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초의 유럽 전역에 걸쳐 동물 학대는 대중적인 오락이었고 그 대상은 특히 고양이였다. 그 중요성을 알기 위해서는 호가스의 그림 <잔인성의 첫단계>를 보는 것으로 충분하며, 일단 보려고 마음 먹으면 사람들이 동물을 학대하는 것을 도처에서 보게 된다. 17세기 초 스페인의 《돈키호테》에서 19세기 말 프랑스의 《제르미날》에 이르기끼지 고양이 죽이기는 문학의 공통적인 주제였다. 문학에 등장하는 동물에 대한 잔혹 행위는 몇몇 반쯤 미친 작가들의 기학적 환상이 결코 아니며 미하일 바흐친이 라플레에 대한 연구에서 입증했듯 대중문화의 깊은 조류를 표현하는 것이었다.(156~157쪽)
송악도서관에서 고양이 소재 책들을 조사하던 중 마지막으로 눈에 들어온 것이 로버트 단턴의 《고양이 대학살 : 프랑스 문화 속의 다른 이야기들》이라는 책이었다. 읽고난 후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고양이에 대한 책이 아니다. 고양이 이야기는 전체 6장 중 2장에 나오는 노동자들의 폭동의 한 사례로 다뤄지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동물보호나 동물권 관점에서 이 책을 접근하는 것은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채우고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해야겠다. 그러니 고양이를 공부하겠다고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잘못된 판단이었다.
이 책은 프랑스 혁명이 위로부터 지식인들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농민의 불만이, 노동자들의 폭동이, 부르주아의 자각이, 경찰관료의 인식변화가 동시에 있었다는 것을 민화나 이야기나 다양한 방식의 문서들을 소개하고 분석하고 해석함으로써 새로운 방식으로 역사를 구성할 수 있음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역사서이다.
알라딘 소개에 따르면, "이 책은 농민들의 민담, 인쇄공들에게 전승되던 이야기, 도시 안내서, 경찰의 보고서, 『백과전서』 서문, 서적 주문서 등 많은 사람들이 읽기는 했지만 사료로서의 가치에 대해서는 의심을 품던 것들 속에 숨어 있는 의미를 캐냄으로써 우리가 ‘계몽주의’라고 부르고 싶어 하는 시대 속의 사고방식을 탐구한다. 이 같은 역사 서술은 종래와는 달리 ‘밑으로부터의 역사’를 실행하며 역사학의 새로운 차원을 여는 것이었다.(......)
이와 같은 단턴의 역사 방법론은 그간의 계량적 역사를 넘어 질적 역사로 진입하는 역사학 연구의 새로운 길을 활짝 열어젖힌 사건이었다. 이 책은 한국에서도 1996년에 처음 번역되어 소개된 이래로 역사학 분야의 필독서로 자리 잡으며 꾸준히 다루어졌고, 학문적 중요성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으로 극찬을 받는 동시에 역사 서술 방법론에 관한 여러 논쟁을 야기한 바 있다."
윌리엄 호가스, <잔인성의 첫 단계>라는 작품에서는 온갖 동물들이 학대당하는 오습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그럼, 고양이를 공부하고픈 나에게 이 책은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을까?천만에! 이 책은 나에게 역사 속에서 고양이는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인간과 고양이의 관계는 어떠했는지 더욱 궁금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엄청난 지적 호기심과 자극을 촉발시켰다. 때로는 신으로, 때로는 악마나 천사로, 때로는 마녀로, 때로는 부르주아로, 때로는 음탕한 여자로, 약재로, 액땜으로 대접받으며 살아온 고양이 역사를 더 파고들어가봐야겠다. 동양에서는 고양이를 어떻게 취급했는지 고전부터 문학작품에 이르기까지 조사해봐야지.
아, 고양이에 대한 공부는 하면 할수록 명료해지는 게 아니라 묘해진다. 존재가 그러한가? 인식이 그러한가? 이도 따져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