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2장. 가장 평범한 관계 속에 가장 위대한 진리가

- 청년의 중용 읽기

by 김경윤

군자의 도는 그 시작을 평범한 부부에게서 찾을 수 있지만,

그 지극한 경지에 이르러서는 하늘과 땅에 환히 드러난다.

(The way of the superior man may be found, in its simple elements,

in the intercourse of common men and women;

but in its utmost reaches, it shines brightly through heaven and earth.)


우리는 종종 ‘진리’나 ‘깨달음’을 아주 어렵고 거창한 곳에서 찾으려고 합니다. 두꺼운 철학책을 파고들거나, 저명한 스승을 찾아 먼 길을 떠나야만 얻을 수 있는 신비로운 무언가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중용』은 우리에게 아주 놀라운 사실을 알려줍니다. 인류의 가장 위대한 진리는, 바로 우리 삶의 가장 평범하고 일상적인 관계 속에 그 씨앗을 품고 있다고요.

『중용』은 그 대표적인 예로 ‘평범한 부부(夫婦)’ 사이를 이야기합니다. 남녀가 만나 사랑하고, 가정을 이루고, 때로는 다투고 화해하며 살아가는 그 지극히 평범한 관계 속에, 온 우주를 관통하는 심오한 진리가 숨어 있다는 것입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한번 생각해 볼까요?

갓 시작한 연인의 풋풋한 사랑, 아이를 향한 부모의 무조건적인 사랑, 힘든 시간을 함께 견뎌낸 노부부의 깊은 사랑. 이처럼 가장 보통의 사람들이 나누는 사랑 속에는 이미 위대한 진리의 속성이 담겨 있습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아픔을 보듬어주고, 기쁨을 함께 나누는 이 모든 행위가 바로 진리를 실천하는 과정입니다.

물론, 이 평범한 사랑을 지켜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중용』은 말합니다. 부부 사이의 도리는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알고 행할 수 있는 쉬운 측면이 있지만, 그 지극한 경지에 이르면 성인(聖人)조차도 다 알지 못하고 다 행하지 못하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입니다. ‘원수까지도 사랑하라’는 아가페적인 사랑이나, 조건 없이 모든 존재를 껴안는 부처의 자비와 같은 경지는 평생을 노력해도 도달하기 어려운 사랑의 궁극적인 모습일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그 위대하고 숭고한 사랑의 시작점이, 결코 특별한 곳에 있지 않다는 사실. 그것은 바로 오늘 저녁 내가 아내에게, 남편에게, 아이에게, 부모님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 작은 배려 하나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것입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가장 깊이 남는 법입니다. 우리는 종종 바깥에서는 친절한 사람으로 인정받으면서도, 정작 가장 소중한 가족에게는 무심하거나 함부로 대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중용』은 우리에게 일깨워줍니다. 우주를 움직이는 위대한 원리를 배우고 싶다면, 먼저 내 곁에 있는 사람과의 관계부터 진심으로 돌보라고 말입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 그것이 온 세상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첫걸음입니다. 남편의 지친 어깨를 말없이 안아주는 아내의 손길 속에, 곤히 잠든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는 아버지의 눈길 속에, 하늘과 땅을 아우르는 위대한 진리가 보석처럼 숨어 있습니다. 오늘, 그 보석을 발견해 보는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오늘 : 조급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