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도에서 <대학> 읽기 9 : 집안을 공평하게

by 김경윤

9. 제가(齊家), 집안을 공평하게


“자신의 나라를 다스리려는 사람은 먼저 자신의 집안을 공평하게 대했습니다.”라는 뜻은 다음과 같습니다. 자신의 집안사람을 가르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을 가르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군자는 집안을 나가지 않고서도 나라에 가르침을 베풉니다. 집안 어른에게 효도함으로 나라의 임금을 섬기고, 집안 어른을 공경함으로 윗사람을 섬기고, 집안의 아랫사람에게 자애로움으로 아랫사람을 부릴 수 있습니다.


所謂 治國 必先齊其家者. 其家 不可敎 而能敎人者 無之.

소위 치국 필선제기가자. 기가 불가교 이능교인자 무지.

故 君子 不出家 而成敎於國. 孝者 所以事君也. 弟者 所以事長也. 慈者 所以使衆也.

고 군자 불출가 이성교어국. 효자 소이사군야. 제자 소이사장야. 자자 소이사중야.


《서경》에 “갓난아이를 보호하듯 하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마음으로 성실하게 구하면 비록 적중하지는 않아도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닙니다. 아이 기르는 법을 배운 뒤에 시집가는 일은 없습니다.

康誥曰 如保赤子. 心誠求之 雖不中 不遠矣. 未有學養子而后 嫁者也.

강고왈 여보적자. 심성구지 수부중 불원의. 미유학양자이후 가자야.

한 집안이 사랑하면 한 나라에 사랑이 일어납니다. 한 집안이 양보하면 한 나라에 양보가 일어납니다. 반대로 한 사람이 탐욕을 부리면 한 나라가 어지럽게 됩니다.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말 한마디가 분쟁을 일으키고, 한 사람이 나라를 안정시킨다”라는 말한 것입니다.


一家仁 一國興仁. 一家讓 一國興讓. 一人貪戾 一國作亂. 其幾如此.

일가인 일국흥인. 일가양 일국흥양. 일인탐려 일국작란. 기기여차.

此謂 一言僨事 一人定國.

차위 일언분사 일인정국.


성군이 요임금과 순임금이 세상을 사랑으로 이끌자 백성이 이를 따랐습니다. 폭군인 걸임금과 주임금이 세상을 사나움으로 이끌자 백성이 이를 따랐습니다. 자신은 난폭하면서 백성에게 사랑하라고 명령하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반대되는 것을 명령한 것입니다. 백성은 이를 따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군자는 자신이 갖춘 뒤에야 남에게 요구하고, 자신이 없앤 뒤어야 남에게 없애라 말합니다. 자신이 간직한 것으로 남을 이끌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남을 이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나라를 다스리려는 사람은 먼저 자신의 집안을 공평하게 대했습니다.”라고 말한 것입니다.

堯舜帥天下以仁, 而民從之. 桀紂帥天下以暴 而民從之. 其所令 反其所好, 而民不從.

요순수천하이인, 이민종지. 걸주수천하이포 이민종지. 기소령 반기소호, 이민부종.

是故 君子 有諸己而后 求諸人, 無諸己而后 非諸人.

시고 군자 유제기이후 구제인, 무제기이후 비제인.

所藏乎身不恕, 而能喩諸人者 未之有也. 故 治國 在齊其家.

소장호신불서, 이능유제인자 미지유야. 고 치국 재제기가.


《시경》에 “복숭아꽃이 아름답게 피었구나. 그 잎이 무성하구나. 그 집 아가씨가 시집가는구나. 그 집안사람들 화목하게 하겠구나”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집안사람들을 화목하게 한 뒤 비로소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습니다.

《시경》에 “형제가 화목하구나”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형제 간에 화목한 뒤에야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습니다.

《시경》에 “자신의 태도가 잘못된 것이 없으니 사방 나라를 바로 잡는구나”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아버지, 자식, 형제에게 본받을 만한 뒤에야 다른 사람이 그를 본받습니다.

“자신의 나라를 다스리려는 사람은 먼저 자신의 집안을 공평하게 대했습니다.”는 바로 이런 뜻입니다.

詩云 桃之夭夭 其葉秦秦. 之子于歸 宜其家人. 宜其家人而后 可以敎國人.

시운 도지요요 기엽진진. 지자우귀 의기가인. 의기가인이후 가이교국인.

詩云 宜兄宜弟. 宜兄宜弟而后 可以敎國人.

시운 의형의제. 의형의제이후 가이교국인.

詩云 其儀不忒 正是四國. 其爲父子兄弟 足法而后 民法之也.

시운 기의불특 정시사국. 기위부자형제 족법이후 민법지야.

此謂 之治國 在齊其家.

차위 지치국 재제기가.


1.

제가(齊家)에 대한 주석이다. '집안을 공평하게'라고 새긴다. 제(齊)는 가지런하다, 공평하다는 뜻이다. 공평하다는 말은 차별하지 않는다는 말과 상통한다. 차별하지 않는 마음과 태도를 가지고 집안 식구를, 공동체 구성원을, 나라의 구성원을, 세계의 구성을 대하면 인류의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 믿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차별 없는 마음, 편벽되지 않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수신과 제가는 그렇게 이어진다.


2.

주석이라 <서경>과 <시경>의 관련 인용구가 많다. 모두 집안을 공평하게 대해서 공동체가 나라가 천하가 공평해진 사례이다. 성군인 요임금과 순임금이 모델로 제시되고, 폭군이 걸임금과 주임금이 반면교사의 사례가 된다. 화목한 집안의 사례, 화목한 형제의 사례가 등장한다. 내 눈에 끄는 것은 <서경>에서 인용된 다음 사례다.


“갓난아이를 보호하듯 하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마음으로 성실하게 구하면 비록 적중하지는 않아도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닙니다. 아이 기르는 법을 배운 뒤에 시집가는 일은 없습니다.(如保赤子. 心誠求之 雖不中 不遠矣. 未有學養子而后 嫁者也.)


어떻게 공평한 마음에 이를 수 있는가? 그것은 갓난아이를 보호하는 것처럼 주변인을 대하라는 것이다. '갓난아이(赤子)'는 천둥벌거숭이다. 자신이 하는 일을 알지 못한다. 그래도 갓난아이이기에 정성스럽게 그의 요구를 상상하고 들어주고 보살핀다. 내가 원하는 것을 상대방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갓난아이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행동한다. 그러면 설령 간혹 잘못된 결과를 낳더라도 중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된다. 아이 기르는 법을 몰라도 시집을 하는 것처럼, 사는 법을 몰라도 사람과 만나게 된다. 그러니 만나는 사람마다 갓난아이 대하듯 정성껏 대하라. 나는 이렇게 해석한다.


3.

여기서 핵심은 성심(誠心)이다. 성심은 팔조목의 앞의 덕목인 성의(誠意), 정심(正心)과 연결된다. 그리고 그다음에 수신과 제가가 연결된다. 그러니까 팔조목은 스텝바이스텝(step by step)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유기적 통일체로 해석할 수도 있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앞말이 뒷말을 해석하고, 뒷말이 앞말을 보충한다.


4.

가족을 생각한다. 나를 만든 가족. 멀리 떨어져 있다. 젊어서는 삶의 공동체였는데, 이제는 기억(혹은 추억)의 공동체가 되었다. 중2 때 나를 떠난 어머니, 고2 때 세상을 떠난 아버지, 그리고 어린 나이 때부터 헤어져 지냈던 여동생들. 살아서 연락은 되지만 명절날에도 만나기 힘들게 된 내 가족을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만든 가족. 어린 시절 만나 결혼하고 두 아이를 낳은 아내와 이미 장성하여 자신의 독립된 삶을 살아가는 두 아들. 그들 또한 나의 일상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아마도 시간이 흐를수록 관계가 느슨해지다가 서서히 희미해질 것이다. 이것을 받아들이는 내 마음은 어떤 상태일까? 이 마음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주석에 대한 주석을 달다 보니, 갑자기 감상에 빠졌다. 어쩔 수 없다. 내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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