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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May 17. 2024

오늘 : 한가

2024. 5. 17.

1.

정기휴일, 금요일. 첫배 발권하고 그 배 타고  운진항으로 나왔다. 여름 날씨다. 가벼운 옷차림에  배낭을 메고, 버스를 타고 송악도서관에 들러 책 반납과 대출을 하고, 가까운 편의점에 들러 시원한 커피 한 잔에 대출한 책을 훑어본다. 동네서점 어나더 페이지에 들러 이장에게 선물할 가벼운 책을 사고, 다이소로 걸어간다.

고양이 먹일 참치캔이 똑 떨어져 작은 종이상자에 캔을 가득 담고, 빵집에 들러  동네 어르신들에게 나눠드릴 빵을 잔뜩 산다.


"이 빵을 다 드세요?"

"그럴 리가요. 동네분들에게 나눠드리려고요."


빵을 한 보따리 사면서 빵집 주인과 나눈 이야기다. 주인은 고운 눈웃음을 지으며  빵 몇 개를 얹어 준다.

홍마트에 들러 영진이네 줄 고기와 반찬거리와 맥주 캔을 산다. 매번 들를 때마다 싫다 소리 한마디 없이 환대하는 맘 곱고 손 빠른 부부다. 든든한 이웃이 생기니 마음이 푼푼하다.


2.

운진항으로 와서 매표소 직원들에게 맘모스빵 두 개를 간식거리로 나눠졌다. 빵 많이 먹으면 살찐다고 하면서도 웃으며 받는다. 무인 택배함에 들러 가지고 들어갈 택배물을 챙기고 배에 올라 가파도로 돌아오니 2시도 안 됐다. 오후 시간이 한가하다. 집에 들러 짐을 부리고, 찬물로 샤워하고 평소 복장으로 동네 산책을 나선다. 만나는 동네분들께 인사를 하고, 평소에 바빠서 가보지 못했던 가게에 들러 미숫가루 냉음료도 마시고, 일찌 누나가 좋아하는 문어다리도 사서 손에 쥐어 드리고, 테이블에 한가하게 앉아 음료수를 마시며 따뜻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을 즐긴다. 마치 오늘은 관광객인 양.


3.

집으로 자전거를 타고 돌아와 감자와 카레에게 새로 산 참치캔을 따 준다. 둘이 다정하게 나눠먹더니 나를 따라 마당에 나와 배를 뒤집고 오수를 즐긴다. 너희들이나 나나 오늘은 상팔자구나. 내일은 다시 바쁘게 일해야 하지만, 오늘은 이렇게 지내자. 느긋하게, 한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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