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 날개 달기

2024. 2. 1.

by 김경윤

드디어 인터넷이 설치되었다. 신청한 지 두 달만이다. 코로나 때 비대면 수업을 해야 해서 줌을 깔고 진행한 적이 있었다. 가파도에 있으니 코로나 때랑 흡사하다. 사람을 만날 수가 없다. 그로 인해 대면으로 진행하는 대부분의 수업은 종료했지만, 오랫동안 진행했던 수업은 줌으로라도 계속해야 했다. 문제는 인터넷. 가파도에 와보니 인터넷 선이 없어, 설치가 불가능하단다. 인터넷을 설치하려면 먼저 인터넷 선을 깔아야 했다. 그래서 인터넷 선을 깔고, 기사와 와서 인터넷을 설치하는 데까지 두 달이 걸린 것이다.


인터넷 신청 방법을 알려준 전 직원이 가파도에서 인터넷 설치하는 데까지 2달은 양호한 것이라 한다. 어떤 때는 3, 4달이 걸리기도 한단다. (유럽형이라고 했다.) 그냥 딴 나라에 와서 인터넷을 신청한 것이라 생각하고 느긋하게 기다리라고 충고했다. 하지만 진행 중인 수업은 해야만 했다. 그래서 집에 인터넷이 없으니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표소까지 와서 수업을 진행했고, 나중에 핸드폰과 컴퓨터를 연결하여 사용하는 테더링 기능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그 기능으로 핸드폰 데이터량을 소비하면서 수업을 진행했다.


문제는 1월 말에 발생했다. 핸드폰의 데이터 사용량이 다 돼서 테더링 기능마저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급하게 반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알리고, 양해를 구하고 수업을 연기했다. 이런 일이 계속 발생하다가는 수업 자체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는데, 드디어 1월 31일에 인터넷이 설치된 것이다. 근무가 끝나고 집에 가서 저녁밥을 지어먹고, 인터넷을 열었는데 도시에 있을 때보다 속도도 느리고 용량도 적지만 작동한다. 만세다!


컴퓨터로 평생을 작업했으니 인터넷 환경은 나와 떼려야 땔 수 없는 사이다. 가파도에 내려와 인터넷이 안 되니 마치 날개를 잃은 새처럼 갑갑하고 불편했다. 그런데 인터넷이 드디어 가동된다. 날개 잃은 새가 날개를 얻은 것마냥 기쁘다. 그동안 미뤄왔던 수업이나 작업도 한층 속도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브런치에 올리는 글도 핸드폰 자판에 독수리 타법으로 기록된 것이 많다. 그만큼 시간도 많이 걸리고, 글 쓰는 속도도 비례해서 느려졌다. 답답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집안에 인터넷이 설치되니 반갑기도 하고 즐겁기도 해서 마치 처음 만난 물건처럼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하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평소 같으면 10시면 잘 시간인데, 어느새 12시가 다 되어 버렸다. 아이고, 인터넷은 시간을 빠르게 흐르게 하는 시간도둑이기도 했다. 인터넷 환경 하나로 삶이 이렇게 바뀌는구나를 새삼 느끼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모든 것을 제작할 수 있다는 제작의 달인 다이달로스는 아들 이카로스에서 촛농으로 붙인 날개를 달아두며 충고한다. "아들아, 너무 높게 날지 마라. 해가 촛농을 녹여 추락할 위험이 있다. 그리고 너무 낮게도 날지 마라. 바닷물이 날개에 스며들어 추락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들이 이카로스는 아버지의 충고를 듣지 않는다. 그 이후의 결과는 모두가 아는 바다. 나에게 인터넷은 '이카로스의 날개'인 셈. 인터넷이 깔렸다고 너무 빠져들지 않기를. 날개가 달린 것은 모두 추락하기 마련이니.

사갈의 이카루스.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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