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8 : 손님

2023. 12. 5.

by 김경윤

가파도 매표소에서 일하고 처음 맞는 휴일이다. 아침 첫배 승객에게 발권해 주고, 본사에서 온 직원과 바통터치! 9시 20분발 운진항행 여객선에 오른다. 직원이 되면 뱃삯은 공짜다. 운진항에 도착하여 무인택배함에 들러 나에게 배송된 상품을 확인했다. 캐리어가 배송되었으니, 오늘 구입한 물건들과 택배로 온 것들도 캐리어에 실어 옮기면 된다.

휴일에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휴일이 될 때까지 필요한 물품을 구입해야 한다. 오늘 들를 곳은 항에서 제일 가까운 홍마트와 거기서 걸어 10분쯤 걸리는 다이소, 그리고 다시 걸어서 20분쯤 걸리는 송악도서관이다. 그리고 다시 20분 정도 걸어오면 운진항에 갈 수 있는 버스정류장이다. 아참, 중간에 철물점도 들려야지. 쓸데없이 소비하지 않으려면 필요한 물품들을 메모장에 기록해두어야 한다. 눈에 띄는 대로 구입했다가는 4, 5만 원 이상 훌쩍 넘길 수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산에서 아는 형이 제주도로 자전거 여행을 오는 김에 가파도에서 하루를 묵는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운진항에 내려 전화로 확인하니 거의 운진항에 다 와 간단다. 그래서 두 정거장 전인 홍마트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고 나도 버스를 탄다. 홍마트에서 내려 물건을 카트에 담고 있는데, 형이 도착했다. 전날 필요한 물건이 뭐냐 묻길래 고기, 고기, 고기!라고 답했다. 가파도는 물고기는 많은데 육고기가 없다. 가파도 전체가 돼지나 닭이나 소를 전혀 키우지 않는다. 그래서 섬생활하며 제일 먹고 싶은 것이 치킨, 돼지고기 등이다.

야채, 밑반찬, 계란, 어묵, 소시지, 김치 등을 담고 있는데 형이 홍마트로 들어왔다. 형과 함께 정육코너에 들러 삼겹살 5근과 김치찌개용 돼지고기를 샀다. 형에게 고깃값만 내라고 했는데, 형이 한사코 다 구입해 준다. 물건이 많아 들고 다닐 수 없어 운진항에 배달을 요청하고, 가벼운 차림으로 다이소에 들러 필요한 물품들을 두 짐 가득 채워 하나씩 나눠지고, 송악도서관으로 향한다.

주소지를 이전하고 제일 먼저 한 것이 항에서 제일 가까운 송악도서관의 회원증을 만드는 것이었다. 도서관에 들어가 형은 소파에서 쉬라하고 나는 고양이 소재의 책을 5권 대출했다. 자동인식 대출기로 대출하니 세상 편하다. 철물점에 들러 몇 가지 물품을 살펴보고 구입한다. 걸어서 홍마트로 다시 와서 잠시 맡겨놓은 형의 접이식 자전거를 찾으니 피곤하기도 하고 짐도 많아 택시를 타기로 한다. 기본요금으로 운진항까지 갈 수 있으니 현명한 판단이다.

드디어 2시 배를 타고 가파도로! 도착하여 삼겹살을 같이 구워 먹기로 한 느영나영 주인형님께 부탁하여 트럭으로 짐운반을 한 후, 가벼운 차림으로 귀한 손님과 가파도 해안가를 걸어 한 바퀴 돌며 사진도 찍고 한담도 나눈다. 삼겹살을 구워 먹기로 한 시간이 4시라 한 시간 반의 여유가 있었다. 느영나영 식당으로 돌아와 고기 구울 세팅을 마친 후 아는 사람들 모조리 불러 삼겹살 파티를 했다. 일산 형은 직접 가위와 집게를 들고 처음 보는 가파도 주민들에게 고기를 굽고 자르고 그릇에 옮겨주는 풀서비스를 제공한다.

식사 후 간단히 커피를 마시며 한담을 나누는데 일산 형은 피곤한 지 눈을 감고 조신다. 얼른 자리를 파하고 내 숙소로 모시고 자리를 봐드렸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강행군을 하셨으니 오죽이나 피곤했을까. 형은 벌써 곤히 주무시고 나는 마당에 나와 핸드폰으로 독수리 타법으로 이 글을 쓰고 앉아 있다. 이제 나도 그만 들어가 자야지. 내일 다시 새벽에 일어나 아침밥 지어먹고, 근무를 시작해야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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