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2. 8.
매월 8일은 월급날이다. 정확히 말하면 시급알바 정산일이다. 전 달에 일한 시간 곱하기 시급액이 월급이고, 오후 근무까지 하게 되는 경우에는 점심 값으로 1만 원이 추가 지급된다. 12월에는 기상악화로 쉬는 날이 많아 정산액이 적었는데, 그나마 1월에는 정상적으로 근무한 날이 많아 지난달보다 많은 월급을 받게 되었다. 월급이 얼마가 되었든 아내에게 100만 원을 보내주기로 약속을 했었다. 이 나이에 집에 꼬박꼬박 100만 원을 보내주는 사람이 몇 %가 되는지 확인하지는 않았으나, 개인적으로 매우 뿌듯하다.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로 아내에게 월평균 100만 원 이하의 - 사실은 그보다 한참 못 되는 - 금액을 주었던 과거를 생각해 보면, 흔들림 없이 일정한 액수를 - 액수의 다소와 상관없이 - 보낼 수 있는 처지가 된 내가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사실 코로나 이전에도 워낙 수입이 들쑥날쑥해서 가계를 꾸려가는 아내의 처지에서는 늘 조마조마했을 것이다. 들어갈 돈은 많은데, 들어오는 돈이 없는 경우 삶이 많이 위축된다는 것은 누구나 경험한 바이다. 올해는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길 소망한다.
2월에는 명절이 들어있어 들어가야 할 돈이 많은 달이라, 100만 원 말고도 일종의 보너스 개념으로 아내에게 소정의 돈을 추가로 보냈다. 차 띠고 포 띠니 남는 액수가 얼마 되지 않지만, 섬생활에 소비를 최대한으로 줄이면 아무 문제없다. 아끼고, 비우면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조금 걱정되는 것은 2월에는 기상악화가 심해져서 정상적으로 근무한 날이 단 하루도 없다는 점이다. 하루 7차례 정상적으로 배가 뜨는 것이 이처럼 어려운 일인지 실감한다. 그렇지만 그 또한 어쩔 수 없는 일. 노심초사한다고 상황이 좋아지지 않는다. 기꺼이 받아들인다. 나는 외적인 빈곤을 내적인 풍요로 채울 수 있는 인문학적 소양을 가르치는 사람이니까. 그렇게 자기 최면을 걸며 오늘도 갑작스러운 오후 결항에 당황하지 않고 집으로 향한다. 12척밖에 남지 않았어도 전의를 상실하지 않았던 이순신은 아니지만, 나에게는 아직 읽어야 할 12권보다 많은 책이 있다.
오늘은 일산에 있는 도서평론가 이권우가 싸인을 넣어 보내준 책을 받았다. 거기에 이렇게 쓰여있었다. "秋史의 정신으로!"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 유배되었던 곳이 가파도에서 멀지 않다. 추사는 멀고 먼 유배지에서 세한도(歲寒圖)를 그리며 자신의 정신을 추슬렀다. 문우가 보내준 문구는 이런 추사의 정신을 되새기라는 당부의 메시지를 담은 것이리라. 이번 주에 읽어야 할 책이 한 권 더 생겼다. 그것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