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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Mar 03. 2020

2020 독서노트 2

오십, 중용이 필요한 시간

“『중용』 하면 평온하고 차분한 이야기가 나오리라 예상할 수 있다. 『중용』은 극단이 판을 치는 ‘소은행괴(素隱行怪)’의 세상에서 주위에 널려 있고 누구라도 실천할 수 있는 평범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있다. 쉰의 나이도 조명이 쏟아지는 특별(特別)하고 화려함보다 공기처럼 편안하고 일상처럼 부담 없는 보통(普通)에 다시 눈이 가는 때다. 보통이 결국 오래가기 때문이다. 『중용』과 쉰의 나이는 평범함에서 잘 어울린다.”(21쪽)     

“도대체 무엇이 하루 몇 분이라도 자신을 돌이켜보지 못하게 할까? 그것은 바로 일상의 비정상화다. 우리가 일상을 정상으로 돌려놓으려면 시간에 맞춰 살 것이 아니라 시간을 이끌어가며 살 필요가 있다. 먼저 하루 얼마의 시간이라도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자. 아울러 내가 무엇을 하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살펴보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의 안에 불빛을 비춰 부끄러워할 것이 있는지 살펴보자. 마음은 숨길 곳이 아니라 자주 들여다봐야 할 곳이다.”(124쪽)   

  

                                                                     * * * * *     


《마흔, 논어가 필요한 시간》(2011, 21세기북스)을 쓴 신정근 교수가 2015년에는 청소년용으로 《중용, 극단의 시대를 넘어 균형의 시대로》(사계절)을 쓰더니 2019년 12월에 《오십, 중용이 필요한 시간》(2019, 21세기 북스)을 써서 돌아왔다, 물론 신정근 교수는 이외에도 수많은 책을 썼지만, 오늘은 ‘중용’에 주목한다.

오십이라면 천명(天命)을 알아야 할 시간, 자기 자신을 돌볼 시간이다. 인생 100세 시대라면 남은 반절의 삶을 잘 살기 위해 자신을 점검해봐야 한다고, 50세가 낀 세대라 볼 수 있지만 이 세대와 저 세대를 연결시킬 수 있는 좋은 세대라고 저자는 말한다. 중용의 50대는 자기 자신의 진실을 만나야 한다. 자기 자신을 만나, 흔들리지 않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편안하게 세상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저자는 그렇게 말한다.

논어가 흩어져 있는 사상이라면, 중용은 모아놓은 사상이다. 사상의 핵심이다. 논어가 바다라면, 중용은 바다에서 주운 소중한 것들이다. 송대 사상가 주희가 사서운동을 전개하면서, 대학, 논어, 맹자, 중용 순으로 읽으라는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었다. 나 나름 항해에 비유하자면, 대학에서 학문의 바다로 떠날 준비를 하고, 논어라는 학문의 바다에 빠져 들어가, 맹자라는 항해사를 만나 온갖 난관을 극복하고, 중용에 도착하여 항해의 비결을 정리한다. 세대별로 정리하자면, 20대가 대학, 30대가 논어, 40대가 맹자, 50대가 중용이라면 딱 맞았을 텐데. 아닌가? 좌충우돌하는 30대가 맹자에 가깝다면 신정근의 정리도 맞는 것 같기도 하다.

그 삶의 바다에 한 번쯤은 빠져서 헤맸다가 돌아온 경험이 있는 세대가 50대라면 《오십, 중용이 필요한 시간》이라는 책은 참으로 시의적절하다. 하지만 이 책은 제목이 그렇다는 것이지, 50대 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흔들리고, 지나치고 모자란 삶을 살아가는 것이 어찌 비단 50대 만이랴. 마음에 중심을 잡고 흔들리더라도 무너지지 않으려는 모든 세대가 읽어도 좋은 책이다.     

p.s. 나는 신정근의 팬이다. 그의 글은 차분하고, 집요하며, 논리적이고, 따뜻하다. 그는 참으로 괜찮은 학인(學人)이다. 이런 분들이 있는 인문학 세계가 참으로 좋다.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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