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쓰기 12 : 청소년소설 6

김경윤, <장자, 아파트 경비원이 되다> (사계절, 2017)

by 김경윤

1.

<장자>는 많은 영감을 주는 책이다. <장자>는 다른 고전과는 달리 이야기적 성격이 강하고, 세상을 다른 시선에서 볼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장자라는 인물은 매력적이어서 누구나 소설화해보고 싶은 사람이다. 나는 이번에 장자를 현대로 불러내어 이야기로 만들어보았다.

<장자>라는 책은 33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중에서 내편에 해당하는 7편은 장자가 직접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소설의 중간제목들은 모두 장자 내편의 제목을 본딴 것이다. <장자> 속에는 수많은 우화들이 등장한다. 붕새이야기나 원숭이가 등장하는 조삼모사 이야기, 호랑나비 이야기, 소를 잡는 백정이야기, 싸움닭 이야기, 혼돈 이야기 등은 모두 우리의 상식을 뒤집는다.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의심받고, 낯선 것이 새롭게 해석된다. 나는 소설 속에서 이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그 현대적 의미를 찾아보려고 했다.


2.

장자(莊子,기원전 369?~기원전 286?)라는 인물은 이름이 주(周)이고, 맹자와 동시대인으로 전국시대(戰國時代,기원전 403~기원전 221) 사람이다. 송나라 몽(蒙)지방에서 칠원(漆園)의 관리를 지냈으며, 평생을 권력을 멀리한 채 가난하게 살았다. 중국 전역에 전쟁에 휩싸여 여러 나라가 멸망하는 것을 목도한 장자는, 자유와 평등의 세계를 꿈꾸며 자연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사상을 일구었다.

만약에 장자가 오늘날 살아간다면 아파트 경비원쯤이 좋을 것 같다고 나는 생각했다. 가난하고 낮은 신분이지만 당당하고 지혜롭게 살아가는 사람. 그런 분이라면 사실 얼마든지 많다. 어릴 적 전통시장 좌판에 앉아서 콩나물을 팔던 아주머니, 새벽에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 거리를 치우시는 청소부, 낮에 바쁘게 우편물을 나르는 우편배달부, 야채가게 아저씨, 구둣방 할아버지, 우리가 그저 스쳐지나가듯 만나는 그 분들이 있어서 우리는 이렇게 편하게 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장자는 그러한 평범한 사람들을 아주 소중하게 여겼다. 장자 책을 보면 위대한 사람들은 조롱거리가 되고, 평범하다 못해 천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주인공의 자리를 차지한다. 실로 평민의 철학이라 할만하다. 이 세상이 위대한 사람들이 아니라 실로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서 더 나아진다고 믿는다. 생각해보라. 거리나 건물의 청소부가 없다면, 아파트에 경비원이 없다면 과연 정상적인 세상이 가능할까? 대통령이 없어도 나라는 잘 돌아가지만, 청소부가 없으면 나라는 금방 더러워진다.


3.

나라가 어지럽다. 역사는 이러한 시대를 ‘난세(亂世)’라고 말했다. 청소년들은 공부하느라 힘들고, 청년들은 직장 구하느라 힘들고, 장년들은 직장에서 해고당하지 않으려고 힘들고, 노인들은 할 일 없이 늙어가느라 힘들다. 주변을 둘러보면 모두들 어렵고 힘들다고 말한다.

장자는 이 어지러운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우리에게 알려준다. 쓸 데 없는 욕심을 좇느라 몸과 정신을 어지럽히지 말고, 가난하지만 자유롭게 살아가라고 말한다. 나 혼자 잘났다고 우쭐대지 말고, 다 함께 돕고 살아가라고 이야기한다. 힘든 길을 갈 때에는 서로 도와가며 가야한다. 남을 해치면 반드시 자신에게도 위험이 닥친다.

위대한 지도자를 찾을 필요가 없다. 그저 자신이 사는 곳에서 자유롭고 편하게 살아가는 지혜를 찾으면 그만이다. 장자는 우리 삶의 주인공은 바로 우리 자신이라고 말한다. 남의 얘기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의 원하는 길을 가자.


4.

내 주변에는 가난하지만 당당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어릴 적 농사를 전혀 지어본 경험이 없지만 나이가 들어 생태적인 도시농업을 시작한 소설가들이 있다. 이제는 농사일이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자급자족을 하면서 나눠주는 일도 하고 있다. 직장은 없지만 마을 일을 즐겁게 하는 백수청년들도 있다.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는 직장청년보다 이 백수청년들이 훨씬 많은 일을 한다. 마을의 보배다. 대학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실은 내 아들 둘이 그런 경우다. 첫째 아들은 애니메이션을, 둘째 아들은 농업을 배우고 있다. 나는 성공과 승리를 위해 살아가는 사람보다 서로 사랑하고 서로 돕는 사람들이 미래를 더욱 환하고 자유롭게 만들 것이라 믿는다. 이 책이 그러한 역할을 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2017년 민주와 정의가 넘치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자유청소년도서관에서 김경윤 씀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01861242&start=slayer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서문쓰기 11 : 청소년소설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