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장. 자본론 2권

- 자본의 순환과 재생산

by 김경윤

저술의 배경과 마르크스의 삶

1885년 7월, 함부르크에서 『자본론』 2권이 출간되었어요. 하지만 이 책의 저자란에는 마르크스의 이름이 아니라 "칼 마르크스 저, 프리드리히 엥겔스 편"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마르크스는 2년 전인 1883년 3월 14일에 이미 세상을 떠났거든요.

마르크스는 1권을 출간한 후에도 계속해서 2권과 3권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작업이 지연되었어요. 1881년 아내 예니가 세상을 떠난 후 마르크스는 더욱 쇠약해졌어요. 1883년 1월에는 큰딸 예니까지 잃었어요.

마르크스는 죽기 직전까지도 『자본론』 완성을 위해 노력했어요. 침대에 누워서도 원고를 수정하고, 새로운 자료를 정리했어요. 하지만 결국 2권과 3권을 완성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어요.

엥겔스는 친구의 유언을 받들어 『자본론』 완성에 나섰어요. 마르크스가 남긴 수많은 원고들을 정리해서 2권과 3권으로 편집하는 작업이었어요. 이는 엥겔스에게 매우 힘든 일이었어요. 마르크스의 필체는 악필로 유명했고, 원고들은 여러 번 수정되어 있어서 해독하기 어려웠거든요.

엥겔스는 마르크스의 원고를 정리하면서 놀랐어요. 2권만 해도 8개의 서로 다른 초고가 있었거든요. 마르크스가 얼마나 완벽주의자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에요. 같은 내용을 여러 번 다시 쓰면서 더 나은 표현을 찾으려고 했던 거예요.

엥겔스는 1885년 2권 서문에서 이렇게 썼어요. "이 작업이 얼마나 어려웠는지는 2권을 읽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제1편은 거의 완전히 새로 써야 했다." 엥겔스의 헌신적 노력이 없었다면 『자본론』 2권과 3권은 세상에 나올 수 없었을 거예요.

2권의 주제는 '자본의 유통 과정'이에요. 1권에서 자본의 생산 과정을 다뤘다면, 2권에서는 생산된 상품이 어떻게 유통되고 판매되는지를 분석해요. 또한 사회 전체의 재생산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도 다뤄요.

마르크스는 2권에서 매우 추상적이고 수학적인 분석을 전개해요. 1권에서 보여준 생생한 역사적 서술이나 감정적 호소는 거의 없어요. 대신 도식과 공식을 사용해서 자본의 운동을 과학적으로 분석해요.


저술의 핵심 내용 정리

『자본론』 2권은 크게 3편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제1편에서는 자본의 변태와 순환을, 제2편에서는 자본의 회전을, 제3편에서는 사회적 총자본의 재생산과 유통을 다뤄요.


제1편: 자본의 변태와 순환

마르크스는 자본이 끊임없이 형태를 바꾸면서 순환한다고 분석해요. 자본은 화폐자본(M), 생산자본(P), 상품자본(C')의 세 가지 형태를 거치면서 운동해요.

첫 번째는 화폐자본의 순환이에요: M - C(Pm + A) ... P ... C' - M'

M: 화폐자본 (돈)

C: 상품 (Pm: 생산수단, A: 노동력)

P: 생산과정

C': 생산된 상품

M': 증가된 화폐

자본가는 돈(M)으로 생산수단과 노동력을 구매하고(C), 생산과정(P)을 거쳐 상품(C')을 만들어 판매해서 더 많은 돈(M')을 얻어요.

두 번째는 생산자본의 순환이에요: P ... C' - M' - C ... P

생산과정에서 시작해서 상품을 판매하고, 그 돈으로 다시 생산수단과 노동력을 구매해서 생산을 계속하는 순환이에요.

세 번째는 상품자본의 순환이에요: C' - M' - C(Pm + A) ... P ... C'

상품 판매에서 시작해서 생산과정을 거쳐 다시 상품을 만들어내는 순환이에요.

마르크스는 이 세 가지 순환이 동시에 일어난다고 강조해요. 실제 자본가는 항상 이 세 가지 형태의 자본을 모두 갖고 있어요. 공장에서는 생산이 계속되고, 창고에는 판매할 상품이 있고, 은행에는 투자할 돈이 있는 거죠.


순환의 중단과 위기

마르크스는 자본의 순환이 여러 지점에서 중단될 수 있다고 분석해요. 예를 들어 상품이 팔리지 않으면(C' - M' 단계) 전체 순환이 멈춰요. 또는 필요한 원료를 구할 수 없으면(M - C 단계) 생산이 중단되죠.

이런 순환의 중단이 경제 위기의 원인 중 하나라고 봤어요. 자본주의에서는 생산과 소비, 판매와 구매가 시간적, 공간적으로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균형이 깨질 수 있다는 거예요.


제2편: 자본의 회전

마르크스는 자본의 순환이 일정한 시간을 두고 반복되는 것을 '회전'이라고 불렀어요. 자본의 회전 속도는 이윤율에 큰 영향을 미쳐요.

자본은 고정자본과 유동자본으로 나뉘어요. 고정자본은 기계, 건물 등 여러 생산 과정에 걸쳐 사용되는 자본이고, 유동자본은 원료, 노동력 등 한 번의 생산 과정에서 소모되는 자본이에요.

회전 시간은 생산 시간과 유통 시간으로 구성돼요. 생산 시간은 실제로 상품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고, 유통 시간은 상품을 판매하고 다시 생산수단을 구매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에요.

자본가들은 회전 시간을 단축하려고 노력해요. 회전이 빠를수록 같은 자본으로 더 많은 이윤을 낼 수 있거든요. 그래서 교통과 통신을 발달시키고, 재고를 줄이고, 생산 과정을 효율화하려고 해요.


가변자본의 회전과 잉여가치율

마르크스는 가변자본(노동력에 투자하는 자본)의 회전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해요. 가변자본의 회전 속도에 따라 연간 잉여가치율이 달라지거든요.

예를 들어 가변자본 100으로 잉여가치 100을 얻는다면 잉여가치율은 100%예요. 하지만 이 자본이 1년에 10번 회전한다면 연간 잉여가치율은 1000%가 되어요. 같은 자본으로 10배의 잉여가치를 얻는 거죠.

이는 자본가들이 왜 생산 속도를 높이고 유통을 빠르게 하려고 하는지 설명해줘요. 단순히 생산성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회전 속도를 높이는 것도 이윤 증대의 중요한 방법이거든요.


제3편: 사회적 총자본의 재생산과 유통

2권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제3편이에요. 여기서 마르크스는 사회 전체의 재생산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분석해요. 이는 경제학사상 최초로 시도된 거시경제 분석이었어요.

마르크스는 사회 전체를 두 개의 부문으로 나누어요:

제1부문: 생산수단을 생산하는 부문

제2부문: 소비재를 생산하는 부문

각 부문의 생산물은 다음과 같이 구성돼요:

c: 불변자본 (기계, 원료 등의 가치)

v: 가변자본 (노동력의 가치)

m: 잉여가치

따라서 각 부문의 총생산은 c + v + m이에요.


단순재생산의 조건

단순재생산은 같은 규모로 생산을 반복하는 것이에요. 이를 위해서는 다음 조건이 충족되어야 해요:

I(v + m) = IIc

즉, 제1부문에서 노동자와 자본가가 소비하는 양(I(v + m))이 제2부문에서 필요로 하는 생산수단의 양(IIc)과 같아야 해요.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균형이 깨져요. 예를 들어 I(v + m) > IIc라면 제1부문에서 생산한 생산수단이 남게 되고, 반대라면 제2부문에서 필요한 생산수단이 부족하게 되어요.


확대재생산의 조건

확대재생산은 규모를 늘려가며 생산하는 것이에요. 자본주의는 본질적으로 확대재생산을 추구해요. 이를 위해서는 잉여가치의 일부를 축적해야 해요.

확대재생산의 조건은 더 복잡해요:

I(v + m) > IIc

제1부문에서 생산한 생산수단이 제2부문의 현재 수요보다 많아야 해요. 그 초과분이 양 부문의 확대재생산에 사용되는 거죠.

마르크스는 이런 균형이 자동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해요. 시장 메커니즘만으로는 완전한 균형을 보장할 수 없고, 항상 불균형과 위기의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거예요.


재생산표식의 의의

마르크스의 재생산표식은 경제학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어요. 이는 케네의 경제표 이후 최초의 본격적인 거시경제 모델이었거든요.

나중에 레온티예프의 투입산출분석, 케인즈의 거시경제학, 성장이론 등이 모두 마르크스의 재생산표식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마르크스가 현대 거시경제학의 아버지 중 한 명인 이유예요.


핵심 개념 정리

자본의 순환: 자본이 화폐자본 → 생산자본 → 상품자본 → 화폐자본의 형태를 거치면서 끊임없이 운동하는 과정이에요. 이 순환이 중단되면 경제 위기가 발생할 수 있어요.

자본의 회전: 자본의 순환이 일정한 시간을 두고 반복되는 것을 의미해요. 회전 속도가 빠를수록 같은 자본으로 더 많은 이윤을 낼 수 있어요.

고정자본 vs 유동자본: 고정자본은 여러 생산 과정에 걸쳐 사용되는 자본(기계, 건물 등)이고, 유동자본은 한 번의 생산 과정에서 소모되는 자본(원료, 노동력 등)이에요.

생산시간 vs 유통시간: 생산시간은 실제로 상품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고, 유통시간은 상품을 판매하고 다시 생산수단을 구매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에요. 자본가들은 두 시간을 모두 단축하려고 노력해요.

재생산표식: 마르크스가 사회 전체의 재생산 과정을 분석하기 위해 만든 모델이에요. 사회를 생산수단 부문과 소비재 부문으로 나누어 각 부문 간의 교환 관계를 수식으로 표현했어요.

단순재생산 vs 확대재생산: 단순재생산은 같은 규모로 생산을 반복하는 것이고, 확대재생산은 규모를 늘려가며 생산하는 것이에요. 자본주의는 본질적으로 확대재생산을 추구한다고 봤어요.

부문 간 균형조건: 제1부문(생산수단)에서 노동자와 자본가가 소비하는 양이 제2부문(소비재)에서 필요로 하는 생산수단의 양과 일치해야 균형이 유지된다는 조건이에요.


『자본론』 2권은 1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경제학적으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어요. 특히 재생산표식은 현대 거시경제학의 출발점이 되었거든요.

마르크스는 2권을 통해 자본주의가 단순히 개별 자본가들의 이윤 추구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복잡한 시스템이라는 것을 보여줬어요. 각 부문과 각 자본가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한 곳에서 문제가 생기면 전체 시스템에 영향을 미친다는 거였어요.

특히 자본의 순환 분석은 현대의 공급망 관리, 재고 관리, 현금 흐름 관리 등과 직결되는 내용이에요. 마르크스가 150년 전에 분석한 내용들이 지금도 기업 경영의 핵심 과제들이거든요.

또한 재생산표식은 경제 계획의 이론적 기초가 되기도 했어요.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들이 경제 계획을 수립할 때 마르크스의 재생산표식을 참고했거든요. 물론 현실은 이론만큼 단순하지 않았지만요.

2권에서 마르크스가 제기한 균형과 불균형의 문제는 지금도 중요해요. 2008년 금융위기나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차질 등은 모두 마르크스가 분석한 순환의 중단과 관련이 있어요.

엥겔스가 마르크스의 원고를 정리해서 완성한 이 책이 현대 경제학에 미친 영향은 정말 크다고 할 수 있어요. 비록 마르크스 자신이 직접 완성하지는 못했지만, 그의 천재적 통찰력은 2권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어요.

마르크스는 2권을 통해 자본주의가 얼마나 복잡하고 정교한 시스템인지 보여줬어요. 동시에 이 시스템이 얼마나 불안정하고 위기에 취약한지도 드러냈고요. 이는 3권에서 다룰 이윤율 하락 법칙과 연결되는 중요한 통찰이에요.

비록 2권은 1권만큼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자본주의를 체계적으로 이해하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에요. 마르크스의 경제학이 단순한 착취론이 아니라 정교한 시스템 분석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저작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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