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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Jun 27. 2024

오늘 : 장마

2024. 6. 27.

1.

제주도(가파도)는 오늘부터 장마의 시작이다. 밤새도록 비가 내리더니 비가 멈추지 않는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식사를 하고 출근준비를 한다. 우비를 챙겨 입고, 따로 옷을 하나 더 챙긴다. 우비를 입고 근무를 할 수는 없으니까. 자전거를 타고 비를 맞으며 터미널로 향한다. 바람이 불고 거리에는 아무도 없다.

풍랑주의보가 내리지 않았으니 배는 뜰 것이다. 하지만 관광객은 거의 없을 것이다. 첫배에 오른 승객은 60명 남짓. 반 이상이 가파도민이 입도한 것이고, 나머지 승객들이 관광객이다. 비가 오니 우비를 입고, 우산을 쓰고 배에서 내린다. 이 비를 맞고도 섬을 찾는 관광객이 놀랍기도 하다.

2.

가파도는 조용하다.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장사를 하시는 분들 중 아예 가게 문을 닫고 본도로 갔거나, 아예 한 달 정도 장사를 접은 주민도 있다. 장마가 끝나도 비가 자주 내려 공치는 날이 많다. 오늘은 자전거 대여소는 문을 열지도 않았다. 빗길에 자전거를 타는 관광객도 없을 뿐 아니라, 안내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아예 자전거를 대여하지 않는다.

하늘은 구름과 안개로 흐릿하다. 새도 날지 않는다. 기분이 착 가라앉는다. 매표소가 한가하여 독서하기에는 아주 딱 좋은 환경이다. 조용한 발라드 음악을 틀어놓고 따뜻한 커피 한 잔 만들어 마시며 일과를 시작했다. 점심시간이 되었지만, 비 때문에 매표소에 머물면서, 컵라면으로 점심을 때운다. 시간이 더디게 간다.


3.

장마가 끝나도 비는 자주 내릴 것이고, 그 사이에 태풍이 올 가능성이 높다. 아마도 이런 상황이 7월과 8월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다. 다른 주민들은 섬 바깥으로 나가 지내기도 하지만, 매표소에 묶여(?) 있는 처지라 도리어 꼼짝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외부의 환경에 나를 맞추기보다는 내 스스로 환경을 만들어 그 환경 속에 나를 머물게 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7월과 8월에 독서계획과 집필계획을 다시 세워 본다. 천천히 오래 읽을 수 있는 책은 마련되어 있다. 이정우의 <세계철학사 4>를 장마와 태풍을 견디며 읽어야겠다. 우치다 다쓰루의 레비나스 3부작에 해당하는 두툼한 책들도 있다. 강남순이 새로 쓴 <철학자 예수- 종교로부터 예수 구하기>도 있다. 이 두툼하지만 흥미로운 책들을 읽으며, 쓰기로 한 청소년 소설 권과 에세이 한 권도 이 시기에 써야겠다. 그것들을 다 끝낼 때쯤 가을이 올 것이다. 나 나름의 장마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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