성공했는데 살 곳이 없다면 그야말로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가파도 날씨가 유난히 맑고 따뜻하다. 두터운 옷을 얇은 반팔로 갈아입었다.
매표소 직원을 따라 이장님 지인이 소개해준 집을 구경하러 갔다. 해안가 가까이에 있어 장소와 집터는 아주 좋지만 수리를 해야 살 수 있는 집이다. 나는 고쳐 살만큼의 시간이 없다. 당장 입주할 집이 필요하다. 하지만 가파도에는 부동산 중개를 하시는 분이 아예 없으니 지인 찬스를 써야 집을 얻을 수 있다. 일단 집을 구하기 위한 첫 방문은 실패.
매표소 직원이 책임지고 구해주기로 하고 가파도를 벗어났다. 면접은 가파도가 아니라 운진항 사무실에서 보기로 했으므로 밖에서 하룻밤 지내야 한다. 다행히 매표소 직원도 시내에 일이 있어 같이 나왔다. 게다가 가파도 주민 할인 찬스를 이용하여 모슬포호텔을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예약할 수 있었다.
아침 일찍 면접이라 식사를 일찍 하고 숙소로 돌아와 편히 쉬기로 한다. 샤워를 하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누웠지만 서로 쉬 잠들지 못한다. 그래서 침대에 누워 두런두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12시가 지나서야 잠이 들었다. 오랜만에 남자들끼리 수다다. 가파도 이야기, 매표소 이야기, 자녀교육 이야기, 이웃 이야기, 제주도살이 이야기, 급기야 마래와 환경 이야기. 이제 그만!!
아침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바나나로 가볍게 아침을 때우고 선착장 사무실로 가서 면접시간을 기다린다. 15분쯤 지나 상무와 면접 시작. 아니나 다를까 예상했던 질문을 한다. 좋은 대학 좋은 학과 나와 잘 사셨는데 왜 갑자기 가파도로? 정규직도 아니고 시급알바인데 괜찮은지? 가파도에서 혼자 지내는지, 집은 구했는지, 민원이 들어오지 않도록 잘할 수 있는지, 얼마간 근무하려는지? 준비한 답변을 담담히 한다. 나이 60, 아이들도 다 컸고 이제 생애전환을 모색할 나이에 낯선 환경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다고, 친절하게 주민들과 잘 지내겠다고, 혼자서도 살림 잘한다고,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그럼 빨리 집을 구하셔야겠네요, 건강하실 때까지 잘해보자고 말한다. 일단 면접은 끝났다. 한 고비 넘겼다. 같이 있던 매표소 직원에게 집을 구하는 문제를 다시 한번 부탁하고, 제주 공항행 버스를 타고, 김포로 가는 비행기에 오른다. 1박 2일의 짧은 취업여행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