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장. 자본론 1권

- 상품에 숨겨진 비밀과 잉여가치의 탄생

by 김경윤

저술의 배경과 마르크스의 삶

1867년 9월 14일, 함부르크의 마이스너 출판사에서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왔어요. 『자본론 - 정치경제학 비판』 제1권이었죠. 49살의 마르크스는 이 책을 완성하기 위해 무려 20년을 바쳤어요. 그에게는 평생의 역작이었어요.

마르크스는 이 책을 완성한 직후 엥겔스에게 편지를 썼어요. "이 책이 부르주아지에게 날리는 가장 무서운 미사일이다." 자신감에 찬 선언이었죠. 실제로 『자본론』은 자본주의에 대한 가장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서가 되었어요.

하지만 이 책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어요. 마르크스는 185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경제학 연구를 시작했지만, 계속 완성을 미뤘거든요. 너무 완벽하게 쓰려다 보니 끝이 나지 않았어요.

특히 1860년대 들어 마르크스의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어요. 간 질환, 종기, 기관지염 등으로 고생했어요. 때로는 며칠씩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할 정도였죠. 엥겔스는 마르크스에게 "건강을 돌보라"고 계속 편지를 보냈어요.

마르크스를 더욱 괴롭힌 것은 경제적 어려움이었어요. 1860년대에도 여전히 가난했거든요. 집세를 못 내서 쫓겨날 뻔한 적도 있었고, 딸들의 교육비를 마련하지 못해 고민하기도 했어요. 엥겔스의 경제적 지원이 없었다면 『자본론』은 완성되지 못했을 거예요.

1863년에는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마르크스는 유산을 받았지만, 그것도 빚을 갚는 데 대부분 써버렸어요. 1864년에는 친구 빌헬름 볼프가 죽으면서 유산을 남겨줘서 조금 숨통이 트였어요.

마르크스는 1866년부터 본격적으로 『자본론』 완성에 매달렸어요. 하루에 12시간씩 글을 썼어요. 건강이 나빠져도 멈추지 않았어요. "이 책을 완성하지 못하면 죽을 수 없다"는 심정이었거든요.

드디어 1867년 4월, 마르크스는 1권 원고를 완성했어요. 그는 직접 함부르크로 가서 출판사와 협상했어요. 교정을 보는 과정에서도 계속 수정을 가했어요. 완벽주의자인 마르크스다운 모습이었죠.

책이 출간된 후 마르크스는 친구들에게 자랑스럽게 편지를 보냈어요. "드디어 내 아이가 세상에 나왔다!" 20년간의 노고가 결실을 맺은 순간이었어요.

하지만 처음 반응은 기대에 못 미쳤어요. 1년 동안 겨우 1,000부가 팔렸어요. 서평도 별로 나오지 않았어요. 너무 어려운 책이었거든요. 마르크스는 실망했지만, "진주는 처음에는 알아보는 사람이 적다"며 위안했어요.


저술의 핵심 내용 정리

『자본론』 1권은 총 25장으로 구성된 방대한 저작이에요. 마르크스는 상품 분석부터 시작해서 자본의 생산 과정 전체를 체계적으로 분석했어요. 여기서는 가장 중요한 내용들을 중심으로 살펴볼게요.


제1장: 상품 - 자본주의의 세포

마르크스는 『자본론』을 이렇게 시작해요.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 지배하는 사회의 부는 '거대한 상품 집적'으로 나타나며, 개별 상품은 그 부의 원소 형태로 나타난다."

상품은 자본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예요. 마치 생물체의 세포와 같은 역할을 하죠. 마르크스는 이 상품을 해부함으로써 자본주의 전체의 비밀을 밝혀내려고 했어요.

상품은 사용가치와 가치라는 이중성을 갖고 있어요. 사용가치는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유용성이고, 가치는 다른 상품과 교환되는 능력이에요.

마르크스는 가치의 실체가 추상적 인간노동이라고 분석했어요. 서로 다른 상품들이 교환될 수 있는 이유는 모두 인간의 노동이 투입되었기 때문이라는 거였어요.


상품 물신숭배 - 사회적 관계의 은폐

1장의 마지막 부분에서 마르크스는 '상품 물신숭배'라는 중요한 개념을 제시해요. 이는 『자본론』에서 가장 유명한 부분 중 하나예요.

상품 물신숭배란 사람들 사이의 사회적 관계가 물건들 사이의 관계로 나타나는 현상이에요. 예를 들어 빵값이 오르면 사람들은 "밀이 비싸졌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밀을 생산하는 농민과 빵을 사는 소비자 사이의 사회적 관계가 변한 거예요.

마르크스는 이를 종교적 환상에 비유했어요. "종교적 세계의 안개 낀 지역에서는 인간 두뇌의 산물들이 그들 자신의 생명을 부여받아 서로 그리고 인간과 관계를 맺는 독립적 존재들로 나타난다. 상품세계에서 인간 손의 산물들도 마찬가지다."


제2-3장: 교환과 화폐

마르크스는 상품들이 어떻게 교환되고, 화폐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분석해요. 처음에는 우연적 교환에서 시작해서, 점차 일반적 등가형태가 나타나고, 최종적으로 화폐가 등장한다는 거예요.

화폐는 단순한 교환 수단이 아니에요. 사회적 노동의 일반적 표현이자, 사회적 권력의 상징이기도 해요. 화폐를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의 노동 생산물을 마음대로 구매할 수 있거든요.


제4장: 화폐의 자본으로의 전환

여기서 마르크스는 핵심 질문을 던져요. "화폐는 어떻게 자본이 되는가?" 단순한 상품 유통에서는 C-M-C(상품-화폐-상품)의 순환이 일어나지만, 자본 유통에서는 M-C-M'(화폐-상품-더 많은 화폐)의 순환이 일어나요.

문제는 M'이 M보다 커야 한다는 점이에요. 어떻게 같은 가치의 상품을 사고팔면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까요? 이는 자본주의의 근본적 수수께끼예요.


제6장: 노동력의 구매와 판매

마르크스는 이 수수께끼의 해답을 '노동력'이라는 특수한 상품에서 찾아요. 노동력은 다른 상품과 달리 사용할 때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어요.

자본가가 노동자로부터 노동력을 구매할 때는 등가교환이 이루어져요. 노동력의 가치(노동자가 생활하는 데 필요한 비용)만큼 임금을 지불하죠. 하지만 노동력을 사용하는 과정에서는 그보다 더 많은 가치가 창조돼요.

예를 들어 노동자가 하루 8시간 일해서 100달러 어치의 상품을 만들었는데, 임금은 60달러만 받는다면 40달러의 잉여가치가 생기는 거예요.


제7-9장: 잉여가치의 생산

마르크스는 잉여가치가 어떻게 생산되는지 자세히 분석해요. 노동 과정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요. 하나는 필요노동시간(노동자 자신의 생활비에 해당하는 가치를 생산하는 시간)이고, 다른 하나는 잉여노동시간(자본가를 위한 잉여가치를 생산하는 시간)이에요.

자본가는 잉여가치를 늘리기 위해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해요. 하나는 절대적 잉여가치 생산(노동시간을 연장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상대적 잉여가치 생산(생산성을 높여서 필요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것)이에요.

제10-12장: 노동일

마르크스는 노동일의 길이를 둘러싼 자본가와 노동자의 투쟁을 생생하게 묘사해요. 자본가는 가능한 한 노동시간을 늘리려 하고, 노동자는 이를 제한하려고 해요.

마르크스는 영국의 공장 감독관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당시 노동자들의 참혹한 실상을 고발해요. 어린아이들이 하루 14-16시간씩 일하고, 여성들이 출산 직후에도 공장에 나와야 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줘요.

하지만 마르크스는 노동자들의 투쟁도 함께 서술해요. 10시간 노동법 쟁취 과정을 통해 노동자들이 어떻게 단결해서 자본가들과 맞서 싸웠는지 보여주죠.


제13-15장: 기계와 대공업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에서 기계의 역할을 깊이 있게 분석해요. 자본가들이 기계를 도입하는 이유는 노동자를 대체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예요.

하지만 기계의 도입은 노동자들에게 이중적 영향을 미쳐요. 한편으로는 노동을 더 쉽게 만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실업을 증가시키고 노동 강도를 높여요.

마르크스는 기계가 자본주의에서는 노동자를 억압하는 수단이 되지만, 사회주의에서는 해방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봤어요. 문제는 기계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사회적 관계라는 거였어요.


제23-25장: 자본의 축적

마르크스는 자본이 어떻게 축적되고, 그 과정에서 어떤 모순이 발생하는지 분석해요. 자본 축적은 잉여가치의 자본으로의 전환을 의미해요.

자본이 축적될수록 자본의 유기적 구성(불변자본과 가변자본의 비율)이 높아져요. 기계와 설비에 대한 투자는 늘어나지만 노동자 고용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거죠.

이는 '상대적 과잉인구'를 만들어내요. 기술 발전으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실업자가 늘어나는 거예요. 마르크스는 이를 '산업예비군'이라고 불렀어요.


자본주의의 역사적 경향

마르크스는 1권의 마지막에서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해 예언해요. "자본주의적 사적 소유의 조종이 울린다. 수탈자들이 수탈당한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스스로 자신의 무덤을 파는 과정을 묘사해요. 자본 축적이 진행될수록 소수의 자본가에게 부가 집중되고, 다수의 노동자들은 더욱 궁핍해져요. 동시에 노동자들의 수는 늘어나고 조직화도 진전돼요.

"독점의 족쇄와 양립할 수 없을 정도로 팽창한 생산수단의 집중과 노동의 사회화가 도달하는 지점에서 족쇄는 폭파된다." 결국 노동자들이 단결해서 자본가들을 타도하고 생산수단을 사회화할 것이라는 예언이었어요.


핵심 개념 정리

상품 물신숭배: 사람들 사이의 사회적 관계가 물건들 사이의 관계로 나타나는 현상이에요. 자본주의에서 사회적 관계가 은폐되고 왜곡되는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핵심 개념이에요.

사용가치와 가치: 상품의 이중성을 나타내는 개념이에요. 사용가치는 물질적 유용성이고, 가치는 사회적 노동의 응결체예요. 이 이중성이 자본주의의 모든 모순의 출발점이에요.

추상적 인간노동: 구체적 노동의 특수성을 제거하고 순수한 노동력 지출로만 본 개념이에요. 가치의 실체이자 서로 다른 상품들을 비교 가능하게 만드는 공통 기준이에요.

잉여가치: 노동자가 창조한 가치 중에서 임금을 초과하는 부분이에요. 자본가 이윤의 원천이자 자본주의 착취의 핵심 메커니즘이에요.

절대적 잉여가치 vs 상대적 잉여가치: 절대적 잉여가치는 노동시간 연장을 통해 얻는 것이고, 상대적 잉여가치는 생산성 향상을 통해 필요노동시간을 단축해서 얻는 것이에요.

자본의 유기적 구성: 불변자본(기계, 원료 등)과 가변자본(노동력)의 비율이에요. 기술 발전과 함께 이 비율이 높아지면서 여러 모순이 발생한다고 봤어요.

상대적 과잉인구: 자본 축적 과정에서 생겨나는 실업자들을 의미해요. 기술 발전으로 인해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발생하는 현상이에요.

산업예비군: 상대적 과잉인구의 다른 표현으로, 자본가들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는 실업자 집단을 의미해요. 임금 억제와 노동 통제의 수단으로 작용해요.


『자본론』 1권은 마르크스의 최고 걸작이에요. 20년간의 연구 성과가 집약된 이 책은 자본주의에 대한 가장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서로 인정받고 있어요.

특히 상품 물신숭배 이론은 현대 사회를 이해하는 데도 여전히 유효해요. 브랜드 숭배, 소비주의 문화 등은 모두 상품 물신숭배의 현대적 형태라고 볼 수 있거든요.

마르크스가 예언한 자본주의의 종말은 아직 오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가 지적한 모순들은 여전히 존재해요. 불평등의 심화, 기술적 실업, 경제 위기의 반복 등은 모두 마르크스가 분석한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된 것들이에요.

49살의 마르크스가 20년간의 연구 끝에 완성한 이 책이 15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읽히고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에요. 자본주의를 이해하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읽어봐야 할 고전 중의 고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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