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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Sep 30. 2024

오늘 : 출간 축하파티

2024. 9. 30.

1.

9월은 일하는 날만큼이나 풍랑으로 공친 날이 많았다. 반타작이나 했을까? 날씨도 덥고 습기가 많아 아무리 낙천적인 사람이라도 쉽게 웃지 못할 기간이었다. 책을 출간해서 고양에 다녀왔지만 출간기념 모임도 못 갖고 다시 제주도로 내려와야 했다. 설상가상. 추석연휴도 풍랑주의보가 떠서 일을 못했다.

그러던 차 고양에 있는 제자들(?)이 가파도로 내려온다고 연락이 왔다. 28, 29 양일간 가파도에 와서 있다가 저녁 비행기를 타고 올라가는 일정으로. 문제는 28일에 들어올 수는 있지만, 29일 날은 풍랑이 거세 밖으로 나가지 못할 확률이 높았다. 그래서 고민 끝에 제주도에 숙소를 잡고 밖에서 같이 1박을 하기로 했다. 그보다 며칠 전에 내려온 수연이는 가파도로 들어와 블루오션 민박에 묵었다가, 27일 날 가파도로 나가서 합류했다. 27일에 제주도로 온 서연이와 지혜와 만나 만선식당에서 고등어회로 회포를 풀었다. 다음날인 28일에는 서연이와 지혜가 가파도를 구경하고 싶다고 하여 내가 가이드가 되어 가파도 투어를 했다.

2.

28일 저녁에는 사계리에 있는 쉬다가게에서 묵었다. 드디어 동진이와 준우가 합쳐지면서 오기로 한 모든 청년(?)들이 모였다. 나는 그냥 가파도로 놀려오는 건 줄 알았는데, 제자들은 내가 출간한 책 <장자를 거닐다>의 출간을 기념하는 파티를 열어주기로 했다 한다. 밤에 고기를 굽고, 케이크를 자르고, 술을 마시며 조촐하게 출간 축하파티를 했다. 방 4개짜리 단독주택에 마당이 있는 집에서 밤늦도록 먹고 마시며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들로 흥성했다.

29일 아침 배가 안 뜰 것 같았는데, 확인해 보니 첫배가 뜬단다. 부랴부랴 출근을 가파도로 하니 11시 배로 배가 끊긴단다. 2시간 근무하고 다시 배를 타고 운진항으로 나가 제자들이 있는 사계리로 갔다. 해장국이 유명한 강풍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해변카페 소색채본으로 가서 쉬었다. 몇몇 청년들은 산방산 석굴을 보러 올라갔다 왔다. 소색채본 마당에 놓여있는 소파에 누워 멍을 때리다가 비행기 시간에 맞춰 작별인사를 나눴다.

3.

가파도를 기억하고 찾아와 준 제자들과 9월의 마지막을 즐겁게 보냈다. 힘든 나날이었는데, 덕분에 한결 기분이 가벼워졌다. 서연이는 동영상을 만들어 책을 페북에 선전해 주었고, 지혜는 글을 써서 선전해 주었다. 동진이는 양주를 가져와 분위기를 농도를 높였고, 준우는 신기한 맥주들을 가져와 분위기의 강도를 넓혔다. 음식도 넉넉히 준비해서 다 먹지 못해 남은 음식을 나에게 넘겨주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즐거웠다. 작은 손길 하나하나 고맙다. 잘 가라!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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