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 돈방석 식당

2024. 2. 3.

by 김경윤

1.

어제는 정기적으로 쉬는 금요일이었다. 오전에 줌으로 하는 수업을 마치고 1시 20분 배로 가파도에서 나갔다. 바깥에서 일을 보고 돌아오려면 3시 50분 막배를 타야 한다. 2시간 남짓 시간이 남아있다. 많은 곳에 들를 수 없어 홍마트에서 시장을 보는 것은 다음 주로 미루고, 다이소에 들러 필요한 생활용품 몇 점을 샀다. 그리고 온누리빵집에 들러 토스트 해먹을 식빵과 몇 종류의 빵도 사고. 오늘 저녁 헬로유기농 부부의 후배 음악인들인 소울싱어가 제주도로 놀러 와서 가파도로 들어온다고 한다. 그래서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헬로 나명호형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바다낚시 중이라고 내일이나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소식을 듣는다. 내일은 어쩌면 풍랑주의보로 배가 뜨지 못할 수도 있는데, 이를 어쩐다.

그래서 오늘 휴일이라 가파도 밖에 나왔다고 하니, 그럼 밖에서 만나 식사(?)하고 자기네 숙소에서 하룻밤 같이 묵은 후, 다음날 아침 날씨를 봐서 같이 가파도를 들어가면 어떻겠냐고 묻는다. 잠시 전화를 끊고 가파도에 있는 매표소 전 직원에게 내일 첫 배 근무를 대신 설 수 있는지 물어봤다. 그러자 흔쾌히 그러겠다고, 친구분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라고 대답한다. 얼씨구나, 다시 헬로형에게 전화하여 그럼 지난번에 가파도 일찌 누나에게 추천을 받은 '돈방석 식당'에서 만나자고 했다. (알고 보니 친척집.^^) 헬로형도 오케이!

제주도에서는 어느 곳에서냐 길냥이들을 만날 수 있다. 생선 냄새를 맡고 점박이 고양이 한 마리가 입구에서 서성인다.

2.

전화로 예약을 하고 찾아간 돈방석 식당은 지난주 박종천선배와 함께 회를 먹었던 미영이네 바로 옆집이다. 미영이네가 관광객들에게 널리 알려진 모던한 곳이라면, 돈방석 식당은 현지인들에게 알려진 투박한 숨은 맛집이다. 미영이네에서 먹었던 양보다 많이 주면서, 코스요리처럼 다양한 음식을 연속으로 맛볼 수 있고, 게다가 값도 비교적 싸다. 지난주에 같이 먹었던 헬로유기농도 기왕에 푸짐하게 먹을 것이라면 돈방석 식당이 좋다며 엄지손가락을 세운다. 기본안주에 야채전, 회국수, 방어튀김, 방어갓김치조림, 방어내장수육, 방어머리구이, 방어지리까지 계속 나와서 식탁에 자리가 모자랄 지경이다. 방어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음식을 맛보았다고 할 수 있다.

먹느라 정신이 팔려 회국수와 방어튀김, 방어머리구이는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다. 아쉽다.

역시 음식점은 현지인에게 묻는 것이 정답인 듯 하다. 유명관광 식당은 미관은 깔끔하고 음식도 정갈하지만 푸짐한 맛은 좀 모자라고 가격도 다소 비싼 편이라, 현지인 추천 식당에서 먹는 것이 더 저렴하고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다. 게다가 관광 유명세를 타지 않아 언제든 가도 대기를 할 필요도 없이 자리도 넉넉하다. 7시가 다 되어 들어온 헬로유기농 부부와 소울싱어 후배부부와 함께 흥성하게 저녁식사를 마치고, 헬로유기농이 묵는 저지리 이끌림 민박집으로 향한다. 가는 길에 마트에 들러 간단히 입가심할 음료(?)와 안주를 마련하여 숙소에 들어갔다.


3.

숙소에서 소울싱어 후배의 연주에 맞춰 즉석에서 설치된 노래방 기계(태블릿)에서 나오는 노래를 함께 불렀다. 격이 없는 분위기에 후끈 달아오른다. 생각 같아서는 밤새도록 흥청거리며 놀고 싶지만, 내일 나는 아침부터 근무를 해야 한다. 12시가 다 되어 잠자리에 들려 하는데 TV에서 한국과 호주의 아시안컵 8강전에 펼쳐진다. 헬로형은 누워서 경기를 시청하고, 소울은 잠을 청하고, 나는 오랜만에 따뜻한 물에 깨끗이 사워를 하고, 코를 골며 잠에 떨어졌다.

아침 알람시간에 맞춰 일어나, 다들 자고 있는 틈을 비집고 나와 아침산책을 하고, 식당에 들어가 무료로 먹을 수 있는 컵라면으로 알코올 기를 지운다. 어느새 헬로형도 잠에서 깨어 밖으로 나온다. 소울 후배도 부스스 일어나 아침 인사를 한다. 헬로형이 아침 출근 시간에 맞춰 나를 운진항까지 렌터카로 데려다 주기로 했다. 형이 준비한 모닝커피를 한 잔씩 들고 차에 오르는데, 하늘이 끄물끄물하다. 일기가 수상하다.

운진항에 도착하여 첫배로 가파도로 향한다. 가파도에 도착하니 비가 주룩주룩 내리기 시작하고, 파도가 점점 높아진다. 운항시간을 파악해 보니 기상 악화로 오전만 배를 운항하기로 했다고 전한다.

원래 오늘 헬로유기농과 소울싱어 4명이 가파도로 들어와 둘레길도 돌고, 점심도 같이 먹고, 낚시도 하다가 막배를 타고 나가기로 한 계획을 짰는데 모두 허사가 돼버렸다. 아예 결항이 되었으니 입도조차 할 수 없다. 이 사실을 헬로형에게 전화로 알리고, 안부를 전해달라고 부탁하고 전화를 끊는다. 그리고 오전 근무를 간단히 마치고, 집으로 비를 맞으며 돌아왔다. 즐거웠던 어제, 축축한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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