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의 강의가 끝나고, 열 명의 철학자들이 퇴장한 이 고요한 지면 위에서, 저는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이 편지를 씁니다. 플라톤의 동굴에서부터 아렌트의 광장까지, 이 험난한 사유의 여정을 끝까지 함께 걸어온 당신. 아마도 당신의 머릿속은 수많은 질문과 경탄, 그리고 어쩌면 약간의 피로감으로 가득 차 있을지 모릅니다.
사랑이 이렇게나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었냐고,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설레는 마음 하나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기술을 연마하고(프롬), 갈등을 긍정하고(바르트), 고독을 끌어안고(사르트르), 결단을 내려야만(키르케고르) 한다니. 이 모든 과업의 무게 앞에서, 차라리 문을 닫고 혼자만의 평화를 지키는 편이 낫겠다고 결심했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당신이 지금 사랑 앞에서 주저하고 있다면, 저는 당신의 그 마음이 지극히 당연하며, 오히려 가장 정직한 반응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사랑의 무게를 아는 사람만이 사랑을 시작할 자격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사랑은 이렇게 쉬운 것’이라고 당신을 속이기 위해 쓰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사랑은 이토록 위대한 것이기에, 결코 쉽지 않다’는 진실을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험산준령을 오르는 등반가에게 “산책처럼 쉬울 거야”라고 거짓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정상은 아득히 멀고 길은 험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에 오를 가치가 있다”고 말하며 함께 지도를 펼쳐 보일 뿐입니다. 이 책이 당신에게 그런 지도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사랑을 주저하는 당신에게, 우리가 함께 여행했던 철학자들의 목소리를 빌려 마지막 용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혹시 ‘또다시 상처받을까 봐’ 두려운 것인가요? 맞습니다, 사랑은 상처를 동반합니다. 롤랑 바르트는 사랑하는 이의 사소한 말 한마디가 어떻게 비수가 되는지를 보여주었고, 사르트르는 타인의 시선이 어떻게 나의 존재를 위협하는지를 폭로했습니다. 하지만 기억하십시오. 한나 아렌트가 말했듯, 인간의 가장 위대한 능력은 상처받지 않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용서’하고 언제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능력, 즉 ‘탄생성’에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는 비극으로 끝난 것이 아닙니다. 단지 한 챕터가 끝났을 뿐, 당신은 언제든 새로운 챕터를 시작할 힘을 가진 작가입니다.
혹시 ‘내가 그 사람을 온전히 책임질 수 없을까 봐’ 망설이는 것인가요? 맞습니다, 당신은 그 사람을 온전히 책임질 수 없습니다. 키르케고르는 인간의 의지가 얼마나 유한한지를 알았기에 ‘믿음의 도약’을 말했습니다. “내가 영원히 당신을 사랑하겠다”는 약속은 미래를 완벽히 통제하겠다는 오만이 아니라, “어떤 불확실성 속에서도 당신의 손을 놓지 않기 위해 나의 최선을 다하겠다”는 숭고한 결단입니다. 완벽한 준비는 영원히 오지 않습니다. 사랑은 준비가 끝난 자가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 자만이 배울 수 있는 지혜입니다.
혹시 ‘우리의 사랑이 결국에는 평범하고 지루해질까 봐’ 겁이 나는 것인가요? 맞습니다, 모든 사랑은 일상의 먼지 속에 빛이 바래는 순간을 맞이합니다. 하지만 알랭 바디우는 바로 그 순간이 사랑을 ‘재발명’하라는 창조의 초대장이라고 말했습니다. 사랑은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발명하는 것입니다. 권태는 사랑의 끝이 아니라, 두 사람이 함께 새로운 진리를 만들어낼 시간이라는 신호입니다. 당신의 사랑이 평범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서로의 ‘좋음’을 알아보는 두 사람의 평범한 일상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완전한 우정의 모습입니다.
우리는 이 긴 여정을 통해 사랑이 ‘상태(State)’가 아니라 ‘과정(Process)’임을 배웠습니다. 행복한 상태, 슬픈 상태, 권태로운 상태에 머무는 것이 사랑이 아닙니다. 아름다움을 향해 ‘올라가는’ 과정, ‘너’에게 말을 ‘거는’ 과정, 함께 ‘춤추는’ 과정, 그리고 마침내 우리만의 ‘이야기를 써나가는’ 그 과정 전체가 바로 사랑입니다.
그러니 사랑을 주저하는 연인이여, 이제 그만 망설이십시오.
당신의 불완전함을 사랑해 줄 사람을 기다리지 말고, 당신의 불완전함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기로 결단하십시오. 상처 없는 사랑을 찾지 말고, 상처를 보듬으며 함께 더 단단해지는 사랑을 만드십시오. 당신을 구원해 줄 운명의 상대를 찾아 헤매지 말고, 당신 곁에 있는 평범한 그 사람과 함께 서로의 구원이 되어주십시오.
철학은 우리에게 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다만, 우리가 어떤 질문을 던지며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주었을 뿐입니다. 이제 당신의 삶으로 돌아가, 당신의 사랑으로, 당신의 이야기로 그 질문들에 답하십시오.
사랑하십시오. 그리고 당신만의 위대한 이야기를 남기십시오.
그것이 이 험난한 여정의 끝에서 우리가 발견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살아가고 사랑해야 하는 유일한 이유입니다.