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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Apr 27. 2024

오늘 : 축제 막바지

2024. 4. 27.

1.

어제 살짝 몸살 기운이 있었는데, 밤새도록 땀을 흘리다가 혼곤히 잠이 들어 늦게 일어났다. 오늘과 내일이 축제의 마지막이다. 아침에 일어나 밖에 나가보니 날씨가 화창하다. 관광객이 많이 올 것이다. 축제 마지막 행사로 공연단들도 올 것이다. 가파도 선착장이 흥성할 것이다. 나는 바쁠 것이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서둘러 아침식사를 마치고 걸어서 매표소로 향한다.


2.

아직은 몸살 기운이 떨어지지 않았는지 첫 근무가 힘들다. 종합상황실에 들러 타이레놀을 처방받는다. 흰색 알약 한 알을 먹고 조금 지나니, 몸이 조금은 나아진 듯하다. 바깥은 흥성한데, 나는 차분하다. 이런 몸상태가 나쁘지 않다. 나는 축제기간에도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너무 들뜨거나 너무 가라앉으면 분명 실수를 하게 된다. 호랑이 등에 탔지만 불경을 외는 마음으로 축제기간을 지냈다.


3.

오전 공연으로 더블 드럼팀이 와서 연주를 한다. 관광객들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추거나, 즉흥 신청곡으로 노래를 부른다. 다들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과연 축제로구나 싶다. 나의 축제는 아니지만(?), 가파도 축제로 인해 많은 사람이 괜찮아졌으면 좋겠다. 매표소 뒤편에 있는 자전거 대여소는 대부분의 자전거가 빠져나갔다. 날씨가 좋으니 자전거를 빌려 타는 관광객이 많아졌다. 다행이다. 다들 바쁘지만 많이 버시니.

4.

오전에 마틴 푸크너의 컬처: 문화로 쓴 세계사를 읽었다. 저자의 필력이 놀랍다. 역사적 사건을 문화사적으로 접근하고 인문학적 상상력을 가미하여 마치 눈앞에 펼쳐지듯 썼다. 15개의 독립적인 문화적 사건들을 통해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하나다. "문화의 소유자는 없다. 우리는 다만 다음 세대에 문화를 물려줄 뿐이다." 저자의 주장에 고개를 강하게 끄덕일 만큼 책은 매력적이다. 나중에 좀 더 자세히 소개하겠지만 반 정도 읽은 것만으로도 추천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5.

주말 축제기간에는 영진 아빠가 도시락을 싸와 같이 먹을 수 있다. 영진 엄마의 정성이 담겨 있는 소박한 도시락을 먹으며 오전을 마무리한다. 파라솔에 앉아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점심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30분의 여유!


6.

축제기간에는 거의 전석 매진이라 새로 발권한 일은 없지만, 관광객의 요구에 따라 관광시간을 줄이거나 늘어는 변경업무가 늘어난다. 어떤 사람은 2시간도 남는다 하고, 3시간도 모자란다 하니 각자 관광하는 방법과 태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발권은 평균적으로 2시간을 기준으로 하지만, 변경은 상황과 사정에 따라 나의 재량이 발휘한다. 될 수 있으면 관광객의 편에 서서 근무하려고 한다. 그게 맞는 것 같다.


6.

오후 4시 반부터 야영장을 운영하는 태봉왓에서 공연을 한다고 오라 한다. 나는 근무가 5시 40분에 끝나니 아마도 끝나고 정리하고 가면 공연이 끝났을 것이다. 공연단원들과 술이나 한 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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